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첫 국정원 방문한 문 대통령 "정권에 충성 요구하지 않겠다"

서훈 원장으로부터 조직개편 결과 등 보고받아... 국정원에 4가지 약속 제시

등록 2018.07.20 21:02수정 2018.07.20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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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이 자랑스럽고,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4시께 국가정보원을 방문했다. 지난해 5월 취임한 이후 첫 방문으로 기관업무보고를 받기 위해서였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과 2005년, 2007년에 각각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 자격으로 국정원을 방문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업무보고를 받기 전 국정원 청사에 설치된 '이름 없는 별' 석판 앞에서 묵념을 올렸다. '이름없는 별' 석판은 국가안보를 위해 이름없이 산화한 정보요원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모두 18개의 별이 새겨져 있다.

"적폐의 본산에서 국민을 위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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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을 찾아 업무중 순직한 국정원 직원을 기리는 '이름없는 별' 추모석에 앞에서 직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 청와대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정원으로부터 1.2차에 걸친 조직개편 결과 등을 보고받은 뒤 "국정원이 자랑스럽고, 여러분이 자랑스럽다"라고 운을 떼며 '격려'와 '당부'의 발언을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여러분의 국정원이 지금 한반도의 운명과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꾸고 있다"라며 "여러분의 국정원이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성공시킨 주역이 되었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시기에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이 되었다"라고 치하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이제 국정원은 '적폐의 본산'으로 비판받던 기관에서 국민을 위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났다"라며 "평화를 위한 대통령과 정부의 노력을 가장 앞장서서 뒷받침해주고 있고, 국제사회로부터도 실력을 인정받는 기관이 되었다"라고 평가했다.


"여러분이 만들어낸 놀라운 변화다"라고 추켜세운 문 대통령은 '조직과 문화의 혁신'을 언급했다. 그는 "조직과 문화를 혁신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안다"라며 "살을 도려내고 뼈를 깎는 아픔을 겪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런 아픔을 겪으면서도 국정원을 훌륭하게 개혁하고 있는 서훈 원장과 여러분에게 대통령으로서 진심으로 고맙다는 박수를 보낸다"라고 치하했다.

국정원에 약속한 네 가지... "정치로 오염시키는 일 없다"

이어 문 대통령은 "여러분이 충성해야 할 대상은 결코 대통령 개인이나 정권이 아니라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국가와 국민이다"라며 국가정보기관의 정치중립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국정원을 방문해서 제일 먼저 한 일이 중앙 헌관에 설치된 '이름 없는 별' 조형물을 제막한 것이었다"라며 "이름 한 줄 남기지 못할지언정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 이것이 바로 국정원의 본령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 본령을 지켜낼 수 있게 하는 것, 그리고 지켜내는 것이 이 시대에 여러분과 내가 함께 해내야 할 과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 국정원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 ▲ 정권에 충성할 것을 요구하지 않겠다 ▲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을 확실하게 보장하겠다 ▲ 국정원을 정치로 오염시키는 일은 다시 없다 등 네 가지를 약속했다.

"우리의 목표를 제도화해야... 국정원법 개정안 연내 통과해야"

또한 문 대통령은 "여러분도 지금까지 정말 잘 해주었다"라며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국내 정치정보 업무와 정치관여 행위에서 일체 손을 떼고, 대북정보와 해외정보에 역량을 집중해 명실상부한 국가정보기관, 최고의 역량을 갖춘 순수한 정보기관으로서 위상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목표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 목표를 대통령의 선의에만 맡길 수는 없다"라며 "정권이 바뀌어도 국정원의 위상이 달라지지 않도록 우리의 목표를 제도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국정원법 개정안이 연내에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라고 주문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결코 여러분의 권한을 줄이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금까지의 개혁 노력이 보여주었듯이 여러분 자신도, 국민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세계적인 정보기관으로 발전시키는 길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북정보능력'과 '해외정보증력'을 강조했다. 먼저 문 대통령은 "새로운 국정원은 더욱 높아진 대북정보력으로 위기시에는 위기에 유능하게 대처하고, 대화시기에는 대화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라며 "실력있는 안보기관으로서 평화를 만들고 지키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더욱 발전된 해외정보능력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키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제적 번영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변화와 성취에 대통령으로서 각별한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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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 국정원 간부진과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청와대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잘해온 것처럼 여러분 스스로 국정원의 개혁을 완성하는 주체가 되어 달라"라며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 더욱 뜨거운 열정과 조국을 향한 충성심으로 헌신해 줄 것을 믿는다"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여러분이 만든 변화와 성취에 대통령으로서 각별한 고마움을 전한다"라고 거듭 서훈 원장을 비롯한 간부들과 직원들을 치하했다.

이에 서훈 원장은 "개혁이 본궤도에 오르고, 여러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면서 직원들의 자신감과 자긍심도 커지고 있다"라며 "이번 대통령의 방문과 격려가 국정원 직원들의 원개혁과 발전에 대한 각오를 다지고 대한민국 안보와 평화·번영을 위해 더욱 헌신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업무보고 행사가 끝난 뒤 원훈석 앞에서 서훈 원장과 함께 수령 57년의 소나무 한그루를 기념식수했다. '수령 57년'은 국정원 창설 연수(年數)를 상징한다.

"외부전문가·여성부서장 발탁해 조직 분위기 일신"

이에 앞서 국정원은 문 대통령에게 국내정보 부서 폐지, 준법지원관 제도 도입, 직무범위 벗어나는 조직 설치 금지, 외부전문가와 여성부서장 발탁 등 조직개편결과를 보고했다.

서훈 원장은 "지난 1년 과거의 잘못된 일과 관행을 해소하고, 국내정치와의 완전한 절연과 업무수행체제, 조직혁신에 주력해왔다"라며 "개혁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각오로 미래 정보 수요와 환경 변화에 대비하는 최고의 정보기관으로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업무보고에서 "정부 출범 이후 국내정보 부서를 폐지하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한 데 이어 위법 소지 업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준법지원관 제도'를 도입하고, 직무범위를 벗어나는 부서 설치를 금지하는 등 후속조치를 지속 추진했다"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국가안보 선제대응형 정보체제 구축을 목표로 2차 조직개편을 완료했고, 해편된 부서인력은 해외, 북한, 방첨, 대테러 등 정보기관 본연의 분야로 재배치가 마무리됐다"라고 보고했다.

이어 조직운영과 관련, 국정원은 "능력과 헌신이라는 인사원칙에 따라 학연과 지연, 연공서열을 배제하고, 창설 이래 처음으로 외부전문가와 여성부서장을 발탁해 조직 분위기를 일신했고, 개인의 자율과 책임을 강화해 직원 스스로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근무환경 조성에 나서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세계질서 재편, 신안보 위협 증대, 개인·특정단체로 이뤄진 비국가행위자들의 부상, 4차 산업혁명 시대 본격화로 향후 20년 정보환경을 지배할 메가트렌드를 예측하고, 구체적인 미래 청사진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4월 관련 T/F를 만들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을 운영중이다"라고 보고했다.

서훈 원장은 "대북안보는 물론 장기적 관점에서 한반도 미래의 정보수요를 예측, 정보수집 인프라와 대외협력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영상·통신·사이버 등 기술개발을 강화하겠다"라며 "앞으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국익정보기관으로 거듭나 국민 기대에 부응하겠다"라고 약속했다.
#문재인 #국정원 업무보고 #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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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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