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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와 분열만 남긴 부산영상위 운영위원장 논란

절차 문제 삼아 지역 영화단체 반발, 부산영화제 이후 결론날 듯

18.09.14 17:15최종업데이트18.09.14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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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으로 내정된 김휘 감독 ⓒ 이정민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 선임을 놓고 내분 양상으로 치닫던 부산 영화인들과 부산시의 논란이 12일 양측이 다시 만나 의견을 교환하고 운영위원장 임명을 연기하는 방식으로 한발씩 뒤로 물러나는 것으로 정리되면서 냉각기에 들어갔다. 열흘 정도 기간 동안 날선 성명서와 토론회가 이어지던 상황에서 수습 국면에 들어간 것이지만, 실익보다는 상처와 분열만 남겼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 선임 논란은 지난 3일 부산시가 지역 영화인인 김휘 감독을 내정하면서 불거졌다. 김휘 감독은 <이웃사람><무서운이야기2><석조저택살인사건><퇴마 : 무녀굴> 등을 연출 및 제작했고, 영화 <해운대><댄싱퀸> 등의 시나리오를 집필했으며 부산에서 영화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오거돈 캠프의 부산영화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부산시의 선택은 지역 영화인들의 바람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었다. 부산지역 영화단체들은 지난 2월 부산영화제 이용관 이사장의 복귀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서병수 시장에 의해 쫓겨난 최윤 전 위원장의 복귀를 원했다. 임명 형식에 대해서도 시장이 결정하기 보다는 공모 과정을 를 통한 투명성 있는 절차를 요구했다.
 
내정 결과 놓고 반발
 

부산영상위원회 ⓒ 부산영상산업센터

   
하지만 김휘 감독이 운영위원장으로 내정되자 지역 영화인들은 반발했다. 5일부터 부산독립영화협회와 부산영화감독협의회 등 지역영화단체들이 릴레이 성명을 내고 부산시를 규탄했다. 이들 단체들은 오거돈 시장이 협치를 약속해 놓고 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면서 분노와 우려를 표명했다. 6일에는 영화단체연대회의까지 성명을 내고 운영위원장 내정을 철회하고 공모와 투명 인사를 실천하라고 요구했다. ​
 
영화단체연대회의의 한 관계자는 "최윤 전 위원장을 재선임해야지 이런 식으로는 문제가 있다"며 "인사를 철회하고 공모 형식으로 다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관 이사장 지지를 이유로 관례적인 연임이 거부되고 해임 상황이 된 것이니 그가 다시 복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인사권자인 시장이 임명 철회를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최 전 위원장도 후보로 올랐으나 시장님 입장에서는 새로운 인물을 원하신 것 같다"며 "시정 동력을 위해서는 취임 100일 안에 산하 기관장 인사가 마무리 돼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지역 영화단체들의 반발이 이는 가운데, 일부 영화인들은 수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문제 있는 인사가 내정된 것도 아니고 향후 협치를 통해 풀어나가야 할 문제로 인식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역 영화인들의 토론회에서 격론이 오가기도 했다.
 
특히 내정자 발표 전에 부산영화제 이용관 이사장이 시청을 찾아가 오거돈 시장과 만난 일로 인해, 일부 지역 영화인들은 이 이사장이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했다. 부산시가 영화영상산업에 대한 시장의 입장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 내정 사실을 함께 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용관 이사장은 발끈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 6일 "영화제 개최를 앞두고 준비상황을 알려드리러 간 자리였고, 시장이 영화계와의 협치와 영상산업 지원을 약속한 것에 감사 인사를 드린 것 뿐인데도, 나를 끌어들이고 있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또한 "그날 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 이야기는 나오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과 특보 등 공무원들이 여럿 있는 자리에서 오간 이야기를 시청의 실·국장들이 대외적으로 알려야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듯 기자간담회를 열어 공개한 것"이라며 "시청에서도 기자간담회 사안을 미리 알려주고 양해를 구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연락이 왔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부산영화제 일 외에는 시청과의 협치 문제를 포함한 일절 관여하지 않을 생각"이라면서, "내가 무슨 역할을 한 것처럼 보는 시선에 속이 많이 상한다"고 서운함을 나타냈다.
 
절차 문제... 내정자는 자격 충분
   

지난 10일 저녁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영화인들과 만나 부산영화제 사태를 사과하고 있는 오거돈 부산시장 ⓒ 부산시

   
영화단체들의 공식적인 반발이 크게 나왔으나 개별 영화인들은 다소 신중한 태도다. 부산지역의 한 영화인은 "최윤 전 위원장이 다시 복귀하는 게 최선이고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새로 내정된 분이 하자가 있는 분도 아니고 부산사람 아니냐"며 지역에서 나고 자란 인사가 임명된 것에 뭐라 말하기가 힘들다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의 한 독립영화인도 "절차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평가하지 김휘 내정자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에 공감하나 이렇게 성명까지 내면서 크게 반발할 사안인지는 잘 판단이 안 선다"며 조심스러워했다.
 
영화단체들 성명 사태는 지난 10일 오거돈 시장이 서울 영화인들과 만나 부산영화제 사태에 대한 사과와 함께 지원과 독립성을 약속하고 같은 날 지역 영화단체들이 토론회를 통해 부산시에 협의를 요청하기로 하면서 수습 국면에 들어갔다.
 
부산시는 지역 영화단체들의 요구를 수용해 내정자의 임명 절차에서 필수적인 부산영상위원회 임시총회를 부산영화제 이후로 연기하는 것으로 한발 물러섰다. 부산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있는 상황도 고려한 결과다. 부산시 관계자는 "영화인들의 의견을 더 들어보겠다"면서 "영화인들의 원하는 공모나 협치 등은 시장님이 약속한 사항으로 영화인들과 논의를 거쳐 정관 개정 등의 절차를 통해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인사만큼은 넓게 이해해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후 수순에 대해서는 양측이 논의를 해봐야 알 수 있지만 부산영화제가 끝난 후 기존 내정을 진행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물론 부산시는 내정철회에 대해서도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입장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부담이 작지 않아 내정철회를 할지 미지수다. 부산 영화단체들이 요구했던 최윤 전 위원장의 복귀는 현실적으로 어렵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역 영화계 인사는 "논란이 커진 만큼 최 전 위원장이 복귀하려는 생각이 없으신 것 같다"고 전했다.
 
부산지역에서 활동했던 중견 영화계 인사는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상처만 남겼을 뿐 아무 실익을 못 얻은 상황이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번 논란으로 지역 영화계는 분열됐고, 김휘 감독은 자질과 능력이 있는데도 이번 일로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며 "후배들이 싸우는데 선배들이 조정도 못해주고 분열만 가져왔다"고 유감을 나타냈다.
 
또 다른 지역 영화인은 "설령 부산시가 공모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정관 개정을 비롯한 필요한 절차에 최소 4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이고, 공모에 지원한 사람들 간에 부산에서 활동하는 사람이냐 부산 출신 인사냐에 따라 나뉠 가능성도 있다"며 어느 방안이 가장 좋은지 한 달 정도의 시간동안 지역 영화계의 깊은 고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영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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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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