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FIFA 랭킹 57위 대한민국의 반란,
월드컵 주인공은 나야 나!

[러시아 월드컵] FIFA 랭킹 1위 독일에 2-0 완승... 아름다운 월드컵 역사 쓴 신태용호

18.06.28 08:23최종업데이트18.06.28 09:58
원고료로 응원

▲ [월드컵] 김영권, 결정적인 골! (카잔=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에서 김영권이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애초부터 우리가 바란 것은 16강 진출이란 결과물이 아니었다. 우리보다 강한 팀을 상대로도 물러서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는 모습이었다. 우리가 부족함을 인정하고, 상대보다 한 발 더 뛰면서 대등하게 싸우는 것이었다. 1%의 희망이 남아있다면, 포기하지 않고 기적을 향해 나아가는 열정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16강 진출이란 결과 못지않은 기적을 썼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7일 오후 11시(아래 한국시각) 러시아 카잔에 위치한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FIFA(국제축구연맹) 러시아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F조 3차전 독일과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한국 대표팀은 기적 같은 승리에도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FIFA 랭킹 1위 독일을 잡아내며 유종의 미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

기적이란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경기였다. 점유율 26%-74%, 슈팅 수 12-28이란 기록이 보여주듯, 한국 대표팀은 독일의 파상공세를 막아내는 데 정신이 없었다. 1%의 기적을 위해 거친 반칙을 서슴지 않았고, 몸을 날리는 투혼도 아끼지 않았다. 그럼에도 실점 위기가 찾아들면, '수호신' 조현우 골키퍼가 신들린 선방 능력을 뽐내며 '할 수 있다'는 희망의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후반 추가 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4년간 누구보다 큰 비판에 시달렸던 김영권이 탁월한 위치선정과 집중력을 발휘하며 독일의 골망을 갈랐다. 끝이 아니었다. 교체 투입된 주세종의 절묘한 패스가 폭발적인 스피드를 자랑한 손흥민의 추가골을 만들어냈다. 멕시코와 스웨덴전 결과(0-3)에 따라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대한민국은 역대 어느 월드컵보다 아름다운 역사를 썼다. 

'헌신'으로 잡아낸 대어

▲ [월드컵] 윤영선 '절대 못 줘' (카잔=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 경기에서 한국의 윤영선과 독일의 로이스가 볼경합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 독일에선 토니 크로스와 메수트 외질, 사미 케디라, 마르코 로이스, 마츠 훔멜스 등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리는 이들이 한국전에 선발로 나섰다. 한국을 반드시 잡고 16강에 올라서야 했던 독일이었던 만큼, 전력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났다. 손흥민을 제외하면 세계적인 스타가 없는 우리로서는 시작 전부터 기가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축구는 이름값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11명이 하나 된 팀이 승리를 거머쥐는 스포츠다. 한국은 독일과 이름값에서는 비교조차 될 수 없었지만, 우리에겐 '한국 축구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간절함이 있었다. 상대보다 한 발 더 뛰면서 단점을 메우고, 하나로 똘똘 뭉친다면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우리 대표팀이 희망을 잃지 않고 마지막까지 싸울 수 있었던 데는 주목이 덜했던 이들의 헌신이 있었다. 대회 첫 출전 기회를 잡은 윤영선이 대표적이다. '앞선 두 경기에선 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들 만큼, 이날 경기에서 그는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을 보여줬다. 자신(185cm)보다 큰, 190cm에 육박하는 선수들과 공중볼 다툼에서 밀리는 법이 없었고, 몸싸움에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볼 처리는 매번 빨랐고, 실수도 없었다.

홍철과 문선민도 빼놓을 수 없었다. 박주호와 김민우에 밀려 3옵션이었던 홍철은 자신에게 찾아온 선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완벽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빠른 발과 투지를 앞세워 독일의 측면 공격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상대에 크로스를 내주더라도 절대 쉽게 허용하는 법이 없었다.

문선민은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그라운드를 뛰고 또 뛰었다. 상대를 누구보다 빠르고 강하게 압박했고, 순식간에 수비 진영에 서서 안정감을 더했다. 의지가 과했던 탓에 불필요한 반칙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의 투지 넘치는 움직임은 대표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효과를 불러왔다. 공격에서도 날카로운 역습과 저돌적인 문전 침투로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앞장섰다.

중심을 잡아준 세 영웅

▲ [월드컵] 조현우 '걱정마, 골문은 내가 막는다' (카잔=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 경기에서 대한민국의 골키퍼 조현우가 독일 베르너의 헤더를 막아내고 있다. ⓒ 연합뉴스


하나의 팀으로 똘똘 뭉쳐 일궈낸 기적 같은 승리지만, 팀이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준 이들의 공헌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이번 대회 최고의 선수로 손꼽히는 조현우 골키퍼다. 조현우는 장신 선수를 활용하려는 독일의 공격을 수차례 막아냈다. 레온 고레츠카와 마리오 고메즈의 '득점이다' 싶었던 헤더를 믿을 수 없는 반사 신경을 자랑하며 막아냈고, 크로스의 예리한 슈팅을 몸을 날려 쳐냈다. 그는 세계 최고의 골키퍼인 마누엘 노이어를 앞에 두고 6차례의 슈퍼 세이브를 기록했다. 이날 경기에서만큼은 3차례의 슈퍼 세이브와 2실점을 기록한 노이어보다 한 수 위임이 분명했다.

선제 결승골을 기록한 김영권도 대단한 활약상을 남겼다. 득점도 놀라웠지만, 수비에서 그의 예리한 태클은 '실점이다' 싶은 상황을 수차례 막아냈다. 상대의 침투 패스를 여러 차례 끊었고, 위험 지역에서의 슈팅도 여럿 무산시켰다. 자신보다 10cm 가까이 큰 상대와 공중볼 다툼에서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고, 경험이 부족한 윤영선을 잘 리드하며 수비 안정감을 유지하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했다.

새로운 캡틴이자 추가골을 뽑아낸 손흥민도 훌륭했다. 최전방에 위치했음에도 누구보다 열심히 압박과 수비에 참여했다. 공격으로 나아갈 때는 누구보다 빠르게 상대 진영으로 내달렸다. 상대의 집중 견제에 막혀 슈팅 기회를 잡는 데 애를 먹기도 했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팀에 긍정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월드컵 통산 3호골과 함께 처음으로 활짝 웃는 골 세레머니를 보여줬다.

기적의 역사를 이어가려면...

▲ [월드컵] 손흥민 1%의 기적 (카잔=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골을 넣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독일에 2-0으로 승리했다. ⓒ 연합뉴스


▲ [월드컵] 독일 침몰시킨 대한민국 (카잔=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 경기에서 손흥민이 후반 추가시간에 추가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실 독일전은 승리의 주역으로 누구 하나를 꼽는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공수를 끊임없이 오갔고,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3차례의 가로채기와 7차례의 걷어내기를 기록한 이용, 공격과 수비, 중앙과 측면을 쉴 새 없이 오가며 승리에 일조한 이재성, 기성용의 부상 공백을 최선을 다해 메워준 정우영과 장현수 등 이들 중 어느 한 선수라도 빠졌다면 기적의 역사는 쓰일 수 없었다.

이것이 축구다. 세계랭킹이 가장 높은 위치에 있든, 세계적인 스타가 넘쳐나는 팀이든 하나로 똘똘 뭉쳐 맞선다면 잡아낼 수 있다. 이를 우리가 보여줬다. 다만, '앞선 경기에서도 이날과 같은 경기력을 보였다면 훨씬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지 않았을까' 짙은 아쉬움이 남는다. 최소한 '모든 것을 쏟아내지 못했다는 후회를 남기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의 숙제다. 독일전에서 보인 희망을 어떻게 발전시키느냐가 중요하다. 어떻게 준비해야 독일전에 보여준 경기력을 1, 2차전에서도 내보일 수 있는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거친 반칙이 없이도 상대의 공격을 효율적으로 막는 방법을 찾아내고, 실수를 줄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적은 기회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능력도 키워야 한다.

그래야만 4년 뒤 카타르에서는 이날과 같은 환희의 순간을 오랫동안 누릴 수 있다. 여기서 만족한다면, 또다시 우리는 기적을 꿈꿔야만 한다. 오늘 1%였다면, 4년 뒤에는 50% 이상의 확률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한국 축구는 기적의 역사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신화를 쓰기 위한 도전을 곧바로 시작해야 한다.

▲ [월드컵] 1% 기적을 향하여 (카잔=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 경기에서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이 후반전에 임하기 전 결의를 다지고 있다. ⓒ 연합뉴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러시아월드컵 한국 독일 한국VS독일 신태용호
댓글18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