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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니도 못한 4강, 잉글랜드가 크로아티아 넘고 결승 노릴까

[러시아 월드컵] 4강서 맞붙는 '축구종가'와 '발칸반도의 호랑이', 누가 승리할까

18.07.11 09:55최종업데이트18.07.1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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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리그가 끝나고 16강 대진표가 완성됐을 때 축구팬들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포르투갈, 프랑스, 아르헨티나, 브라질, 벨기에 등 소위 우승 후보로 꼽히던 팀들이 대부분 한 쪽 사다리에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조 1위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던 독일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하고 지난 대회 준우승팀 아르헨티나가 조 2위로 밀려 나면서 생긴 결과였다.

한결 수월해 보이는 반대쪽 사다리에서는 '무적함대' 스페인이 무난하게 결승까지 오를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축구 팬들의 예상은 또 한 번 빗나가고 말았다. 스페인이 16강전에서 개최국 러시아에게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패하며 일찌감치 탈락했기 때문이다. 에이스 하메스 로드리게스(바이에른 뮌헨)가 부상으로 16강전에 출전하지 못한 또 다른 강자 콜롬비아도 8강 무대를 밟지 못했다.

오는 12일 오전 3시(이하 한국시각) 결승 진출을 놓고 다툴 팀은 '축구종가' 잉글랜드와 '발칸반도의 호랑이'의 크로아티아로 결정됐다. 1998년부터 월드컵 무대에 나서기 시작한 크로아티아는 아직 한 번도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고 잉글랜드 역시 마지막으로 결승에 오른 시기는 1970년생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태어나기도 전인 1966년까지 거슬러 올라 가야 한다. 양 팀 모두 사실상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는 셈이다.

베컴·제라드·루니도 못한 4강, 사우스게이트호가 이뤘다

2018년 6월 18일(현지 시간), 튀니지와 잉글랜드의 러시아 월드컵 G조 조별리그 1차전 경기 모습.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 선수가 결승골을 터뜨리고 기뻐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현재 영국에서는 프로 테니스 4대 그랜드 슬램 대회 중 가장 역사가 깊고 권위가 높은 윔블던 대회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매년 세계 테니스 팬들을 열광시키던 윔블던 대회가 올해는 흥행을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윔블던을 개최하는 잉글랜드가 러시아 월드컵 4강에 진출했기 때문이다(실제로 주최 측에서는 관중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월드컵을 볼 수 있도록 엄격한 대회규정을 완화했다). 그만큼 잉글랜드의 4강 진출은 영국에서 엄청나게 큰 뉴스다.

잉글랜드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 8강에서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가 저지른 '신의 손' 사건에 희생양이 되며 아쉽게 탈락했다. 하지만 잉글랜드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도 게리 리네커와 폴 개스코인의 활약을 앞세워 4강에 오르는 저력을 과시했다. 당시만 해도 잉글랜드가 세계 축구계를 주름잡는 축구 강국 중 하나라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예선 탈락한 잉글랜드는 화려한 멤버 구성을 자랑하고도 1998년 프랑스 월드컵 16강, 2002년 한일 월드컵 8강, 2006년 독일 월드컵 8강에 그쳤다. 데이비드 베컴, 폴 스콜스, 프랭크 램파드, 스티브 제라드 등 월드 클래스 미드필더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들은 한 팀이 되지 못하고 겉돌았다. 급기야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잉글랜드 대표팀에 대한 기대치는 그리 높지 않았다. 오랜 기간 잉글랜드 축구를 상징했던 웨인 루니(DC 유나이티드)가 대표팀에서 제외됐고 과거에 비해 미드필더의 경험치는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잉글랜드는 이번 대회에서 베컴도, 제라드도, 루니도 이루지 못한 월드컵 4강이라는 큰 성과를 이뤄냈다. 특히 존 스톤스(맨시티)와 해리 매과이어(레스터시티)로 구성된 젊은 센터백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다.

잉글랜드를 28년만에 준결승에 진출시킨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 ⓒ 연합뉴스


28년 만에 4강에 진출한 잉글랜드는 이번 대회를 52년 만에 결승에 진출할 최적의 시기로 보고 있다. 물론 4강에서 만날 크로아티아의 전력이 결코 만만치 않지만 만약 이번 기회를 놓치면 잉글랜드에게 이런 유리한 대진표는 다시 찾아오기 힘들다. 축구 종가로서 자부심이 높은 영국 국민들은 매년 열리는 윔블던 흥행이 다소 타격을 입더라도 28년 만에 찾아온 결승 진출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발칸 반도의 두 번째 황금세대, 대형 사고 친다

1991년 냉전시대의 붕괴를 계기로 독립을 선언했지만 1995년 여름까지 내전을 계속했던 크로아티아 국민들에게 축구는 삶의 고단함과 전쟁의 후유증을 잊게 해주는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그리고 크로아티아는 분리독립 후 첫 번째로 출전한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득점왕 다보르 슈케르를 앞세워 4강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이뤄냈다. 특히 8강에서는 우승후보 독일을 3-0으로 꺾는 대이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크로아티아는 슈케르를 중심으로 한 소위 '황금세대'가 대거 은퇴한 2000년대 이후 월드컵에서 급격한 침체에 빠졌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이탈리아를 꺾었음에도 멕시코와 에콰도르에 패해 탈락했고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호주, 일본과 비기고도 브라질에게 패하며 토너먼트에 출전하지 못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본선 진출에 실패한 크로아티아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1승 2패로 다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비록 월드컵에서는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지만 크로아티아는 꾸준히 세계적인 선수들을 배출하며 '발칸반도의 강호'로 군림하고 있다. 크로아티아의 에이스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는 자타가 공인하는 월드클래스 미드필더로 꼽히고 이반 라키티치(FC바르셀로나), 마리오 만주키치(유벤투스), 이반 페리시치(인터밀란), 데얀 로브렌(리버풀) 등 크로아티아의 스쿼드에는 유럽 빅클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2018년 6월 2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와 크로아티아의 러시아 월드컵 D조 2경기 당시 장면.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크로아티아의 이반 스트리니치와 마르셀로 브로조비치를 상대로 경기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조별리그에서 아르헨티나를 3-0으로 꺾는 등 3전 전승 7골 1실점으로 화력을 뽐냈던 크로아티아는 토너먼트에서는 2경기 연속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전을 치렀다. 2경기 연속 연장 혈투 끝에 따낸 승리는 분명 크로아티아의 팀 분위기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반대로 연이은 연장 승부에 따른 체력 저하는 분명 큰 부담이 될 것이다. 크로아티아가 우승까지 도전하려면 4강전은 90분 안에 승부를 봐야 한다.

크로아티아는 지난 유로2008 예선에서 잉글랜드를 각각 2-0, 3-2로 꺾으며 잉글랜드를 예선에서 탈락시켰던 기억이 있다. 반대로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잉글랜드와 예선에서 만나 각각 1-4, 1-5로 대패하며 본선 진출에 실패한 바 있다. 따라서 크로아티아에게 잉글랜드는 자신감과 두려움을 동시에 주는 상대라 할 수 있다. 물론 월드컵 결승에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앞에서 크로아티아가 주눅들 이유는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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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 월드컵 4강 프리뷰 잉글랜드 크로아티아 루카 모드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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