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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군면제 해주자"는 국회의원... 팬들은 왜 비난할까

[주장] 대중예술인 병역특례 논의 필요하지만... 더 시급한 문제도 많아

18.09.06 18:27최종업데이트18.09.0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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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이 지난 26일 오후 월드투어 콘서트 < LOVE YOURSELF >의 시작점으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하고 있다.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올해 국내 가요계+연예계의 가장 뜨거운 인물로 방탄소년단(BTS)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2장 연속 빌보드 200 앨범 차트 정상 등극을 비롯해 각국 인기 음악 순위 상위권에 진입하는 등 한국 대중음악사에 의미 있는 한 줄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불타 오르네', 'DNA', 'IDOL' 등 이들의 히트곡을 전혀 모를 것 같은 정치권에서도 최근 BTS를 거론하는 빈도수가 제법 늘어나고 있다.

BTS 병역 특례 거론한 국회의원들
 

▲ 국방위 참석한 하태경 의원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최근 아시안게임에서 스포츠 선수들의 병역 특례 논란이 벌어지자 일부 국회의원들은 대중예술인도 특례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하태경 의원(바른미래당)은 지난 3일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오늘 병무청이 형평성이 결여된 병역특례 제도를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한 계기는 바로 방탄소년단이었다"며 "바이올린 등 클래식 콩쿨 세계 1등은 군면제를 받는데 방탄소년단처럼 대중음악 세계 1등은 왜 면제 못 받느냐는 상식적인 문제제기가 발단이었다"고 설명했다.

안민석 의원(민주당) 역시 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BTS도 분명히 국가에 공헌을 했다"며 "(병역특례의) 폭을 넓히되 시대에 맞게 공정하고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방탄소년단 팬들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해당 의원의 SNS는 비난 댓글로 도배 되기도 했다. 팬들은 '정작 당사자인 방탄소년단은 병역 특례를 요구한다고 언급한 적이 없다'며 '의원들의 발언 때문에 방탄소년단이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 당선인사 하는 안민석 문화체육관광위원장 26일 오후 열린 국회본회의에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분리된 문화체육관광위원장에 선출된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결국 안 의원은 4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체육인, 순수예술인들은 특례대상이 되는데 대중예술인들은 (포함)되지 않는 것에 대한 형평성의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방탄소년단을 한 사례로 제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 의원 역시 5일 열린 당 최고회의에서 "비난 여론이 있다면 이 문제를 제기한 제가 모든 비난을 받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법안을 마련하고 법률로 제정하는 건 입법 기관인 국회가 해야하는 일 중 하나다. 따라서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는 국위 선양 대중가수 및 연예인들에 대한 병역 특례 논의에 대해 국회의원이 목소리를 내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의 발언이 관련 업계나 국민 여론을 수렴해 면밀히 검토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 게 아니라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수들을 둘러싼 병역 특례 논란에 더해, 비슷한 시기에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1위를 차지하자 부랴부랴 내놓은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다소 즉흥적인 주장처럼 비쳐지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쓴 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대중 문화 법안부터 얼른 처리하는 게 어떨까
 

가수 싸이가 3일 오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싸이 흠뻑쇼 SUMMER SWAG 2018>에서 열띤 공연을 하고 있다. ⓒ 이정민


사실 대중가수의 성공 사례를 계기로 정치권이 규제 완화나 논의를 촉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2년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자 그 해 10월 8일 열린 문화체육부 국정감사에서도 국회의원들은 각자 의견을 쏟아냈다.

"무용(안무) 저작물을 보호할 수 있는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이재영 당시 새누리당 의원)
"문화산업에 가해지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김한길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
"저작권자와 유통 사업자간 수익배분 비율이 개선돼야 한다." (남경필 당시 새누리당 의원)
"세계적인 싸이 열풍이 계속되려면 무엇보다 창작자의 권리 보호가 중요하다." (최민희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


'강남 스타일'의 성공이 아니었다면 이와 같은 지적이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6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 언급된 논의 중 제대로 반영된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냉정히 말하면 일회성 발언에 지나지 않았다. 정치권의 이번 BTS 병역특례 주장 역시 2012년의 복사본을 보는 듯하다. 말로는 무슨 말인들 못하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 없이 그냥 내던지는 주장이 허무한 이유다.

현재 대중문화 업계에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수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관련해 방송 현장에서 일하는 스태프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이 대표적인 예다. 병역 특례 문제도 중요하지만, 국회의원들이 정작 눈길 돌려야 할 곳은 따로 있는 게 아닐까.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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