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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지는 별' 박주영과 '떠오르는 태양' 조영욱

[KEB 하나은행 K리그1 2018] FC 서울, 전남 드래곤즈에 2-1 역전승

18.07.19 09:43최종업데이트18.07.19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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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용준의 대포알 슈팅이 골망을 가르는 순간 탄식이 절로 나왔다. '정녕 우리가 알던 FC 서울은 과거에 묻어둬야 하는 것일까' 하는 내면의 목소리와 함께 말이다.

그러나 희망을 봤다. '막둥이' 조영욱이 '할 수 있다'는 희망찬 에너지를 불어넣었고, 후반기 두 번째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18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1 2018’ 18라운드 FC 서울과 전남 드래곤즈의 경기에서 전남 허용준(맨 우측)이 선제골을 기록한 이후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 이근승


서울이 18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1 2018' 18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와 맞대결에서 2-1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서울은 후반기 4경기 무패행진(2승 2무)을 이어가며 선두권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반면 전남은 스트라이커 부재의 아쉬움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강등권 추락 위기에 놓였다.

얼마 전 막을 내린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적응된 탓이었을까. 전반전은 너무나도 지루했다. 수비 진영에서 볼을 주고받기보다 과감한 전진 패스와 빠른 공격을 보고 싶었지만, 양 팀 모두 조심스러웠다. '이건 넣어야지' 싶은 기회가 원정팀 전남에 몇 차례 찾아들었지만, 한국 축구의 고질병인 '골 결정력 부족'만 확인시켜줬다.

전반 42분 터진 허용준의 선제골은 자신도 모르게 휴대폰을 향하는 눈길을 돌려놓을 수 있었다. 전남은 상대 공격을 차단한 이후 간결한 패스로 빠른 역습을 전개했고, 공간을 놓치지 않은 허용준의 대포알 슛이 골망을 갈랐다. 득점 장면만큼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 내놔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18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1 2018’ 18라운드 FC 서울과 전남 드래곤즈의 경기에서 서울 선수들이 후반전 시작을 앞두고 의지를 다지고 있다. ⓒ 이근승


서울은 후반전 시작 직전, 교체 카드를 활용했다. 김한길을 빼고 안델손을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윤석영의 적극적인 오버래핑과 날카로운 킥이 돋보이기 시작했고, 에반드로와 안델손의 스피드가 전남 수비진에 혼란을 가중시켰다. 고요한의 과감한 중거리 슈팅이 골문을 위협했고, 박주영 대신 투입된 이상호의 슈팅도 전남 벤치를 긴장시켰다.

마침내 동점골이 터졌다. '막둥이' 조영욱이었다. 후반 20분, 조영욱은 문전 혼전 상황에서 침착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이전부터 가벼운 몸놀림을 보이던 조영욱은 자신에게 찾아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기대했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출전이 무산됐지만, 정신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막내가 전한 희망이 서울을 역전으로 이끌었다. 곧바로 경기가 뒤집혔다. 후반 23분, 공격을 몰아치던 서울이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안델손이 침착하게 득점으로 마무리했다. 이후에도 서울은 전남의 후방을 집중 공략하며 추가골을 노렸고, 집중력을 유지하며 승리를 따내는 데 성공했다.

18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1 2018’ 18라운드 FC 서울과 전남 드래곤즈의 경기에서 박주영(오른쪽)이 허재원(왼쪽)과 공중볼 다툼 이후 볼을 주시하고 있다. ⓒ 이근승


'지는 별' 박주영과 '떠오르는 태양' 조영욱

경기 시작 1시간 전, 서울의 선발 명단을 접했을 때 박주영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과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의 주역이었던 '축구 천재'는 출전만으로도 기대를 모으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 탓에 꾸준한 경기 출전이 어려운 상태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격언을 믿기에 박주영의 올 시즌 2호골을 기대했다.

그러나 서울의 스트라이커 박주영은 실망스러웠다. 절정에 달했던 시절 보여준 공중볼 장악력이나 창의적인 움직임으로 득점 기회를 포착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박주영이 전방에서 힘을 쓰지 못하면서, 에반드로와 김한길, 조영욱, 고요한 등 2선에 포진한 선수들의 존재감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올 시즌 14경기 1골이다. 박주영은 국내로 복귀한 2015시즌 7골(23경기), 2016시즌 10골(34경기), 지난 시즌 8골(34경기) 등 만족할 순 없지만 존재감이 있었다. 2016시즌 최종전(vs. 전북 현대)에선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을 우승으로도 이끌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모습이 이어진다면, 박주영이란 이름은 이제 팬들의 가슴 속에 묻어둬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아쉬움이 남는다.

박주영이 '지는 별'의 인상을 전했다면, 조영욱은 '떠오르는 태양'이란 느낌을 줬다. 지난해 국내에서 개최된 U-20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기여했던 조영욱은 올 시즌 프로에 데뷔한 새내기다. 풍부한 활동량과 저돌적인 움직임, 중앙과 측면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함과 스피드를 앞세워 '한국판 아구에로'란 별명도 가진 '특급 재능'이다.

18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1 2018’ 18라운드 FC 서울과 전남 드래곤즈의 경기에서 조영욱(오른쪽)과 한찬희(왼쪽)가 볼을 주시하고 있다. ⓒ 이근승


얼마만큼 성장할지 기대를 모은다. 서울이 시즌 초 극심한 부진에 빠지면서 출전 기회를 잡기 어려웠지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며 팀 중심으로 올라서는 모양새다. 올 시즌 14경기 2골 1도움으로 공격 포인트는 조금 아쉽지만, 스트라이커가 아닌 측면과 2선 중앙에 배치된단 점을 고려하면 나쁜 성적은 아니다.

무엇보다 희망을 전하는 '에너지'가 있다. 조영욱은 누구보다 많이 뛴다.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볼을 받아내고, 공간을 찾아 들어간다. 측면에선 번뜩이는 개인기를 자랑하며 수비의 균열을 불러오고, 기회를 만든다. 크로스와 슈팅 정확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숙제지만, 아직 19세에 불과한 소년이기에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성숙함도 갖췄다. 조영욱은 기대를 모았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최전방 공격수는 물론 2선 전 지역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지만, 김학범 감독은 그를 외면했다.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이들이 포함됐단 점을 생각하면 더욱 아쉬울 수 있다.

그러나 조영욱은 개의치 않았다. 아무 일 없다는 듯 평소처럼 그라운드를 누볐다. 팀이 필요로 한 순간에는 득점을 터뜨렸고, 역전골에도 이바지했다. 승리의 주역으로 손색없는 100점 만점 활약이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출전 좌절에 실망하지 않고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 모습에서 그가 얼마나 성숙한 선수인지 알 수 있었다.

서울은 17일 세르비아 출신 장신(191cm) 스트라이커 보얀 마티치를 영입했다. 마티치는 2016·2017시즌(11골) 세르비아 2부 리그에 머물던 소속팀(FK 마치바 샤바츠)을 1부로 끌어올렸고, 지난 시즌에는 11골을 몰아치며 최상위 리그에서도 경쟁력을 증명했다. 힘과 높이를 앞세운 포스트 플레이에 능하고, 연계 플레이에 강점이 있는 그는 서울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조영욱이 전한 희망의 에너지를 앞세워 후반기 4경기 무패를 질주 중인 서울. 박주영의 부진으로 인해 아쉬웠던 스트라이커까지 보강했다. 전반기 최악의 모습을 딛고 우리가 알던 서울로 돌아올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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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 서울VS전남 드래곤즈 조영욱 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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