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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은 제2의 닐로?' 의문의 차트 1위... 문제는 여기에 있다

[주장] 수상한 역주행으로 차트 1위에 오른 숀의 'Way back home'

18.07.18 13:58최종업데이트18.07.18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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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7일 발매된 숀의 EP < Take >. 이 미니 앨범에 논란의 곡 'Way back home'이 수록되어있다. ⓒ 워너뮤직


또 다른 '수상한 1위'다. 인디 밴드 칵스(The Koxx) 멤버 DJ 숀(Shawn)의 신곡 'Way back home'은 15일부터 국내 최대 온라인 음원사이트 멜론에서 급격한 차트 상승세를 보이더니, 17일 기어이 차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92위로 진입 후 정상까지 오르는 데 걸린 시간은 단 열흘이었다. 앞서 지난 4월 가수 닐로의 '지나오다'가 납득하기 어려운 추세로 각종 음원사이트를 석권하기도 했다. 숀을 보고 닐로가 떠오른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Way back home'이 제친 숱한 경쟁작들은 이 곡의 성과를 더 대단하게(?) 만든다. 'Dance the night away'로 컴백한 트와이스부터 '1도 없어'의 에이핑크, 16일 컴백한 음원 강자 마마무, 꾸준히 상위권에서 인기를 누리던 블랙핑크의 '뚜두뚜두' 등 걸그룹 대전부터 차트 롱런 중인 볼빨간사춘기와 멜로망스도 있다. 숀의 신곡이 든든한 팬덤과 폭넓은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들 아티스트들 이상의 지지를 얻고 있는 곡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에 숀의 솔로 활동을 담당하는 소속사 DCTOM 엔터테인먼트는 "바이럴 마케팅은 진행했지만 사재기는 절대 아니다"라고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2018년 4월 13일 <일간스포츠> 숀 소속사 "바이럴 마케팅은 진행, 사재기는 NO" [공식입장]).

숀-소속사가 주장하는 바이럴 마케팅 효과, 정말일까

페이스북 페이지 '너만 들려주는 음악'이 음원차트 1위에 오른 숀을 홍보하고있다. ⓒ 페이스북 캡쳐


그러나 숀이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기까지의 지표에는 의심스러운 구석이 많다. 앞서 닐로의 '지나오다'는 1위를 차지하기 이전에도 꾸준히 차트에 이름을 올린 편이었다. 그러나 'Way back home'은 갑자기 차트에 등장하자마자 순식간에 상위권을 차지했다. 숀은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폐막식 무대와 국내 유수의 EDM 페스티벌에서 활약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곡을 찾아듣는 이들은 소수였다.

소속사 측은 "배우 이유비, 가수 타블로와 윤하 등 유명 아티스트의 개인 SNS에서 언급돼 입소문이 퍼졌다"며 "카페, 식당, 방송 BGM 등으로 차근차근 인기를 얻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희망사항에 가까워 보인다.

이런 숀을 가장 적극적으로 홍보한 곳이 지난 '닐로 사태' 때 도마 위에 올랐던 페이스북 음악 추천 페이지들이라는 점이 의구심을 더한다. '너만 들려주는 음악', '착한 플레이리스트' 등의 페이지는 지난 닐로 때와 유사한 경로로 숀을 홍보하고 있다. '아름다운 역주행', 'EDM은 역시 숀' 등 다양한 문구와 페이스북 광고를 적극 활용해 노출도를 높이고 대중에게 아티스트 이름을 알렸다. 숀과 소속사가 인정한 '바이럴 마케팅'은 바로 이런 페이지를 통한 홍보 방식이다.

이들 페이지는 최근 "좋은 음악을 소개했을 뿐 음악을 찾아 듣는 것은 리스너의 몫"이라며 "리스너를 폄하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지난 '닐로 사태'를 통해 일반인의 음악 추천을 가장했던 여러 콘텐츠 페이지들이 바이럴 마케팅의 일환이었다는 걸 알게 된 대중에게 이런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리고 냉정히 말해 '관리자가 생각하는 재밌고 좋은 음악들을 추천'하는 페이지조차 기획의 일부로 밝혀진 이상 그들도 이런 차트 혼란에 분명 책임이 있다.

침묵하는 음원사이트들, 결국 진짜 문제는 여기에

음원 사이트 멜론에서 캡쳐한 숀의 EP < Take > ⓒ 멜론 캡쳐


더 질타받아야 할 곳은 "비정상적인 움직임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하는 음원 사이트들이다. 국내 음원 사이트들은 실시간 차트, 5분 차트 등 음원 차트를 경마장으로 만들어 팬덤 간의 경쟁을 유도하고 수익만 챙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런 음원사이트들이 정작 수상한 움직임에는 '시스템에는 이상 없다'고 침묵하고 있기 때문. 음원차트와 페이스북 페이지들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SNS 홍보 채널 몇 개로 좌지우지 되는 음원 차트에 어떤 대표성을 부여할 수 있을까.

'닐로 사태'로 많은 비판을 받았던 음원사이트들은 지난 11일부터 새벽 시간대(오전 1시부터 7시까지) 실시간 차트를 폐지했다. 그러나 미봉책이었을 뿐, 근본적인 대책은 마련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어떤 아티스트가 1위에 오르든 음원사이트 입장에서는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 반면 그 과정을 공개하면 오히려 그동안 쌓아놓은 신뢰를 한 순간에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공식적인 음악 차트 없이 사기업이 한 나라의 음악순위를 대표하는 대한민국 음악계의 씁쓸한 현실이다.

숀의 'Way back home' 차트 1위 등극은 닐로의 '지나오다' 이후 또 다시 한국 음악 시장의 어두운 현실을 보여준다. 어떤 곡이든 인기곡이 될 수 있으나 이들이 주장하는 '바이럴 마케팅'은 수상하기만 하다. 경쟁을 부추겨 소비를 자극하는 시스템은 정작 공정해야 할 지점에서 손을 놓고 팬덤을 기만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역시, 음악에 대한 관심은 아무도 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도헌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https://brunch.co.kr/@zenerkrepresent/216)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
사재기 음악 논란 음원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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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평론가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2013-2021)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편집장 (2019-2021) 메일 : zener1218@gmail.com 더 많은 글 : brunch.co.kr/@zenerkrepres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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