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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과 북파공작원의 대화, '공작'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김유경의 영화만평] 김정일을 최초 면담한 북파공작원 이야기 <공작>

18.08.21 14:55최종업데이트18.08.22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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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작> 스틸컷 ⓒ CJ엔터테인먼트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영화 <공작>에 대해 듣는다. 당시 북파공작원 박채서가 나와 들려준 비화는 '멘붕'을 일으킨다. 자칫 전면전으로 돌입할 수도 있는 강도 센 도발 총격을 요청하러 남측 실세들이 월북했다는 게 팩트다. 제15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중 김대중을 낙선시키고 계속 정권을 잡기 위해서다. 김정일을 최초 면담한 북파공작원이 그 거래를 막아 전쟁 위기를 모면했다는 거다. 그 '총풍 사건' 전후가 궁금해 <공작> 상영관으로 내달린다.

역사에 '만약'이라는 가정은 의미가 없다. 사적이든 공적이든 모든 삶은 일회성이므로 그렇다. 게다가 정도를 밟는 역사적 행보라 할지라도 우연적 사고는 늘 도처에 잠재한다. 하물며 공작정치가 판을 벌일 때 역사는 방향을 잃고 요동치기 쉽다. 영화 <공작>은 그 안개정국을 헤쳐 나온 실존 인물 박채서를 모델로 하여 한반도의 냉전을 주물럭댄 남북 정권을 조명한다. 입만 열면 국민 타령인 정치가들의 셈속과 부화뇌동을 부추기는 가짜뉴스들을 따돌릴 지혜가 내게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영화의 배경은 한반도 냉전시기(1993~2005)다. 안기부 해외실장 최학성(조진웅 분)의 지시를 받는 북파공작원 흑금성 박석영(황정민 분)의 내레이션으로 전개된다. 박석영은 정보사 소령에서 신분세탁과정을 거쳐 대북사업가로 위장한다. 그렇게 베이징에 주재한 북의 해외벌이 총 책임자 대외경제위 처장 리명운(이성민 분)에게 접근한다. 심리전으로 점철된 리명운과 박석영의 미묘한 관계는 영화 <공작>의 압권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여서 나옴직한 '구강 액션' 첩보물을 연출한 감독 윤종빈에게 박수를 보낸다.

꽃제비들의 참상... 반려견 안은 김정일과 대비되는 실상

박석영은 안기부 공작 정치에서 떨린 걸 알게 된 차에 광고 사업 문제로 김정일(기주봉 분)과 면담하게 된다. 그 장면들을 통해 뉴스공장에서 박채서가 증언한 김정일의 유연한 사고를 엿볼 수도 있다. 또한 그 장면들에는 사실적 볼거리가 풍성해서 눈을 빠뜨리게 한다. 생전 모습을 빼쏜 듯 재현된 김정일, 호화스런 비밀별장, 반려견 하얀 말티즈 등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리명운이 박석영에게 귀띔한 김 위원장을 대하는 예법과 안전요원들의 철저한 점검 등은 우상화된 존재와 권력의 사유화에 내재한 불안정성을 시사한다.

영화 <공작>에서 내게 충격적인 장면은 북한의 어린 거지 꽃제비들의 참상이다. 박석영이 핵시설 염탐을 노리고 관철시킨 영변행에서 목격한 숱한 아사자들을 암시하는 몇 장면이 그것이다. 물을 들이키듯 양주를 마셔대고 반려견을 안은 살찐 김정일과 대비되는 실상이다. 그 상황을 가슴 아파하던 북한 대외경제위 부장 김명수(김홍파 분)는 경질된 것으로 영화는 암시한다. 용도 폐기한 것도 모자라 박채서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6년 간 징역살이 시킨 남한의 후안무치한 힘과 다르지 않은, 북쪽 체제의 맹점이다.

원래 정치란 사회에 잠재하는 역량을 최대한으로 조직하고 키우는 일이다. 종전선언을 향해 함께 내딛는 지금 여기의 남북관계는 자국민을 위하는 최선의 정치가 민족의 역량을 최대화하는 분단 제거라는 인식에 기초한다. 그것은 '총풍 사건' 같은 정치쇼로 절대 갈음할 수 없는, 국민의 생존권을 보장하려는 휴머니즘적 관점이다. 광고 사업이 성사된 현장을 훑는 시퀀스에서 리명운과 박석영이 서로 롤렉스시계와 넥타이핀을 들어 보이는 해피엔딩은 장차 한반도의 명운을 밝힐 수 있는 휴머니즘이어서 더 감동적이다.

지금 여기는 연일 심리전이 난무하는 소란한 정국이다. '총풍 사건'과 같은 공작정치가 절로 연상될 정도다. 심지어 국가안전보위부 과장 정무택(주지훈 분)이 리명운과 고의로 엇갈리듯 내분의 기미마저 읽혀져 걱정스럽다. 변화하는 북미관계를 위시해 한반도 정세는 여야를 불문하고 합심이 절실한 때다. 리명운과 박석영이 사무사(思毋邪)의 태도로 국익에 힘썼듯,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 모두 한마음으로 뭉치길 바란다.

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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