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속옷 보이는 시간 알려주는 댓글... 1천만 조회수의 실체

노골적 영상부터 성희롱 댓글까지... 규제 사각지대, 낯선 걸그룹들의 유튜브 직캠

18.08.24 12:49최종업데이트18.08.24 12:49
원고료로 응원
포켓걸스, 밤비노, 걸크러쉬. 이런 걸그룹의 이름을 들어본 적 있을까. 보통 사람들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이 이름을 검색하면 수백 개의 '직캠' 동영상이 나온다. 조회수는 1천만 회를 훌쩍 넘긴 것부터 수백만을 기록한 것까지 다양하다.

수백만 내지 1천만 회를 넘는 '직캠' 조회수는 보통 음원 차트를 장악하고 대형 팬덤을 보유한 아이돌 그룹들이 기록할 수 있는 수치다.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엑소, 블랙핑크 등 우리가 흔히 이름을 잘 알고 있는 인기 스타들의 직캠도 1천만 조회수를 넘는 것은 그리 흔하지 않다. 그렇다면 인기 스타의 조회수를 훌쩍 넘기는 이름 모를 걸그룹들은 대체 누구일까.

방송에 안 나오는 걸그룹 직캠의 선정성

유튜브 걸그룹 직캠 캡처 화면. ⓒ 유튜브


해당 영상의 걸그룹들은 대부분 방송 출연보다는 지역 행사, 페스티벌 등에서 주로 공연한다. 우리에게 이 걸그룹의 이름이 낯선 이유다. 이들은 직접 발표한 노래를 선보일 때도 있지만 우리가 잘 아는 가수의 히트곡을 커버하기도 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무대를 영상으로 남겨 많은 사람들과 공유한다. 이 영상들은 해당 걸그룹들이 이름을 알리고 수백만의 조회수를 기록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문제는 이 영상의 선정성이다. 해당 영상의 카메라 각도는 대부분 아래에서 위를 향한다. 무대가 위에 있고 카메라를 든 관객이 아래에 있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대 위 출연자들은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춤을 추며, 카메라는 노골적으로 출연자들의 하체를 비춘다. 때로는 속바지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속옷까지 여과 없이 카메라에 담긴다.

해당 영상에는 "엉덩이가 예쁘다" "가슴에 흔들림이 없네" "남친이 부럽다" 등 성희롱으로 보일 법한 댓글이 줄을 잇는다. "0:50", "1:55" 의미를 알 수 없는 암호 같은 댓글이 달려 있는 경우도 많았다. 확인해봤더니 50초, 1분 55초에 속옷이 노출되는 장면이 나오니까 유념해서 보라는 의미였다. 이름도 모르는 걸그룹이지만, 조회수 1천만씩 기록하고 있는 영상들의 실체다.

아이돌 직캠의 영향력... 거절하기 어려운 이유

요즘 10대들은 궁금한 게 있으면 포털 사이트가 아니라 '유튜브'에 검색한다. 텍스트보다 동영상이나 이미지에 훨씬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 지난해 3월 시장조사기관 닐슨 코리안클릭에서 발표한 '세대별 모바일 앱 이용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13~24세의 유튜브 이용률은 86%로 다른 세대의 이용률을 압도했다. 이 선정적인 영상 역시 10대들에게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중 일부는 '성인 인증'을 해야 볼 수 있지만, 여전히 많은 영상이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열려 있는 상태다.

이러한 선정적인 직캠 영상과 엄청난 조회수는 이름 모를 걸그룹에게만 한정된 현상은 아니다. 직캠은 이제 우리나라 아이돌 산업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팬이 찍은 '직캠'이 화제가 돼 음원차트 역주행을 기록하기도 한다. 방탄소년단이 미국에서 인기를 얻은 원인으로 칼군무와 더불어 직캠을 꼽는 이들도 많다. 방탄소년단의 무대를 직접 보기 어려운 해외 팬들은 직캠을 통해 이들을 알게 됐다는 것.

직캠 영향력이 커진 만큼 찍는 사람도 많아졌다. 요즘 가수들이 많이 나오는 행사장에는 소위 '대포'라고 불리는, 커다란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앞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대부분 좋아하는 가수의 멋진 무대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순수한 마음에서일 것이다. 모든 직캠 영상에 선정적인 장면이 담겨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러나 일부 유명 걸그룹을 찍은 직캠에서도 노골적으로 하체에 포커싱한 카메라 구도를 찾아볼 수 있다.

엔터 산업의 구조적 문제... 규제는 쉽지 않아

유튜브 걸그룹 직캠 캡처 화면. ⓒ 유튜브


전문가들은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고질적인 병폐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김수희 정책부장은 "걸그룹을 이렇게 찍어서 유튜브에 올리는 사람들이 있고, 멤버들과 소속사는 선정적인 영상을 통한 홍보가 필요할 것이다. 당사자들은 직캠이 싫다고 해도 이 구조 안에서는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이러한 영상이 계속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도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지상파는 케이블TV나 유튜브에 비해선 낮은 수위다. 그러나 출연하는 걸그룹의 노출 의상이나 카메라 워킹을 보면 여전히 심각성을 느낀다. 아래에서부터 카메라로 몸을 훑는 장면은 여성의 몸을 소비하는 남성적인 시선이다.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지적해왔지만 고쳐지지 않는다. 저 직캠들도 지상파의 카메라와 맞닿아 있다"라며 "결국 여성의 몸을 성적대상화 시키고 소비하는 우리 사회 문화의 문제다. 이런 콘텐츠들이 결국 성차별을 심화시키고 성폭력을 야기하는 연장선상에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여성의전화 송난희 사무처장 역시 구조적인 문제를 짚었다. 그는 "해당 걸그룹들이 주체적인 아티스트로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누군가 이런 걸그룹을 기획해서 무대에 올린 건 그게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엔터 산업 자체가 여성을 팔아서 장사를 하고 있지 않냐"고 지적했다.

이 영상들을 규제할 수는 없을까. 사실 유튜브는 미국 기업 구글의 동영상 업체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 차원에서 규제하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피해자, 즉 직캠에 등장하는 걸그룹이 직접 신고하지 않는 한 해당 영상을 내리기는 어렵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디지털 성범죄 대응팀은 2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해당 직캠의 경우 디지털 성범죄로 보인다. 일반 음란물의 경우 당사자 혹은 대리인이 '동의 없이 유포되고 있다'고 신고하면 확인 후에 차단 조치한다. 그러나 해당 걸그룹의 신고는 없었고 소속사 통한 신고도 없었다. 제3자가 신고하는 것으로는 조치가 어렵다"고 답했다.


유튜브
댓글1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