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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이랑 참사' 씻지 못한 브라질, 자만이 발목 잡았다

[러시아 월드컵] 브라질, 8강에서 벨기에에 1-2 패배

18.07.07 11:18최종업데이트18.07.0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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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은 더 이상 영원한 '우승 후보'가 아니다. 자격이 없다. 2002 한-일 월드컵 우승 이후 숱한 기회가 있었지만, 매번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프랑스와 함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받던 이번 대회에서도 8강전에서 고개를 숙였다. 과거의 영광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면, 브라질은 평범한 팀으로의 추락을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이 7일 오전 3시(아래 한국시각) 러시아 카잔에 위치한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FIFA(국제축구연맹) 러시아 월드컵 8강전 벨기에와 맞대결에서 1-2로 패했다. 브라질은 무려 27차례의 슈팅을 시도하며 상대 골문을 열기 위해 파상공세를 퍼부었지만, 황금세대를 앞세운 벨기에를 넘어서는 데 실패했다.

2018년 7월 7일 오전 3시(한국시간) 열린 러시아 월드컵 8강 브라질과 벨기에의 경기. 벨기에의 케빈 데 브라위너가 득점한 후 브라질의 네이마르가 당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AP/연합뉴스


초반부터 꼬였다. 전반 13분, 코너킥 상황에서 올라온 크로스가 페르난지뉴의 자책골로 이어졌다. 가브리엘 제수스와 자리가 겹치면서 일어난 사고였다. 브라질은 동점골을 넣기 위해 공격에 힘을 실었지만, 득점은 터지지 않았다. 외려 벨기에에 추가골을 내줬다. 전반 31분, 케빈 데 브라위너가 번개처럼 빠른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브라질은 교체 투입된 헤나투 아우구스투가 후반 31분 만회골을 터뜨렸지만, 더 이상의 득점에는 실패했다. 아우구스투의 결정적인 슈팅은 골문을 살짝 벗어났고, 필리페 쿠티뉴의 득점이나 다름없는 기회는 허공으로 날아갔다. 종료 직전 '골이다' 싶었던 네이마르의 슈팅은 티보 쿠르투아 골키퍼의 믿을 수 없는 선방에 막혔다.

1-2 패배. 브라질은 독일과 아르헨티나, 스페인 등 전통의 강호이자 강력한 우승 후보들처럼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가게 됐다. 

너무나도 컸던 카세미루의 공백

이 경기를 미네이랑 참사와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브라질은 조국에서 열린 지난 대회 준결승에서 독일에 1-7로 대패했다. 세계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충격적인 경기였다. 이날의 패배도 충격이긴 하지만, 당시 느꼈던 감정과는 큰 차이가 있다. 브라질은 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질 만한 경기력을 보였다.

카세미루의 경고 누적 공백은 벨기에전 패배를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3선에 포진하는 카세미루는 중원과 수비의 핵심이다. 레알 마드리드의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3연패 주역이기도 한 그는 이번 월드컵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공격력은 다소 떨어질지 모르지만 궂은일을 도맡는 그가 있어, 브라질은 큰 탈 없이 8강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카세미루는 멕시코와 맞붙은 16강전에서 경고를 받으며 벨기에전에 나설 수 없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팀 맨체스터 시티에서 활약하는 페르난지뉴가 대체자로 나섰지만, 카세미루의 빈자리만 더욱 커지게 했다. 브라질은 로멜루 루카쿠와 에당 아자르, 데 브라위너가 앞장서는 빠른 역습을 전혀 막아서지 못했다.

마루앙 펠라이니의 선발 투입으로 수비 부담을 던 데 브라위너는 장기인 침투 패스를 마음껏 찔렀고, 아자르는 드리블 실력을 양껏 자랑했다. 페르난지뉴가 데 브라위너의 패스를 끊어내고 아자르의 움직임을 봉쇄해야 했지만, 어찌할 줄 모르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페르난지뉴는 어설픈 위치 선정으로 자책골까지 기록했다. 90분 내내 '카세미루가 그라운드 있었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사라지지 않았다.

2018년 7월 7일 오전 3시(한국시간) 열린 러시아 월드컵 8강 브라질과 벨기에의 경기. 벨기에의 케빈 데 브라위너가 팀의 두 번째 골을 득점한 후 환호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팀보다 위대한 개인?', 세계 최고란 착각에서 벗어나야

그러나 카세미루의 결장이 벨기에전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은 아니었다. 브라질이 벨기에에 발목 잡힌 결정적인 이유는 '오만함'이다. 그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세계 최고인줄 안다. 16년 동안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지만, '영원한 우승 후보'란 타이틀에 심취해 현실을 보지 못하는 모양새다.

벨기에는 하나의 팀으로 똘똘 뭉쳤다. 16강전에서 맞붙은 일본에 패배 직전까지 몰렸던 경험이 교훈으로 작용한 모습이었다. 필드 플레이어 전원이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고, 상대를 강하게 몰아붙였다. 특히 중원에 포진한 펠라이니와 악셀 비첼은 거친 반칙도 서슴지 않았다. 기술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압도적인 피지컬로 상대의 체력을 쏙 빼놓았다.

뒷공간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 수비도 개선했다. 좌우 풀백 나세르 샤들리와 토마스 메우니에는 무턱대고 공격에 가담하기보다 본업인 수비에 충실했다. 스피드와 개인기를 가진 네이마르와 마르셀로, 윌리안이 뒷공간을 공략할 수 없도록 높은 집중력을 발휘했다. 수비수 얀 베르통헨도 중앙과 측면을 활발히 오가면서 안정감을 더했다.

브라질은 하나의 팀으로 나선 벨기에를 개인으로 맞섰다.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좌절하면서 왕관은 자신의 것으로 생각한 네이마르는 무리한 드리블을 일삼았다. 한 박자 빠른 패스가 필요한 시점에서도 드리블이 우선이었다. 3개의 슈팅과 7차례의 키 패스 성공 등 기록은 빼어났지만, 팀이 필요로 한 결정적인 순간 또다시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부상에서 돌아온 세계 최고의 풀백(왼쪽) 마르셀로와 쿠티뉴, 윌리안 등도 다르지 않았다. 조직적인 패스를 통해 기회를 만들기보다 번뜩이는 개인기로 득점을 노렸다. 후반 중반 이후 개인과 팀이 조화를 이루며 좋은 기회를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이때는 부족한 결정력이 발목을 잡았다.

아데노르 레오나르도 바치 감독의 신뢰를 잃지 않았던 스트라이커 제수스의 활약도 아쉬웠다. 제수스는 연이은 무득점에도 불구하고 벨기에전 역시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지만, 기대한 득점은 터지지 않았다. 득점은 없더라도 빼어난 연계 능력을 발휘하며 팀을 준결승으로 이끈 루카쿠와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2018년 6월 18일(현지시간), 파나마와 벨기에의 러시아 월드컵 G조 조별리그 1차전 경기. 벨기에의 로멜루 루카쿠 선수가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사실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벨기에의 선수 면면은 브라질과 비교해 밀리지 않는다. 데 브라위너와 아자르는 EPL 최고의 선수로 손꼽히고, 루카쿠는 해리 케인과 함께 EPL을 주름잡는 스트라이커다. 빈센트 콤파니와 베르통헨, 토비 알데르베이럴트도 EPL 최고의 수비수로 손색없다. 쿠르투아 골키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브라질은 '개인 기량에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 듯했다. 그들은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따돌려야만 패스가 나갔다. 조직적인 패스로 기회를 만들어내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수비는 등한시하고 공격에만 집중해 추가 실점 위기를 맞기도 했다. 브라질에는 루카쿠와 펠라이니, 비첼처럼 팀을 위해 헌신하는 선수가 보이지 않았다.

과거의 명성을 되찾고 싶다면, 이제라도 바뀌어야 한다. 세계 축구의 평준화가 이루어지면서, 더 이상 특별한 선수 하나가 우승을 이끄는 기적은 사라졌다. 10년 넘게 세계 축구를 호령한 메시와 호날두만 보더라도 월드컵은 팀으로 맞서야만 챔피언에 오를 수 있다. 현재의 브라질은 영원한 우승 후보가 아닌 평범한 축구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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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VS벨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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