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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조 카드' 대성공, 감독의 '뚝심'이 만들어 낸 반전들

2010년 김정우부터 2018 김영권까지, 부정적 여론 이겨내고 '해낸' 선수

18.08.24 18:46최종업데이트18.08.2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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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감독의 선택이 옳았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표팀의 수장 김학범 감독이 뽑은 와일드 카드 황의조가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황의조는 아시안게임 4경기에서 무려 5골을 잡아내며 대표팀의 8강 진출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일본 J리그에서 절정의 몸 상태를 보여주던 황의조를 향한 김학범 감독의 믿음이 적중했다. 황의조와 김학범 감독은 성남FC에서 사제의 연을 맺은 관계다. 성남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탓에 황의조는 근거 없는 '인맥 축구' 논란에 시달렸다. 그러나 김학범 감독은 황의조를 뚝심 있게 선택했고 합당한 결과를 얻어내는 중이다.

이번 황의조의 사례처럼 팬들의 의견과 감독의 선택에 괴리감이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팬들의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환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는 황의조처럼 예상 외의 멋진 활약을 한 사례는 많다. 감독의 신뢰가 만들어 낸 한국 축구의 반전을 재조명한다.

김정우(2010 남아공 월드컵) - 기성용의 완벽한 파트너

기성용의 파트너 찾기는 한국 축구의 오랜된 고민이다. 허나 국가대표팀 은퇴를 목전에 둔 현재까지도 확실한 짝꿍을 찾는 데 실패했다. 아쉬움이 짙다.

김정우가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었을 때는 하지 않았던 걱정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참여한 김정우는 기성용의 완벽한 파트너였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2007 AFC 아시안컵 등을 통해 한국의 젊은 중원 자원으로 성장한 김정우는 2008년 허정무 감독 부임 이후 대표팀에서 입지를 확실히 다졌다.

같은 포지션에 '진공청소기' 김남일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위건 애슬레틱 소속의 조원희가 있었지만 허정무 감독의 선택은 김정우였다. 허정무 체제에서 김정우는 언제나 자리를 보장 받았다. 허정무 감독의 믿음과 달리 김정우는 다소 거친 플레이 스타일과 눈에 잘 띄지 않는 역할로 인해 팬들의 많은 비판에 직면했다.

김정우가 지난 2009년 6월 17일 저녁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8차전 이란과의 경기에서 카리미와 공중볼을 다투고 있다. ⓒ 유성호


하지만 남아공까지 이어진 김정우를 향한 신뢰는 사상 첫 '원정 16강'이란 쾌거로 돌아왔다. 당시 어리고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기성용의 빈틈을 김정우가 완벽하게 메웠다. 상대와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공 간수에 능한 김정우 덕에 허정무호의 허리는 탄탄함을 유지했다.

김정우 일병(당시 군 복무 시절)은 '일개미'처럼 엔진 역할을 톡톡히 했다. 자신의 플레이가 탁월했음은 물론이고 파트너 기성용의 능력도 배가시켰다. 김정우는 허정무호의 진정한 '황태자'였다.

박주영(2012 런던 올림픽) - "군대를 대신 가겠다"는 홍명보의 선택

'축구 천재' 박주영은 2012년 기로 앞에 섰다. 1985년생 박주영에게 국방의 의무를 다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두 대회에서 병역 헤택을 받는 데 실패한 박주영은 군 입대를 코 앞에 두고 있었다.

당시 박주영의 선택은 입대가 아닌 법의 허점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과거 AS모나코에서 활약했던 박주영은 모나코 영주권을 획득해 2022년까지 병역 의무를 미룰 수 있게 됐다. 당연히 거센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유명인들의 병역 혜택에 대해 민감한 국민 정서상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반응이었다.

여기에 2012 런던 올림픽을 준비하던 홍명보 감독이 와일드 카드로 박주영을 택하면서 논란이 심화됐다. 편법으로 국민의 의무를 미룬 이에게 태극마크가 주어지는 아이러니에 팬들은 분노했다.

논란의 진화를 위해 홍명보 감독이 직접 나섰다.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과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박주영이 군대에 가지 않으면 자신이 대신 가겠다"며 자신의 제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했다. 실력과 별개로 깨끗하지 못한 방법으로 런던으로 향하는 박주영에 대한 시선은 탐탁치 않았다.

지난 2012년 8월 10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카디프의 밀레니엄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3,4위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박주영이 첫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다행히도(?) 박주영과 홍명보 감독은 스스로 논란을 타개했다.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며 박주영은 합법적으로 병역 해택을 받게 됐다. 조별리그 2차전 스위스전 득점 이후 침묵하던 박주영은 일본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며 웃었다.

일본을 침몰시킨 박주영의 환상골로 병역 논란은 뒤로 사라졌다. 결국 박주영을 끝까지 믿고 기용한 홍명보의 선택은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김영권(2018 러시아 월드컵) - 이란전 실언 딛고 '빛영권'으로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 스웨덴전 직전. 그때까지만 해도 김영권에게는 거대한 물음표가 달려있었다. 팬들은 김영권을 전혀 신뢰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있었던 이란과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9차전 경기 직후 발언이 문제가 됐다. 당시 주장으로 경기에 나선 김영권은 "관중소리가 크다보니 경기장 안에서 소통하기가 어려웠다. (중략) 소리가 워낙 커서 소통이 잘 되지 않아 연습한 걸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는 말을 남겼다.

그라운드에서 보여준 미진한 플레이를 경기장을 찾은 관중의 탓으로 돌리는 듯한 뉘앙스였다. 그렇지 않아도 홈에서 이란과 0-0으로 비기며 실망한 축구 팬들은 폭발했다. '김영권을 다시는 국가대표팀에 선발하면 안 된다'라는 의견이 공공연하게 대두될 정도로 사태는 심각했다.

정신적으로 완전히 무너진 김영권은 한때 러시아 월드컵과 멀어졌다. 월드컵 전에 가장 중요한 A매치로 여겨졌던 지난 3월 북아일랜드-폴란드 2연전에 나서지 못했다. 김민재의 부상과 장현수의 부진 등으로 결국 월드컵 본선 멤버로 합류했지만 팬들은 김영권을 전혀 믿지 않았다.

▲ 김영권, 결정적인 골! 지난 6월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에서 김영권이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모든 의심은 월드컵 본선에서 부서졌다. 김영권의 컨디션이 최상이라는 신태용 감독의 말은 진실이었다. 김영권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조현우와 함께 가장 빛났다. 패널티 박스로 투입된 공은 김영권의 방어 범위를 넘지 못했다. 공중볼, 태클, 클리어링 등 모든 부분에서 완벽에 가까웠다.

조별리그 3차전 독일과 승부에서도 철통수비로 화려한 독일의 공격진을 묶어낸 김영권은 후반 추가 시간 코너킥 상황에서 선제 결승골을 잡아내며 포효했다. 이란전 실언을 딛고 '빛영권'으로 부활하는 순간이었다.

이제 김영권의 위치를 확고하다. 끝까지 신뢰를 준 은사 신태용 감독은 떠났지만 현재 김영권은 부정할 수 없는 대표팀 수비의 핵이다. 김영권의 반전 드라마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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