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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 매력에 빠졌다"... 진희경이 전한 '슈츠' 촬영 비화

[인터뷰] KBS 드라마 <슈츠> 강앤함 대표 강하연 역 맡은 배우 진희경

18.06.21 15:25최종업데이트18.06.2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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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월화드라마 <슈츠>를 이제 막 끝마친 배우 진희경의 표정에서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원래 매체 인터뷰에 잘 응하지 않던 그다. 지난 14일 서울 이태원 근처에서 만난 진희경은 자리에 앉자마자 "내가 인터뷰하는 걸 쑥스러워 하는데, <슈츠>에서 같이 한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 인터뷰 한 번 해보자 싶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진희경은 웃으면서 "정말 내 이야기는 (인터뷰에) 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덧붙였다. 그 말 한마디로 진희경이 <슈츠>를 얼마나 특별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진희경은 이번 드라마에서 로펌 강앤함의 대표 변호사 강하연 역할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부드럽고 우아하지만 냉철한 여성 변호사. 시청자들은 드라마의 타이틀롤이었던 배우 장동건과 박형식만큼 강하연이라는 캐릭터에 관심을 표했다. 진희경은 강하연을 두고 "두 주인공들을 받쳐주는 역이지만 명분이 제대로 서있는 캐릭터여서 좋았다"고 답했다.

"강하연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인물이다. 자기가 가진 것을 나누고 싶어하고, 후배나 동료들을 지키고 싶어하는 캐릭터다. 잘 표현됐나? (웃음) 대개 한국 법정 드라마의 로펌 대표면 남성을 생각하지 여성을 생각하지 않는다. 강하연은 40대 이상의 남성 배우들은 누구나 맡고 싶어하는 캐릭터였을 거다. 그런데 원작 캐릭터가 여성이었고, 내가 연기할 수 있어 감사했다.

원작에서도 '이 맨하탄에서 여자가 수장으로, 더군다나 흑인 여성이 로펌의 대표를 할 수 있을 것 같아?'라는 대사가 나온다. '아, 그래 이 캐릭터는 남자가 할 수도 있었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KBS를 시청하는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들이 한국 최고 로펌의 대표가 여성이라는 것에 이질감을 느끼지 않았다는 게 또 얼마나 다행인가. 강하연을 응원해주고 그 인물 자체로 봐줘서 감사했다."

그는 "의상이 캐릭터의 절반을 설명해준다"는 생각 아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옷을 드라마에 입고 나왔다. "핏이 잘 살았다는 평을 들은 이유는 그 옷들이 내 옷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옷을 촬영 당시 몸 상태에 맞춰 수선했다"라고 비화를 전했다.



<슈츠>의 원작인 미국 드라마 < SUITS >의 대사를 인터뷰 중 즉석으로 읊을 정도로 원작을 좋아한다는 진희경은 "보통 리메이크를 하면 원작의 무게에 짓눌려 성공하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 우리 드라마는 원했던 색깔 그대로를 유지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자평했다.

그는 드라마에 대한 칭찬만큼 같이 호흡을 맞추었던 배우들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현장에서 누구 하나 얼굴 붉히는 사람이 없었다"고 끊임없이 '자랑'을 하던 진희경은, 특히 배우 장동건을 두고는 "열 마디 말을 하면 열 마디 칭찬을 할 수밖에 없는 배우다"라고 언급했다.

"배우들끼리 서로 존중과 예우가 있었다. 현장이 마치 <슈츠>의 색깔처럼 쿨하고 매력적이었다. 또 이 작품을 하면서 장동건이라는 배우이자 사람의 매력에 빠져 버렸다. 팬심이 더 크게 생겼다. 원래 좋다고 알고 있었지만 배우로서 성실히 임하는 모습에 더 좋아졌다. 사실 주인공 두 사람의 대사 분량이 정말 많았다. '살살해도 돼. 괜찮아'라고 했는데 동건이 본인은 최선을 다해야 마음이 편하고 좋다고 하더라. 그 성실함, 노력과 열정에 내가 되려 큰 에너지를 받았다."

모델로 데뷔, 어느덧 '현장 최고참'




배우 진희경은 모델로 먼저 데뷔를 해 이후 배우로 직업을 바꾼 '1세대 연예인'이다. 지금이야 모델과 배우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활동을 하는 연예인이 많지만 진희경이 배우로 '전향'할 1994년만 해도 그런 경우가 없었다.

'모델 출신 배우'라는 편견이 배우 활동 초기 캐스팅을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진희경은 "남성 모델로서는 (차)승원이가, 여성 모델로서 내가 첫 발을 내민 거다. 당시만 해도 '하나만 해야지'라는 인식이 있어 내가 선례를 잘 남겨서 후배들도 잘 따라올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6월 진희경은 오랜만에 런웨이에 섰다. 다문화가정을 위한 자선 패션쇼에서였다. 진희경은 런웨이 영상을 보여주면서 "나 아직 죽지 않았더라"라고 농담을 던졌다.

"1년 전에 같이 런웨이에 섰던 후배 모델들은 '어? 배우 아니야?'라면서 나를 잘 모르더라. (웃음) 생각해보면 어느덧 연기를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고 그들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연기를 했던 셈이다."


하지만 패션에 대한 관심보다 '사람'에 대한 관심이 더 많다는 진희경은 스스로를 "평범한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그냥 키가 좀 크고 (웃음) 배우라는 특별한 직업을 갖고 있을뿐이지, 나는 평범하고 소박하고 보편적인 가치관과 중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평범한 소시민의 마인드를 잃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주변 동료들은 특별하다! 아티스트적인 기질이나 특별한 달란트들이 많은 것 같더라. 나는 모자라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그렇게 가고 싶다. 적당히. 사실 그게 제일 어렵겠지? 중심을 잘 지킬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어차피 (패션 같은 건) 다 지나가는 거다. 영원하지 않다. 입을만큼 다 입어봤고 찍을만큼 다 찍어봤다. 옛날에 해볼 만큼 해봤기 때문에 그런 것에 대한 관심이 많이 없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람들이다. 건강하게 운동하고, 좋은 사람들이랑 맛있는 거 먹고, 좋은 데 가서 좋은 걸 같이 보고, 혼자 먹는 밥이 뭐 맛있겠나? (웃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좋은 사람이 주위에 많이 있고 나도 그런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고 싶다. 그러려면 내가 건강하고 중심을 잘 세워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 특별히 맡고 싶은 역할이 있느냐'는 질문에 진희경은 잠시 고민하다가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다. 내가 맡고 싶다고 갈망한다고 해서 주어지지 않는다. 배우는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이니까 주어진 걸 잘 소화해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진희경은 활짝 웃으면서 덧붙였다.

"역할이 크고 작고는 중요하지 않다. 내 캐릭터가 극 속에서 소모되지 않고 잘 서있을 수 있는지를 바탕으로 역할 선택을 해왔다. 사실 내 나이에 그런 캐릭터가 많지는 않다. 뭐 그것 또한 자연스러운 것이지 않겠나. 사실 다음에 무엇이 (내게) 올까 나도 궁금하다. 어떤 것이 내게 주어져서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음... 어떤 역할이 내게 좋을까! 나도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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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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