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기 위해 늦잠 자기로 했다

[통풍일기⑥] 건강 위해 생활습관 바꾸기... 운동 줄이기, 충분히 잠자기, 식이조절

등록 2018.07.21 18:41수정 2018.07.21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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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4일 통풍 첫 발작 이후 4개월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기사와 블로그 포스팅으로 통풍에 걸렸다는 사실을 공개한 이후 많은 분들이 걱정해주시고 여러가지 좋은 처방도 알려주셨습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누적된 생활습관에서 비롯된 통풍은 금세 낫지는 않았습니다.


통풍 환자로 살아온 지난 4개월 동안 생활습관을 바꾸는 노력을 많이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우선 병원에서는 '완치가 없는 병'으로 '평생 관리' 해야 하는 병이라고 하였기 때문입니다. 약을 먹으면 증상은 치료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안 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다른 치료 방법을 선택하였습니다. 하나는 한방치료이고 다른 하나는 민간요법입니다. 한방 치료 과정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자세히 소개하겠습니다. 그런데 어떤 치료법을 선택하든 꼭 바꿔야 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생활습관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완치는 말할 것도 없고 증상을 호전시키기도 어렵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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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풍 환자를 위한 안내문 ⓒ 이윤기


몸이 피곤할 만큼 운동하지 않기

통풍에 걸려 환자로 살아가면서 몇 가지 습관을 먼저 바꾸었습니다. 그중 가장 먼저 바꾼 생활습관은 운동량을 줄이는 일이었습니다. 약 5~6년 전부터 아침마다 수영을 하고 있었고, 가끔 주말에는 장거리 자전거 라이딩도 즐겼습니다만, 통풍 발병 후에 운동을 확 줄였습니다.

사실 아침 수영은 오랫동안 습관이 되어 통풍 발병 후에도 약 한 달 정도는 '발작기'만 피해서 계속하였습니다. 하지만 두 달 사이에 세 번째 발작까지 겪고 나서는 석 달넘게 자전거는 물론이고 수영까지 모두 쉬고 있습니다.


통풍에 관한 정보를 모아 둔 곳에는 걷기, 달리기는 통풍에 좋지 않은 운동으로 소개되어 있고, 수영, 자전거 등은 권장하는 운동으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발병 초기에는 수영 정도는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였습니다만 결국 모든 운동을 일시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수영을 쉬게 된 것은 '과도한 운동'도 원인이 될 수 있다는 한의사의 지적과 '과로'도 통풍 발작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하는 선배 환자들의 체험담 때문입니다. 한의사는 "자신의 몸에 부치는 운동이 요산 수치를 높일 수 있다"고 충고하였고, 5~6년 전부터 통풍을 앓고 있는 한 선배는 "경험해보니 내 경우에는 잠을 못 자고 몸이 피곤할 때 발작이 오더라"는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원인이 어느 쪽이든지 과도한 운동이 건강을 해칠 수도 있겠다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석 달 동안은 가벼운 주말 수영만 몇 차례하고 자전거를 비롯한 다른 운동은 모두 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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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풍에 걸린 발 ⓒ 이윤기


늦게 자면 늦게 일어나기

생활습관 바꾸기 두 번째는 '늦게 자면 늦게 일어나기'입니다. 2000년 이후 단식과 채식을 공부하고 나서부터 일찍 일어나기는 몸에 밴 습관입니다. 더군다나 지난 5~6년 동안은 아침 수영을 하였기 때문에 늦어도 오전 6시에는 일어나 7시부터 1시간 수영을 하고 사무실로 출근을 하였습니다.

밤에 몇 시에 잠을 자든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은 늘 일정하였습니다. 일어나는 시간과 습관이 몸에 배고나니 새벽 1시에 자든 2시에 자든 오전 6시에는 자동으로 눈이 떠지더군요. 멀리 출장을 갔다가 새벽에 집에 들어와도 아침 수영을 하고 출근하였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몇 시에 자든 아침엔 무조건 6시에 일어난다"고 자랑을 섞어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실제로 늦게 잠을 자도 알람이 울리지 않아도 6시만 되면 잘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통풍환자로 넉 달째 살아가면서 지금은 잠자는 습관을 많이 바꾸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늦게 자면 늦게 일어나기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오전 6시에 일어나는 날이 많습니다. 하지만 새벽 늦게 잠자리에 들거나 몸이 피곤한 날은 6시에 잠이 깨도 7~8시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뒹굴뒹굴 시간을 보내다 일어납니다.

"잠을 적게 자고 건강하기는 어렵다"는 약사의 충고를 받아들이기로 한 겁니다. 아프기 전보다 훨씬 게을러졌지만, 아무리 늦게 자도, 아무리 피곤해도 오전 6시에 일어나는 기계 같은 삶을 포기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적어도 몸이 피곤한데도 꾹꾹 참고 일찍 일어나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던 어리석음에서는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잠을 적게 자고 난 날 먹던 아**민 골드 같은 약도 끊었습니다. 당연히 전체적인 수면시간도 많이 늘었습니다. 피로가 쌓이지 않도록 최대한 그때그때 풀어주려고 노력하게 되었지요.

절주가 아닌 단주

세 번째로 바뀐 습관은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겁니다. 원래부터 과음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체질적으로 술을 잘 마시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술을 먹으면 온몸이 빨개지고 잠이 쏟아졌고, 그래도 그냥 더 마시면 곧 '토'하게 되는 그런 체질이었습니다.

하지만 술자리는 분위기와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했기 때문에 남들만큼 술을 마시지 못하면서도 술자리는 많았습니다. 맥주든 소주든 4~5잔 넘게 마시지는 못하였습니다만, 지난 넉 달 동안은 그마저도 끊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술은 스스로도 자제하지만 주변 사람들도 많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기사와 SNS를 통해 제가 통풍 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많은 지인들이 걱정을 해주고, 특히 술자리에서 술을 권하는 사람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막아줍니다. 덕분에 억지로 술을 마시지 않아도 되고 마실 수 있는 만큼만 마시면서 술자리를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원래부터 술을 좋아했다면 금주가 힘들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다지 술 자체를 즐기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습관을 바꿀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쉽게 술을 끊을 수 있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후배 중에 통풍을 앓고 있는 친구가 있는데, 워낙 술을 좋아하다 보니 그냥 약을 먹고 술도 먹는다고 하더군요.

채식보다 더 어려운 것

네 번째로 바뀐 습관은 요산을 생성하는 '퓨린'이 많이 든 음식을 줄였습니다. 2000년 이후부터 육류를 먹지 않았고 곡류와 채소를 중심으로 생선까지 먹는 채식을 해왔었는데, 최근엔 생선과 해산물도 가려 먹게 되었습니다.

사실 식습관을 바꾸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새우와 게 같은 갑각류, 멸치부터 꽁치, 고등어, 참치 같은 등푸른생선이 통풍 금기 식품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새우와 게 그리고 참치까지 피하려고 하다 보니 그야말로 먹을 수 있는 것이 많이 줄었습니다.

그렇다고 멸칫국물까지 피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고기를 피할 수 없는 자리에서는 건더기만 피할 때도 있고, 또 어떤 때는 고기도 적은 양은 사람들과 함께 먹을 때도 있습니다. 비건(완전채식)이 되면 반드시 통풍이 나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당장 삶을 완전하게 바꾸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통풍에 걸린 이후에 열흘간의 단식과 6개월 넘게 채식을 했던 선배는 그 후 2년 동안 통풍 발작이 없었다고 하더군요. 그의 체험을 따르자면 1년에 한 번씩만 단식을 해도 통풍 발작을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을 것 같더군요.

아무튼 가장 큰 변화는 충분히 자고 충분히 쉬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매일 오전 6시면 어김없이 눈을 뜨고 일어나 운동하고 출근하는 부지런함을 버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몸이 아픈 건 그동안 살아온 삶의 방식을 바꾸라는 신호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통풍 #요산 #운동 #퓨린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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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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