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원인과 거치 장소, 아무 결론 못 내고 해산

1년 1개월 활동 마친 선체조사위 위원들,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도 언쟁

등록 2018.08.06 18:58수정 2018.08.06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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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해 작년 7월 출범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김창준 위원장(맨 오른쪽)과 위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선체조사위 서울사무소에서 활동 종료를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를 시작하면서 묵념하고 있다. 지금까지 선조위는 묵념으로 매 회의를 시작해왔다. ⓒ 연합뉴스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출범한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가 위원들 간의 견해 차이로 인해 세월호 침몰 원인·세월호 거치 장소 등 어떤 것도 결론 내리지 못 한 채 1년 1개월 만에 활동을 종료했다. 그간의 활동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위원들은 엇갈린 의견을 그대로 드러냈다.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이하 선조위)는 6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선조위 서울사무소에서 그간의 활동 경과와 사고조사 등을 담은 종합보고서를 발표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선조위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 규명, 선체 인양 과정에 대한 점검 등의 활동을 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출범했다. 이들은 기자간담회에 앞서 이날 오전 11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1년 1개월의 활동 결과물을 보고했다.

이날 선조위가 발표한 종합보고서에는 위원들의 상반된 견해가 그대로 담겼다. 김창준 위원장과 김영모·김철승 위원 의견은 배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내인설'이었다. 반면 권영빈·이동권·장범선 위원은 '열린안' 의견을 내며 '외력에 의한 침몰' 가능성을 적시했다.

내인설에 따르면 복원성이 나쁜 세월호가 화물을 과도하게 실은 채 출항했고 유압을 이용해 방향타를 움직이게 하는 장치인 솔레노이드 밸브가 고착되면서 유압이 멈추지 않아 방향타가 오른쪽으로 급격하게 돌아갔다. 밸브 고착으로 세월호는 급선회했고 그로 인해 제대로 고박되지 않았던 화물이 좌현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세월호는 45도 이상 기울었다. 그때 열려있던 수밀문과 맨홀로 바닷물이 들어오면서 세월호는 침수·침몰하게 됐다는 것이다.

반면 열린안은 화물 고박이 약했지만 세월호의 복원성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선체 자체의 문제만으로는 침몰이 설명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내인설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들에 대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권영빈 위원은 "지난 1일 이동권 위원과 함께 목포신항에 내려가서 마지막으로 세월호 선체 내부를 봤다"라며 "그 때 좌현 핀안정실과 그 위쪽에 있는 데크스토어(좌현 핀안정기실 위쪽의 빈 창고) 내부의 대변형을 발견했다"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세월호 참사 당시 배가 급하게 돌면서 많이 기울어졌다"라며 "네덜란드 마린연구소에서 한 모형실험 결과, 외력을 줬을 때 순간 회전 속도는 빨라졌는데 배의 기울기가 확 늘어나지 않았다"라고 했다. 이어 "이 때문에 외력의 가능성이 작다는 반론이 제기되기도 했다"라며 자신들의 결론을 '외력설'이 아닌 '열린 안'으로 명명한 이유를 설명했다.

선조위 위원들, 기자간담회에서도 언쟁


위원들이 침몰 원인을 두고 의견을 모으지 못한 것은 원인을 분석하는 수치나 조사방법 등에서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김창준 위원장은 "선박의 복원력을 계산하는 '경사시험'을 할 때, 4번 탱크를 완전히 비우거나 채워야 하는데 세월호 검사 시 탱크에 60% 정도 물이 차 있었다"라며 "그러면 복원성이 좋아지기 때문에 내인설에서는 문제가 있다는 쪽이고 열린안에서는 괜찮다는 입장이다"라고 의견 차이를 설명했다.

서로의 주장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언쟁도 오갔다. 권영빈 위원은 "4년 전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수사 결론을 유지하려는 입장과 새로운 증거에 따른 입장이 같이 나온 것이다"라며 "하나의 결론이 나오지 않은게 정상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반면 김철승 위원은 "열린설은 가나다의 '가'설일뿐이다"라고 맞섰다.

김철승 위원은 '8월 1일에 충돌 흔적을 발견했다'는 권영빈 위원의 발언을 두고도 "권 위원이 호도하고 있다"라며 "작년 10월에 조사관들이 목숨 걸고 (선체 안에) 들어갔다"라고 했다. 그는 "갑자기 (선체 내부에) 들어가서 충돌 흔적이 나왔다고 말하는 것은 참을 수가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위원이 말하는 충돌 흔적은 휘고 구부러지는 변형인데 김 위원도 "좌현 쪽은 모든 것들이 다 엉망이 돼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미수습자를 찾기 위해 B데크 선수부분에 들어갔는데 가로 방향의 균열이 있었다"라며 "균열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어 막기 위한 조치를 했다"라고 했다. 김 위원은 "B데크, C데크 다 들어가봐라"라며 "(권영빈이 말한 충돌 흔적이 좌현) 핀안정실에만 있는 것이냐"라고 되물었다. 또 "외력설을 주장하는 팀은 미확인 수중물체가 나타나서 박았다고 한다"라며 "C데크, B데크, A데크에 있는 부분들은 UFO가 와서 박은 거냐, 도대체 상식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자꾸 한다"라고 했다.

세월호 거치 장소도 결정 못 해

선체 정밀조사가 끝난 후 세월호는 파손된 상태 그대로 보존된다. 다만 거치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김영모 위원은 "인천, 안산, 목포, 진도, 제주 등 5개 도시를 두고 중점적으로 검토해, 선조위 전원위원회에 올렸다"라며 "그러나 위원들이 합의를 보지 못했다"라고 했다.

이와 함께 별도의 국립 복합관인 '세월호생명기억관(가칭)'을 조성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추모·치유·기억·기록 등을 이어갈 예정이다. 김 위원은 "세월호참사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안전불감증을 쇄신시킬 수 있는 마중물이 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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