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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벤투스로 향한 호날두, '위대한 역사'는 계속될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레알 마드리드 떠나 유벤투스FC로 전격 이적

18.07.11 09:36최종업데이트18.07.1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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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프로구단 유벤투스FC의 공식 홈페이지 메인 화면. 호날두의 이적을 알리면서 '환영한다'라고 밝혔다. ⓒ 유벤투스 홈페이지 갈무리


'축구의 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아래 레알)를 떠나 이탈리아 명문 유벤투스로 향한다.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세기의 이적'이다.

레알은 11일 오전(아래 한국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호날두가 유벤투스로 이적한다"고 발표했다. 영국 매체 스카이스포츠는 "유벤투스가 호날두 영입을 위해 무려 1억 500만 파운드(한화 약 1570억 원)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계약 기간도 은퇴를 앞둔 노장 선수에 제안하기 힘든 4년으로 알려졌다.

호날두는 레알 홈페이지를 통해 작별 인사를 전했다. 그는 편지에서 "레알에서의 시간은 인생에 있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나를 사랑해준 이 도시와 클럽에 크나큰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나는 내 인생에서 새로운 무대가 열릴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적을 요청했다. 레알의 서포터들이 나를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계속해서 "지난 9년(레알에서 뛴 시간)은 정말 환상적인 시간이었다.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3연패를 포함해 6년 동안 4차례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4번의 골든볼과 3번의 골든 부츠를 수상하기도 했다. 이 모든 시간에 만족한다. 클럽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호날두는 "지난 9년의 세월 동안 나는 더 나은 선수로 발전할 수 있었다. 나는 떠나지만, 레알의 셔츠와 엠블럼,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레알 홈구장)는 영원할 것이다. 내가 어디에 있든지 그 자부심을 잊지 않을 것"이라면서 편지를 마무리했다.

'호날두=레알'이었던 9년의 시간

올여름에도 연례행사처럼 이루어지는 '설'이라고 생각했다. 호날두는 지난 2009년 여름 레알 유니폼을 입은 이후 9년 동안 팀의 상징이나 다름없었다. 호날두는 리오넬 메시와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를 앞세워 세계 축구를 호령하던 FC바르셀로나 독주 시대를 끝냈고, 역사적인 UCL 3연패를 이끌었다.

'축구의 신'이란 표현 외에는 호날두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유럽 정상을 이끌고 레알로 건너온 2009·2010시즌. '축구의 신'에게 새로운 무대 적응은 필요치 않았다. 리그(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9경기(선발 28)에 출전해 26골 7도움을 기록했다. UCL에서도 6경기(선발 5)에서 7골을 몰아쳤다.

스페인에서의 첫 시즌은 맹활약을 예고한 것이었을까. 호날두는 세계 축구팬들을 매번 놀라게 했다. 2010·2011시즌 리그 34경기(선발 32) 40골 11도움, 2011·2012시즌 38경기(선발 37) 46골 12도움을 기록했다. 2012·2013시즌 리그 34경기(선발 30) 34골 10도움의 기록이 아쉬워 보였을 정도로 인간의 활약이라 믿을 수 없었다.

2014·2015시즌에는 리그 35경기 48골 16도움을 올리며, 개인적으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UCL에서의 활약도 빼어났다. 2011·2012시즌 10경기 10골, 2012·2013시즌 12경기 12골, 2013·2014시즌에는 11경기에서 17골을 몰아쳤다. 2015·2016시즌에는 12경기에서 16골을 몰아치며 역사적인 UCL 3연패의 시작을 알렸다.

지난 2017년 5월 15일(한국시각)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6-2017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7라운드 세비야와 홈경기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4-1로 승리했다. 이날 호날두는 2골을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 EPA/ 연합뉴스


레알에서의 마지막 시즌이 된 2017·2018시즌은 드라마틱했다. 호날두는 시즌 초 징계와 부진이 겹치며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간을 보냈다. UCL에서는 변함없이 득점포를 가동했지만, 리그에서는 좀처럼 골을 터뜨리지 못했다. 호날두는 지난해 12월까지 리그에서 단 4골에 머물렀다.

그러나 호날두였다. 호날두는 지난 1월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전 멀티골을 시작으로 10경기에서 19골을 몰아쳤다. '호날두도 흘러가는 세월은 피할 수 없다'는 우려를 불식시켰고, 리그 27경기 26골 5도움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UCL에서도 13경기 15골을 몰아치며 레알 3연패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

호날두는 유럽 축구 역사상 최초로 UCL 11경기 연속골 행진도 벌이며, 세계 축구 역사에 다시 한 번 이름을 올렸다. 그는 레알에서 437경기에 출전해 구단 역사상 최다 득점 기록인 450골을 넣었다. 해트트릭만 44차례 기록했다. 레알 유니폼을 입고서는 발롱도르도 4회(총 5회)나 수상했다.

레알의 상징이었던 호날두는 UCL 우승 4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 2회, 코파 델 레이 우승 2회, FIFA(국제축구연맹) 클럽 월드컵 우승 2회 등에도 앞장섰다. 지난 9년은 '호날두가 레알이었고, 레알이 호날두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기의 이적', 호날두는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까

호날두가 레알 잔류를 선택했다면, 큰 문제 없이 현재의 위상을 유지할 가능성이 컸다. 9년간 에이스 역할을 했고, 당장 호날두를 대체할 만한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급작스러운 부진에 빠진다 해도 레알의 호날두가 벤치로 내려앉을 가능성은 매우 적었다. 은퇴가 코앞으로 다가오면 고향(스포르팅 CP)으로 돌아가 행복한 말년을 보낼 수도 있었다.

호날두의 유벤투스 이적이 절대 쉬운 선택이라 생각되지 않는 이유다. 그의 나이가 어느덧 만 33세다. 세월을 거스르는 '축구의 신'이라지만, 뚜렷한 기량 저하를 보인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나이다. 더욱이 이탈리아 무대는 처음이다. 적잖은 나이지만, 생소한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그러나 호날두다. '축구의 신'이기 때문에 그의 도전에는 큰 기대가 따른다. 이탈리아 세리에 A가 쉬운 무대는 아니지만, 호날두가 누볐던 잉글랜드나 스페인보다 뛰어난 리그로 평가받지는 못한다. 이탈리아 클럽이 유럽 정상을 차지한 것도 2009·2010시즌이 마지막이다. 당시 조세 무리뉴 감독이 이끌던 인터밀란이 UCL을 제패한 바 있다.

유벤투스 유니폼을 입은 호날두가 리그는 물론 UCL 정상 도전에 앞장설 수 있을지 기대된다. 호날두는 이탈리아 최고의 클럽이자 자신의 소속팀이 된 유벤투스를 상대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인 기억이 있다. 2016·2017시즌에는 UCL 결승전에서 맞붙어 멀티골을 터뜨렸다. 짠물 수비를 자랑하던 유벤투스는 호날두의 '원맨쇼'에 1-4 대패를 피할 수 없었다.

▲ 호날두의 세리머니 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지난 6월 20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B조 모로코 경기에서 첫 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호날두는 2017·2018시즌 UCL 8강 1차전 유벤투스 원정에서도 멀티골을 터뜨렸다. 특히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오버헤드 킥으로 득점을 터뜨리며, 유벤투스 팬들의 기립박수까지 받았다. '악연'이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호날두가 '인연'이 되어 찾아왔다. 호날두는 유벤투스에서도 위대한 역사를 써 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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