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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작품 하고파" 존 조에게 '버닝' 스티븐 연이 한 조언

[현장] 아니쉬 차간티 감독 영화 <서치> 라이브 콘퍼런스

18.08.17 16:37최종업데이트18.08.17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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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영화 <서치> 라이브 콘퍼런스 현장. ⓒ 김준수


17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용산구 용산CGV에서 영화 <서치> 라이브 콘퍼런스가 열렸다. 행사는 서울과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이원 생중계로 연결해 배우 존 조와 아니쉬 차간티 감독의 이야기를 듣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영화 <서치>는 사라진 딸 마고(미셸 라)를 찾으려는 아버지 데이빗(존 조)의 이야기를 담은 스릴러 영화다. 영화 내내 스크린을 채운 노트북 화면 위에서 화상 통화, 온라인 문자 메시지 등을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장면으로 진행되는 게 특징이다. 영화 <서치>는 지난 34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했고, 지난 5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전회 매진을 기록한 바 있다.

이날 존 조는 영화에서 자신이 맡은 배역 데이빗에 관해 "실종된 딸의 컴퓨터를 통해 딸이 어디에 있는지 단서를 찾는 내용이다"라며 "딸에 대한 단서를 찾다 보니 본인이 딸에 대해 잘 몰랐다는 자괴감도 느끼게 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라이브 콘퍼런스 현장에서 나온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서치> 감독 "존 조와 함께하기 위해 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 <서치>가 올해 한국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는데, 전회 매진을 기록했다. 상영이 끝나고 관객이 기립박수를 친 것으로도 알려졌다.
아니쉬 차간티(아래 아) : "한국에서 반응이 좋다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 전주영화제 측에서 촬영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서 봤는데, 기분이 굉장히 들떴고 기립박수에 가슴이 벅찼다."

존 조(아래 존) :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즐거웠다. 영화 등장인물 대부분을 한국계 미국인으로 캐스팅했는데 흔치 않은 일이다. 할리우드에서 한국계 미국인이 섭외되는 일 자체가 쉽지 않고, 주인공 가족 전체가 한국계 미국인으로 섭외된 것도 마찬가지다. 한국 관객이 좋아해줬다니 나도 기분이 좋다."

- 영화의 오프닝이 '윈도우 시작 화면'이다. 그렇게 하게 된 계기가 있나.
아 : "이야기 대부분이 우리가 매일 소통하는 데 쓰는 기기들을 쓰는 모습으로 채워졌고, 영화 전체가 이에 기반을 둔다. 여러분도 항상 이런 기기를 사용하실 텐데, 최대한 이런 기기를 쓰는 부분을 사용해 스토리를 구성하고 싶었다. CCTV가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구글 화면이 어떤지, 윈도우즈가 어떤 화면인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관객이) 친숙하게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했다."

- 화상통화 장면이 많은데, 배우들간에 소통이 어렵지 않았나. 촬영 방법이 독특한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존 : "사실 굉장히 어려웠다. 보통 촬영 현장에서는 다른 배우들과 같이 얼굴을 보며 연기하고 상대 배우의 반응을 보는 식으로 진행한다. 그러면서 촬영할 장면에 관해 배우끼리 의논도 하고. 이번에는 사실 굉장히 독특한 경험이었다. 촬영하면서 '내가 실제 잘하고 있나' 알기 어려워 어려움을 겪었다. 데브라(데브라 메싱, 딸의 실종 사건 담당 형사 역할의 배우)의 목소리를 이어피스로 듣고 하나의 카메라 앵글로만 접하는 환경이었다. 실제 내가 이전에 했던 경험과 확연히 달랐다. 그런 부분에서 어려웠다."

17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영화 <서치> 라이브 콘퍼런스 현장. ⓒ 김준수


- 극 중 배경이 한국 가족의 이야기이다. 감독이 특별히 주요 등장인물로 한국 가족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특히 캐스팅된 사람들도 거의 한국계 미국인 배우들인데.
아 : "배우 존 조와 함께하기 위해 <서치>의 이야기 구상을 시작했다. 존(한국계 미국인)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한국계 미국인 가정이 자연스럽게 중심이 됐다. 나는 실리콘 벨리에서 오래 살았고 그곳에는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IT 기업들이 많다. 저희 가족들이 친하게 지내는 다른 친구 가족들, 자연스럽고 어릴 때부터 많이 만났던 가정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한국 가족을 소재로 골랐다. 주위에 한국 친구들도 많아 특유의 문화적 배경도 표현하려 했다."

- 이번에 많은 한국계 배우들과 함께 촬영했는데, 소감은 어땠나.
존 : "매우 독특한 경험이었다. 실제 영화 초반부에 가정에서 일어났던 기억을 상기하는 장면을 촬영한 부분이 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있는 사진 앨범을 보는 장면 등 소재도 그렇고 실제 내 가족의 이야기 같았다. 그래서 많은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장면도 있었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  아니쉬 차간티 감독에겐 독특한 이력이 있다. 이번에 장편 데뷔하기 전 구글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데, 구글 근무 경험이 영화 제작에 어떤 도움이 됐나?
아 : "구글 크리에이티브랩에서 근무했다. 미국 뉴욕에 있는 팀인데, 구글을 위한 영상을 제작했고 상업 광고도 만들었다. 광고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다양한 기기와 기술을 활용했는데, 스크린에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배웠다. 스크린에 사람 얼굴이 나오지 않더라도 윈도우창의 변화만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법도 알게 됐다."

- 구글 직원과 영화 감독 중 더 나은 것을 고른다면?
아 : "사실 이제 '공짜 구글 음식'이 없어서 아쉽다(웃음). 영화 감독인 게 나는 더 좋다. 영화 감독은 내게 새로운 도전이고 어릴 때부터 꿈이었다. 아마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영화 감독을 고를 것이다."

"한국계 미국인 가족 이야기가 미국 영화에... 중요한 순간이다"

17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영화 <서치> 라이브 콘퍼런스 현장. ⓒ 김준수


- 배우 존 조는 처음에 <서치> 출연 제의를 거절했다고 들었는데, 이후 다시 출연을 결정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
존 : "처음엔 거절한 게 맞다. (감독과 내가) 직접 만나지 못하고 전화를 통해 이야기했는데, 각본과 스토리를 좋아했지만 웹캠이나 스크린 앞에서만 연기하는 게 가능한지 의구심이 있었다. 데니쉬가 포기하지 않으면서 끝까지 내게 계속 제안했고, 궁극적으로 둘이 만나서 유튜브 비디오가 아닌 장편 영화를 제작할 수 있다는 것에 관해 얘기할 수 있었다. 직접 만나 대화해 보니 '실제 영화로 잘 구현할 수 있다'는 것에 설득이 됐다."

- 한국계 배우들과 촬영하며 이번 현장에서만 경험한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존 : "앞서 말한 것처럼, 이번 촬영은 나에게 특별한 경험이었다. 특정 순간을 재현하는 걸 많이 찍었고, 개인의 삶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상황을 많이 촬영했다. 실제 관객들이 화면에서 한국계 미국인 가족을 보게 됐다는 사실 자체가 나에게는 정말 뭉클한 경험이었다. 미국에선 많은 사람이 가족으로부터 멀리 떠나서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영화에 나온 가족은 정말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특히 한국계 미국인 가족 전체를 담은 이야기가 미국 영화에 나왔다는 게 중요한 순간이 아닌가 싶다."

- <서치> 화면 구성 대부분이 컴퓨터 화상 통신으로 이뤄져 있다. 연출자 입장에선 영화의 전통적 미장센 등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을 텐데, 어떤 고민이 있었나. 그리고 배우 입장에선 영화가 미장센을 포기해야 한다면 공간 안에서 톤이나 감정을 결정하기 어려웠을 텐데, 어떤 부분이 달랐는지 궁금하다.
아 : "영화 촬영을 위한 전통적 기술을 사용할 수 없었다. 극 중 해가 뜰 때 낮이라고 해를 바로 촬영해 보여줄 수도 없었고, 무엇보다 배우 얼굴도 직접 보여주는 형식이 아니었으니까. 대신 다른 방식으로 관객에게 보여줬다. 해가 뜨는 걸 보여주는 대신 노트북 화면의 시계를 보여줬고 사진에서 아침 풍경을 담는다거나, 혹은 텍스트 내용으로 보여줬다. 전통적 방식으로 보여주던 걸 다른 식으로 담았다. 기존 영화와 같은 부분도 있고 다른 부분도 있는데 균형을 찾으려 했다."

존 : "연기 측면에서도 분명 달랐다. 기존 영화의 리듬이나 촬영 기법 등에 익숙했는데 이번 영화에선 클로즈업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가 촬영하면서 직접 규칙을 만들어가야 했다. 어떤 앵글에서 내가 얼마나 표현할 수 있나, 어떻게 해야 하나 많이 고민했다. 디자인 관련 요소들은 촬영 끝난 이후 후반 작업에서 추가된 게 많았다."

- 전에 볼 수 없던 독특한 포맷인데 특별히 염두에 두고 작업한 부분이 있나. 그리고 주연배우가 존 조여야 했던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
아 : "영화의 모든 부분이 특별하게 고려한 부분이었다. 시나리오부터 촬영과 편집까지 특이했다. 이 영화를 만든 방식 자체가 이전과 아예 달랐으니까. 영화를 만드는 도전에 있어서 이번 영화에 특화된 게 많았다. 매 20분 동안 컴퓨터가 다운되지 않게 노력해야 했다. 실제 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도 특별했기에 이것만 말해도 한 시간은 얘기할 수 있을 듯하다(웃음). 특히 존 조는 굉장한 배우다. 존을 염두에 두고 이 영화를 만들었다."

- 감독과 배우로서 둘의 호흡은 어땠나. 나이 차이가 19살 정도 되는데 세대 차이는 느끼지 않았나?
아 : "스토리에 '2018년의 청소년'과 그들이 쓰는 신기술과 관련된 것들이 많았는데, 나도 배울 게 많았다. 요즘 젊은 친구들이 온라인에서 어떤 기술을 사용하는지. 라이브 캐스트 등에 대해서도 해석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나는 아직 아버지도 아니었으므로, 웹사이트에서 특정 기술들을 10대가 어떻게 활용하는지 배우면서 10대들이 나와 어떻게 다른지 깨달았다."

존 : "나이 차이에도 동료들과 함께할 수 있었고, 그건 영화를 위한 열정 덕분이었다. 굉장히 큰 열정을 봤고 동료와 친구로서 좋은 관계를 가져갈 수 있었다."

존 조 "한국에서 작품, 스티븐 연과 얘기하니 '꼭 해보라'고..."

영화 <서치>의 한 장면 ⓒ 소니픽처스코리아


- 화면 구성안이 비슷한 소재의 영화 <언 프렌디드>(2014)에서 사용한 것과 유사하다. 그 작품은 흥행에 실패했고, 따라서 <서치> 제작이 위험한 도전일 수 있었을 텐데... 감독으로서 보완에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그리고 배우 존 조는 과거 최민식·박중훈과 연기해보고 싶다고 말한 바 있는데 그 꿈은 여전한가. 혹은 새로 관심을 두는 한국 배우나 영화가 있다면.
아 : "상영된 작품 중 유사한 영화를 모두 보고 참고했다. 대표적인 게 <언 프렌디드>인데 컴퓨터 화면을 스크린에 구현한 영화를 제작한다고 하는 차원이지만 굳이 따라하려고 하진 않았다. 이미 다른 작품에서 충분히 표현된 부분이 있었지만, 내가 표현하려는 감정적 표현과 달랐다. <서치>에선 감정적 부분과 스릴러를 잘 접목하려 했고 화면 구성에 국한하지 않고 영화적 차원에서 더 발전시키려 했다."

존 : "처음 아니쉬가 영화를 함께하자고 설득할 때 내가 했던 말은 '나는 유튜브 비디오 같은 영화는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에 아니쉬는 '이건 영화'라고 명확히 해줬고 정적인 화면이 아니라 전통적 영화처럼 촬영하는 카메라가 따로 있다고 안심시켜줬다. 기존 영화 촬영에서 하던 부분을 많이 접목시켰다고 해줬다. 그게 날 설득한 요소 중 하나였다.

그리고, 한국 배우들과의 작업에 있어서는 한국에서도 영화를 꼭 하고 싶다. 한국 배우들과 같이 촬영하고 싶고. 최근 (<버닝>에 출연한) 스티븐 연과도 이야기했다. '나도 (한국에서) 작품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한국어로 연기할 수 있느냐'고 묻더라. '그건 겁이 난다'고 하니 '꼭 해보라'고 하더라."

- 실종된 딸을 찾는 아버지의 이야기에 기발한 형식이 결합됐다. 긴장감이 극화됐는데 완성된 작품은 만족스러웠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 : "촬영하며 배운 부분이 많았다. 원하던 장면을 화면에 구현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이려 노력한 부분이 있다. 전반적으로는 스릴러로 잘 표현한 부분에 만족스럽다."

존 : "개인적으로 내가 하는 모든 작품에서 다시 하고 싶은 부분이 늘 있다(웃음). 특히 혼자 연기한 부분을 보면 그런 생각이 더 든다. 아니쉬 말처럼 전반적으로 결과물에 대해선 정말 자랑스럽다."

'안녕하세요'와 '안녕히 계세요' 등 어색하지 않은 한국말로 첫 인사와 마무리 인사를 한 배우 존 조와 아니쉬 차간티 감독. 아니쉬 차간티 감독은 "스카이프로 라이브 콘퍼런스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언젠가 한국에 꼭 방문해보고 싶다"라고 이날 행사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라이브 콘퍼런스가 끝나기 직전, 존 조는 "참석해주셔서 감사하다"며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한국 관객에게 영화를 보여줄 수 있어 의미가 깊다"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분(한국 관객)께서는 한국 가족과 한국인을 보는 게 흔하겠지만 미국에선 그렇지 않다"라면서 "영화 자체의 완성도도 좋지만 한국인 가족이 나와서 나에게는 특별히 더 의미가 있다"라고 영화 <서치>에 관한 소회를 드러냈다.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 딸의 SNS를 뒤지는 아버지, 존 조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 <서치>는 오는 29일 개봉된다.

영화 <서치>의 포스터 ⓒ 소니픽처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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