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철도 현대화, 제재 완화부터..."중국과의 경쟁도 난관"

철도 개보수로 북 경제발전 견인...'유휴시설·경원선 복원' 과제

등록 2018.06.28 10:30수정 2018.06.2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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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철도협력 공동보도문 교환 남북철도협력분과회의 남측 수석대표인 김정렬 국토교통부 2차관(오른쪽)과 북측 수석대표인 김윤혁 철도성 부상이 26일 오후 경기 파주시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종결회의에서 공동보도문을 발표한 뒤 교환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남북대표단이 26일 만나 동해선·경의선 남북철도 연결 및 북한철도 현대화를 위한 논의를 진행한 가운데 구체적인 실현 방안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북제제가 발효 중인 상황에서 남북경협이 제재 위반 소지가 있어서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긴 어렵지만 남북은 공동조사단을 꾸리고 현지조사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2007년 5월 19일 경의선과 동해선에서 동시에 열차 시험운행을 하면서 단절됐던 남북철도가 다시 연결됐지만, 이후 경의선 열차 운행이 잠정 중단됐다. 남북철도 연결은 한반도를 대륙과 연결함으로써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남북철도 연결을 대륙과 연결되는 통합 물류망 구축으로 보는 남한과 노후화한 철도를 현대화하는 목표를 가진 북한 양측은 철도협력사업 추진 동기가 뚜렷하다.

북한의 철도 사정이 열악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북한철도의 전철화율은 80%로, 71.9%인 우리보다 8.1% 더 높지만 복선화율은 3%에 불과하다. 1일 1회 운행되는 평양-베이징 간 국제열차는 신의주~평양까지 시속 50㎞로 6시간 걸린다. 지난달 말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를 취재한 기자단은 원산~풍계리까지 시속 35㎞로 달리는 열차를 타고 16시간 만에 핵실험장에 도착했다. 그럼에도 현재 북한에서 철도의 위상은 매우 높은 편으로, 전체 수송분담률의 약 86%를 점유하고 있다.

분단 이후 남북의 철도는 상이한 시스템으로 운영돼 왔다. 북한철도 현대화를 위해선 남북간 상이한 궤간(철로의 폭)·토목 관련 시설, 전철전압시스템, 신호·통신 시설, 철도시설물 규정 같이 매우 어려운 기술적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

앞서 26일 남북대표단은 공동보도문을 내고 "남과 북은 북측구간(금강산-두만강, 개성-신의주)에 대한 현지 공동조사를 빠른 시일 내에 진행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또 "우선 7월 중순에 경의선 철도 연결구간(문산-개성), 이어서 동해선 철도 연결구간(제진-금강산)에 대한 공동점검을 진행하며, 그 결과를 토대로 역사 주변 공사와 신호·통신 개설 등 필요한 후속조치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북측 수석대표인 김윤혁 철도성 부상은 전체회의 모두 발언에서 "우리 경제사업에서 철도는 경제의 선행관이라고도 말하고, 또 우리 사업에서 북남철도 협력사업이 견인기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철도 현대화를 최우선 협력사업으로 추진하려는 북측의 의지가 읽힌다.

<남북경제협력 정상화를 대비한 철도 물류망 구축 방안>(김정현 외, 2016)에 따르면 물류수송 측면에서 TCR(중국횡단철도)의 효용 및 정책적 가치가 TSR(시베리아횡단철도)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TSR이 인구 1억 5천만명, GDP 약 2조 달러 경제권인 것에 견줘 TCR은 인구 약 6억명, GDP는 약 6조 7천억 달러 규모다. 이에 반해 TSR로 연결되는 철도망은 기존의 동해축보다는 상대적으로 국내 수요가 많은 수도권을 경유하는 노선이 우선 순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노선은 중앙선의 용량 제약으로 인해 추가적으로 수도권 외곽철도의 신설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이 제시한 남북철도 단계별 로드맵에 따르면 1단계: 남북철도 연결→2단계: 북한철도 개보수→3단계: 북한철도 현대화에 따라 진행된다. 사업 초기엔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국제콘소시엄보다 정부주도형 남북철도 최소개보수가 선행돼야 하고, 이를 통한 물류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이후 북한철도 현대화가 실현되면 이를 통한 국제물류사업을 확대한다. 중장기적으로 북한의 핵문제 해결에 따른 북한의 국제화가 이뤄지고, 국제콘소시엄 구성이 가능한 시점이 오면 신선개념의 북한철도 현대화를 통해 '유라시아 랜드브리지'를 완성하게 된다.

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은 "TKR(한반도종단철도)을 TAR(아시아횡단철도)과 연결하면 여객축에서 중국·인도·일본·러시아의 여객 수요가 있다"며 "화물축에선 동북아의 일본·중국 ·러시아, 아태 지역 미국까지 태평양권 화물을 유치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나희승 원장은 "고속철을 건설하면 서울~센양까지 3시간, 센양~베이징까지 3시간, 총 6시간대로, 동북아 일일생활권이 가능하다. 동해선은 부산~두만강까지 1500㎞인데 하루 만에 갈 수 있다"며 "남북철도가 현대화되면 유라시아 물류혁명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그는 국제 경쟁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이 철도사업을 시작하면서 서방의 메이저 회사가 엄청난 위기에 직면했다. 북한 철도사업에도 중국의 공격적 진출이 예상된다"며 "우리도 거기에 맞춰 사업비·공기 등 상당 부분을 튜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과거에 동해선 개보수 사업비를 우리의 4분의 1로 입찰했었다. 철도와 관련된 북한의 유휴시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서 전체 사업비와 공기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철도 전문가인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도 "북한은 현재 강원도 원산 개발에 비중을 두고 있다"며 "경원선(서울~원산)이 복원되면 우리가 중국보다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다. 이 점을 적극적으로 북한에 프로모션해야 한다. 북한 내에 관광·산업단지를 철도 연결과 결합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 교수는 "남·북·러의 철도 및 가스관 연결 논의는 오랫동안 지속돼 왔지만 한반도를 중국과 철도로 연결하는 문제는 중국과 논의된 것이 거의 없다"며 "남·북·중이 이 문제를 논의할 플랫폼을 만들 것을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반도 통합철도망과 대륙철도 연계가 실현되려면 비핵화와 대북제재 완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현재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발동 중인 상황에서 남북경협사업은 실질적으로 제재 위반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남북철도가 연결되기까진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남측 수석대표인 김정렬 국토교통부 2차관도 최근 "이르면 4년 안에 늦어도 6, 7년 안에 동해선 개통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대북제재 유지 필요성에 관해선 트럼프 행정부보다 미 의회가 훨씬 강경한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의회는 비핵화 완료 이전에 추진하는 남북경협사업에 대해 모두 불법으로 간주하는 단호한 입장이다.

철도·도로 현대화 사업은 기본적 인프라 구축일 뿐 이를 바탕으로 외부 민간투자가 이뤄져야 궁극적으로 북한경제가 발전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5일 "북한은 도로·철도·항만 같은 공적 인프라 투자만 갖곤 안 된다"며 "핵폐기를 조건으로 외부 자본이 투자될 수 있지만, 민간 투자가 들어와야 경제 발전이 이뤄진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김영훈 위원은 "북한이 그토록 원했던 대규모 투자는 북한이 변해야 들어온다"면서 "전면적인 체제 전환이 선행되지 않으면 민간 투자를 유치하기 어렵다. 그러려면 북한 내부에서 체제 안전을 위한 조치가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그러기엔 내부가 너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철도 #물류혁명 #유라시아 #대륙철도 #동북아일일생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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