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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흥행 성공... 이것도 한 몫 했다

웹툰·웹소설 원작 드라마 제작 열풍... 2018년에만 리메이크작 10편 방송 예정

18.06.21 10:13최종업데이트18.06.2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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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을 원작으로한 드라마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 ⓒ CJ E&M/와이제이코믹스


이제 '리메이크'는 영화/드라마 콘텐츠의 장르나 마찬가지다. 2018년 방송됐거나 방송 예정인 드라마 중 총 23편이 웹툰이나 소설, 해외 드라마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지상파 3사, 종편 4사, 케이블 등 TV를 통해 방송되는 드라마가 1년에 약 100편이니, 전제 한국 드라마 중 리메이크작이 20%가 넘는다는 뜻이다.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가 약 20편. 이 중 절반 이상은 대중의 뇌리에 기억조차 되지 못한 채 사라지지만, IPTV, 해외 판매,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등 판로가 다양해졌다. 덕분에 자본은 계속해서 드라마에 쏠리고, 그만큼 제작 편수도 늘고 있다. 하지만 김은숙, 김은희, 백미경 작가 등 스타 작가의 수는 제한되어 있다. 시청자의 눈은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 간극을 메울 카드로 등장한 것이 '리메이크'였다.

그 중에서도 대세는 웹툰이다. 올해 방송됐거나 방송 예정인 드라마 중 웹툰 원작 드라마만 10편. 웹소설이 원작이지만 웹툰으로도 연재 중인 <김비서가 왜 그럴까>까지 포함하면 11편에 이른다. 물론 다수의 대중에게 검증받은 탄탄한 스토리도 웹툰 원작 드라마의 장점이지만, 오랜 기간 연재되며 다져진 웹툰의 팬층이 자연스럽게 드라마의 시청층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물론 캐스팅, 스토리 전개 등을 두고 원작 팬들과 갈등을 빚는 사례도 많다. 하지만 초반 관심을 끌지 못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기 쉬운 최근 드라마 판에서는 이 역시 꽤나 고마운 홍보 요소다.

강풀 인기 만화 영화화에 따라붙은 의문들

영화 <이끼>, <이웃사람> 포스터. ⓒ CJ엔터테인먼트/롯데엔터테인먼트


초기 히트 웹툰은 대부분 영화로 제작됐다. 하지만 원작의 높은 인기와 달리 연이어 흥행에 참패하고 말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1세대 웹툰 작가, 강풀의 작품이었다. 강풀 작가는 당시로서는 기록적인 수치의 조회 수와 댓글 수를 기록한 최고의 스타 작가였지만, 그의 작품을 영화로 만든 <바보> <아파트> <순정만화> 등은 잇따라 흥행에 실패했다.

당시 강풀 작가는 "내 원작이 영화화됐을 때 크게 성공하지 못했던 원인을 곱씹어본 적이 있다"면서 "문제는 '정서'에 있는 것이 아닐까. 원작을 영화화할 땐 분명히 무언가 달라야 한다. 지켜야 할 건 '정서'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정리하자면, 웹툰과 영화의 문법 차이를 이해하고, 영화 장르에 맞는 각색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당시는 웹툰도, 웹툰 리메이크도 초기 단계였기 때문에, 많은 제작자들이 단단한 팬덤을 구축한 원작의 스토리를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영상으로 옮기는 것을 미덕이라 여겼던 것 같다.

하지만 강풀 작가의 말처럼, 웹툰과 영화는 문법이 다르다. 매회 독자를 붙들어야 하는 웹툰의 특성상 기승전결의 호흡이 짧고, 짧은 커트 안에 많은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 이런 구성을 그대로 영상으로 옮기면, 각 인물이 주저리주저리 자기 사연을 말로 읊을 수밖에 없다. 관객/시청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캐릭터인 '설명충'이 되고 만다.

제작자들은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웹툰 영상화를 멈추지 않았다. 실패를 반복하며, 점점 방법을 터득해나갔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 인물들의 이야기를 개별적으로 전개시키면서 전체 스토리와 관계없는 이야기들은 가지를 쳤다. 장기간 연재된 원작의 긴 스토리를 모두 2시간짜리 영상에 몰아넣기보다는, 분위기와 감성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이런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 영화가 <이끼> <이웃사람>이었다. 원작의 분위기와 긴장감을 위주로 각색해 성공을 거뒀고, 이후 <내부자들> <은밀하게 위대하게> <신과 함께> 등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

웹툰 리메이크 열풍이 브라운관으로 옮겨온 것은 2014년 tvN <미생> 성공 이후다. 이전에도 <꽃보다 남자> <장난스런 키스> <내일도 칸타빌레> <공부의 신> 등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여럿 제작되었지만, <꽃보다 남자>를 제외하고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일본 만화 특유의 만화적 감성이, 현실 감성을 중요시하는 우리 드라마 시청자들의 감성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신 JTBC <송곳>(모두 윤태호 작가), tvN <치즈 인 더 트랩>(순끼 작가), SBS <냄새를 보는 소녀>(만취), KBS 2TV <동네변호사 조들호>(해츨링 작가), <고백부부>(미티/구구 작가)처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을 기반으로 스토리를 발전시켜나가는 웹툰이 우리 드라마에 더 잘 어울렸다.

흥행불패 이어가는 웹소설 원작 드라마들... 이유는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 <내 이름은 김삼순>. ⓒ MBC


하지만 웹툰 원작 드라마는 흥행작만큼이나 실패작도 많다. 그에 반해 웹소설 원작 드라마는 거의 흥행 불패에 가깝다. 지수현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MBC <내 이름은 김삼순>, KBS 2TV <백설공주> <열여덟 스물아홉>, 이선미 작가의 KBS 2TV <경성스캔들>, MBC <커피프린스 1호점>, 정은궐 작가의 <성균관 스캔들> <해를 품은 달>, 윤이수 작가의 <구르미 그린 달빛>까지. 방영 당시 높은 인기를 누린 것은 물론, 지금까지도 '명작'으로 꼽히는 드라마들이다. 현재 인기리에 방송 중인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도 시작은 웹소설이었다.

드라마화, 혹은 영화화가 결정되는 웹툰/웹소설들은 이미 많은 대중들의 선택을 받은, 이른바 '검증된' 작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웹툰은 웹소설에 비해 접근성이 낮고, 더 많은 이들이 쉽게 즐기는 콘텐츠다. 그만큼 원작의 갈등 과정과 결말 등이 대중에게 많이 노출됐다는 뜻이다.

또, 오로지 글로만 표현되어 있는 웹소설과 달리, 웹툰은 그림을 통해 독자에게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확고한 이미지를 심어준다. 소설 원작 드라마에 비해 유달리 웹툰(만화) 원작 드라마에 '원작 훼손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도 이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웹툰/웹소설 원작 드라마 제작 열기는 당분간 이어질 예정이다. 오는 7월 KBS 2TV <당신의 하우스헬퍼>, JTBC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이 첫 방송을 앞두고 있고,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우리사이느은> <계룡선녀전> <멀리서 보면 푸른 봄> <저녁 같이 드실래요> <하늘에서 떨어진 폴> <좋아하면 울리는> 등이 올해 방송을 목표로 제작에 돌입했다. 정은궐 작가의 소설 <홍천기>의 드라마화도 확정됐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리메이크 웹툰 웹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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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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