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잠자던 강호의 호기심을 건드리다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 제주 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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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주(sindart)등록 2018.07.25 09:47
강호는 길고양이였습니다. 동네 철물점에 매일 밥을 먹으러 오던 강호가 어느 하루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틀 만에 찾아온 강호는 뒷다리가 심각하게 부러져 있었습니다. 앞발로 기어서 평소에 밥 주던 사람을 찾아온 거지요. 그 분의 도움 요청으로 우리는 만났습니다. 그리고 두 번의 수술을 받고 강호는 두 발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가족이 되었고요. 장애를 얻었지만 늘 씩씩하고 명랑한, 무엇보다 호기심 많은 강호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 기자 말

4. 1 새벽 5시 반. 강호가 문 앞에서 운다. 밖에 나가고 싶은 눈치다. 모른 척하고 누워 있으니 문을 긁는다. 놀라서 녀석을 안아 이불 위로 데리고 온다. 행여 문에 발톱 자국이라도 나면 숙소 주인에 미안한 일. 제주에 온 지 나흘 만에 강호는 잠이 상당 줄었고 방 밖 세상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 ⓒ 이명주


4. 2 강호의 본격 마당 탐험. 넓직한 잔디와 다양한 꽃과 나무, 낮은 돌담이 있는 숙소 마당은 강호의 놀이터로 최고다. 방에서 문턱 두 개만 넘으면 마당이라 접근성도 좋다. 우리가 살던 집은 테라스가 있었지만 2층이었고 콘크리트 바닥이라 강호의 행동반경이 제한되고 놀거리도 많지 않았다.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 ⓒ 이명주


단, 지난 번처럼 강호가 어디 있는 지 몰라 당황하지 않도록 바닷가 산책 중에 발견한 3미터쯤 되는 빨랫줄을 강호 목줄에 연결했다. 다리가 둘 뿐이라도 위급 상황에 강호는 토끼처럼 날세게 뛴다. 늘어진 줄을 보면 강호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 ⓒ 이명주


4. 3 강호의 호기심이 나날이 왕성해지는 듯하다. 일상에선 거의 온종일 잠만 잤는데. '고양이는 잠이 많다'고 하지만 그것도 경우에 따라 다른 것 같다. 마당에 말려둔 조개껍질과 장미꽃, 이름 모를 식물들의 냄새를 맡고 돌담 사이 구멍으로 그 너머를 관찰하기도, 온몸으로 봄 햇살을 만끽하기도 한다.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 ⓒ 이명주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 ⓒ 이명주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 ⓒ 이명주


4. 4 이른 아침 강호와 가까운 바닷가에 나와 앉아 있으면 행복하다. 조깅 중이던 한 여행자가 우리에게 관심을 보였다. 곁에 가도 되냐고 물어서 괜찮다고 했다. 고양이를, 여행과 그림, 춤을 좋아하는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말벗이 그립던 차에 강호 덕에 친구가 생겼다.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 ⓒ 이명주


강호와 같이 다니면 좋은 점 중 하나. 사람들이 경계를 풀고 먼저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언젠가 강호와 버스를 탔다가 몇몇 승객들이 "개도 아니고 고양이를 데리고 다녀?", "택시를 타던가" 하는 말을 들은 후부터 공공장소에선 늘 긴장 상태가 되는데 실제로는 반가워하고 예뻐해주는 경우가 훨씬 잦다.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 ⓒ 이명주


꿀잠 자는 강호. 활동량이 많아지니 밤에 깨지도 않고 아침까지 푹 잔다.

'강호야, 여행 오니 좋아? 난 너랑 함께라서 더 좋아! 우리 내일도 신나게 놀자.'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 ⓒ 이명주


이전 글 : 강호의 첫 바다 그리고 반나절의 '멘붕'(http://www.ohmynews.com/NWS_Web/view/ss_pg.aspx?CNTN_CD=A0002455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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