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탄 여성이 무대 위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등록 2018.06.12 09:48수정 2018.06.12 09:48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4월 20일부터 5월 1일까지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4개국을 여행했다.


우리 여행팀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핀란드 헬싱키까지 크루즈 실자라인(SILJA-LINE)을 이용했다. 필자는 저녁을 먹고 호기심이 동해 아내와 함께 이 크루즈의 나이트클럽에 들렀다. 어린이도 입장할 수 있어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생맥주와 음료를 사서 자리에 앉으니 무대 위에서는 밴드의 연주가 한창이었다. 스테이지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밴드의 음악을 즐기며 춤을 추고 있었다. 잠시 뒤 밴드의 연주가 마무리 되자 좌우로부터 커튼이 들어와 무대를 가렸다. 그리고는 스피커로부터 음악이 흘러나왔다. 이어서 스테이지 위의 사람들도 이내 자리로 돌아갔다. 밴드의 휴식 시간이 된 것이다.

a

밴드가 쉬는 동안 휠체어 탄 여성과 그 보호자가 스테이지에 나와 춤을 추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핀란드 헬싱키로 향하는 크루즈 나이트클럽에서) ⓒ 강등학


그런데 조금 뒤 객석 테이블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스테이지를 향했다. 휠체어에 앉은 한 여성이 스테이지로 나오고 있었다. 보호자로 보이는 한 여성도 그녀 뒤를 따랐다. 이들이 스테이지 중앙에 이르렀을 때 휠체어에 앉은 여성이 일어나 음악의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그녀의 보호자도 함께 호응하며 춤을 추었다. 그러나 휠체어의 여성은 왼쪽 다리와 팔에 장애가 있어 몸놀림이 오른쪽에 거의 한정되었고, 그 동작도 활발하지 못했다.

a

휠체어 탄 여성과 그 보호자가 나온 뒤 한 어린이가 스테이지에 나와 수줍어 하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핀란드 헬싱키로 향하는 크루즈 나이트클럽에서) ⓒ 강등학


a

휠체어 탄 여성과 그 보호자가 나와 춤을 추자 두 어린이도 나와 동참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핀란드 헬싱키로 향하는 크루즈 나이트클럽에서) ⓒ 강등학


두 사람의 춤이 이렇게 이어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한 어린이가 용기 있게 스테이지로 나왔다. 그러나 그는 수줍은 듯 이내 스테이지의 난간을 붙잡고 자신의 객석을 향해 몸을 비꼬았다. 그러자 먼저 나온 어린이의 동행인 듯한 같은 또래 다른 어린이가 스테이지로 나왔다. 두 어린이가 춤판에 합세한 것이다.

a

휠체어 탄 여성과 그 보호자가 춤을 추자 어린이와 함께 한 청년이 스테이지로 나오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핀란드 헬싱키로 향하는 크루즈 나이트클럽에서) ⓒ 강등학


a

휠체어 탄 여성과 그 보호자의 춤판에 어린이들과 청년이 동참하고, 밴드의 연주가 더해지면서 분위기가 한층 고조되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핀란드 헬싱키로 향하는 크루즈 나이트클럽에서) ⓒ 강등학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서 스테이지에는 새로운 동참자들이 생겨났다. 두 어린이보다 더 작은 어린이가 스테이지로 나왔고, 이어서 한 청년도 스테이지로 나왔다. 그는 방금 전 밴드의 연주 때 나와 춤을 추고 들어갔던 사람이다. 어린이들과 청년의 참여로 춤판은 두 여성만 있을 때보다 한결 활기가 생겨났다.


청년은 스테이지로 나오면서 잠시 어린이들에게 관심을 보인 뒤 곧바로 장애여성 곁으로 와 춤을 추었다. 그리고 그녀의 호응을 유도했다. 이러는 사이 무대 커튼이 다시 열리고 밴드 공연이 재개되었다. 스테이지의 분위기도 더욱 고조되었다. 다소 어색했던 처음 분위기도 가시고 청년과 장애여성은 간간이 대화를 나누기도 하면서 함께 어울렸다.

밴드가 첫 곡을 연주하는 동안 중간에 어린이들은 자리로 돌아갔다. 무대에는 두 여성과 청년만 남았다. 그들은 밴드가 첫 곡 연주를 마칠 때까지 춤을 이어갔다. 그리고 밴드는 첫 곡을 끝내면서 세 사람에게 박수를 보냈다. 객석에서도 동시에 박수가 나왔다. 필자 역시 그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세 사람은 이렇게 박수를 받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a

밴드가 연주를 마치며 스테이지의 장애여성과 그 보호자, 그리고 함께 한 청년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객석에서도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 응원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핀란드 헬싱키로 향하는 크루즈 나이트클럽에서) ⓒ 강등학


기본적으로 사람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다. 누구나 삶의 어려움이 있고, 또 누구든 그것을 이겨내고자 한다. 그 점에서 장애인도 다르지 않다. 몸은 불편해도 마음은 자유롭고 싶다. 스테이지에 나온 장애여성은 이런 마음을 용기 있게 표현했다. 그리고 그런 용기에 어린이와 청년이 반응했다. 객석에서도 스테이지를 주시하며 마음을 함께 했다. 밴드 역시 스테이지 상황을 바라보며 연주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박수를 보낼 수 있었다.

따지고 보면 어디 어려움 없는 삶이 있을까? 우리 모두 삶의 장애를 안고 있다. 그렇기에 어렵고 불편해도 그것을 극복하려는 진실된 용기는 늘 감동을 준다. 마치 각본 없이 연출된 드라마를 본 듯했다. 박수를 보내며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아름다움의 경험은 그 장애여성은 물론, 스테이지와 무대, 그리고 객석에서 각각 그녀의 용기를 응원한 모든 이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아 있지 않을까?
#장애인 #휠체어 #나이트클럽 #춤 #용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노래와 문화에 관심을 두면서 짬짬이 세상 일을 말하고자 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특혜 의심' 해병대 전 사단장, 사령관으로 영전하나
  2. 2 "윤 대통령, 달라지지 않을 것... 한동훈은 곧 돌아온다"
  3. 3 왜 유독 부산·경남 1위 예측 조사, 안 맞았나
  4. 4 '파란 점퍼' 바꿔 입은 정치인들의 '처참한' 성적표
  5. 5 창녀에서 루이15세의 여자가 된 여인... 끝은 잔혹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