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의혹 예산, '양승태 격려금'으로 풀었다

"대법원장 격려금" 적힌 법원행정처 내부 문건 나와... 양 전 대법원장 개입 가능성 높아져

등록 2018.09.11 19:55수정 2018.09.11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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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6월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이희훈

  
비자금 조성 의혹이 불거진 2015년 법원행정처 예산이 '양승태 격려금'이라는 이름으로 법원장들에게 지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이 이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점점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

11일 <오마이뉴스>는 법원행정처 예산담당관실이 2015년 하반기 내부 문건에 "(2015년) 3월 워크숍 때 이미 대법원장 격려금이 지급됐다"고 쓴 사실을 확인했다.

이 워크숍은 그해 3월 전라남도 여수에서 열린 전국 법원장 간담회를 뜻한다. 당시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은 참석자들에게 적게는 1100만 원, 많게는 2400만 원까지 현금 5만 원권으로 직접 전달했다.

이 돈은 그해 처음 편성된 '각급 법원공보관실 운영비'라는 예산이었다. 대법원은 이 명목으로 3억 5000만 원을 확보해 각급 법원으로 내려보냈다가 2억 7200만 원을 회수한 뒤 위에서 언급한 3월 간담회에서 법원장들에게 지급했다. 이때 박병대 처장은 "법원장들 활동비로 사용하라"고 말했다. 간담회 뒤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 또한 공문을 보내 "법원장들 활동비를 위한 비용이니 공보 담당자들에게 돌려줄 필요가 없다"고 알렸다.

검찰은 이 돈이 양승태 대법원의 역점 사업,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로비활동에 쓰였다고 보고 있다.

검찰 수사의 핵심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처장 등 '윗선'의 개입 여부다(관련 기사: 검찰, '비자금 문건' 보고라인에 양승태 포착). 검찰은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2015년 하반기 법원행정처 내부 문건의 "대법원장 격려금"이라는 문구를 중요한 단서로 보고 있다.

그 문건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2015년 가을 대법원장 면담 행사에서 법원장들에게 격려금을 주지 않기로 정리했는데, 그 이유가 그해 3월 '대법원장 격려금'이 이미 지급됐기 때문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 '대법원장 격려금'이라는 표현은 다른 내부 문건들에도 수차례 등장한다. 비자금 의혹이 불거진 예산 자체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조성 자체에 개입했고, 어떻게 쓰라고 지시까지 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셈이다.


또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여러 예산 담당자들은 검찰 조사에서 '대법원장 격려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최소한 박병대 전 처장에게는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그동안 일해 오면서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을 처음 봤다", "깊이 반성한다", "그때 말리지 못한 게 후회가 된다"라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문제의 2015년 공보관실 예산은 비자금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지난 5일 대법원 관계자는 "(2015년 3월 법원장 간담회에서 돈을 나눠준 이유는) 공보관실 운영비가 처음 편성돼 법원장들에게 그 경위와 집행 절차를 직접 설명할 필요가 있어서였다"라며 "비자금을 조성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양승태 #비자금 #법원행정처 #대법원 #박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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