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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의 실종, 방탄소년단은 '성역'인가?

[주장] 미디어와 평론가들의 직무유기... 방탄소년단의 뼈있는 가사 새겨야

18.05.31 16:04최종업데이트18.05.3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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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대중음악 시상식인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한국 최초로 2년 연속 '톱 소셜 아티스트(Top Social Artist)' 부문 상을 수상한 방탄소년단(뷔, 슈가, 진, 정국, RM, 지민, 제이홉). ⓒ 이정민


현재 대한민국의 방탄소년단에 대한 반응은 열광을 넘어서 성역의 수준으로 보인다. 분명 대단한 성과지만 이를 다루는 언론과 전문가들의 태도에는 균형이 결여됐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전파되지만 어느 누구도 바로잡으려 하는 이가 없고, 평론가·전문가의 직함을 달고 있는 이들 역시 '차트 1위'의 의미만 이야기할 뿐 이번 앨범이나 노래에 대한 심도 깊은 비평을 찾아보기 어렵다.

변화하는 빌보드 차트의 의미, 그러나 한국에서는

우선 현재 빌보드 차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최근의 빌보드 차트는 단순 음반 구매량을 넘어 스포티파이(Spotify)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와 음원 다운로드 수, 유튜브 비디오 조회 수까지 집계에 반영한다. 때문에 현재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곡, 혹은 앨범은 단순 판매량만 따졌던 과거와 달리 수많은 변수와 다변화된 음악 취향, 소비 형태를 복합적으로 보여주는 형태를 보인다. 빌보드 200 차트의 위상이 예전과 다르다는 얘기가 나오고, 싱글 차트에 생소한 아티스트들도 대거 등장하는 점이 바로 이런 생태계 변화를 대변하는 것이다.

< Love Yourself 轉 'Tear' > 빌보드 앨범 차트 1위가 시사하는 것은 실물 앨범 판매가 점점 줄어가는 미국 시장에서 방탄소년단이 10만 장의 앨범 판매고를 올릴 수 있는 팬덤을 보유했다는 데 있다. 이것은 K팝 팬덤의 특수한 문화가 SNS를 통해 국제적 팬덤 연대로 확산되었고, 이것이 주류에까지 이름을 올렸다는 의미가 있다. 싱글 차트 톱10 데뷔는 팬들의 대대적인 스트리밍과 다운로드가 발매 첫 주 '빌보드 뮤직 어워드' 참석, '엘렌 쇼' 출연 같은 대대적 프로모션과 겹치며 높은 에어플레이(Airplay: 라디오 선곡) 지수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내포한다.

현재 팝 시장과 차트에 대한 어느 정도 이해만으로도 이 정도의 배경 지식이 쌓인다. 그러나 최근의 언론 보도는 잘못된 정보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빌보드 핫 100이 지금 유행하는 노래에 대한 지표, 빌보드 200이 유행을 이끌 노래, 아티스트로 인식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이 '심도 있는 분석'이라고 소비된다. 차트 현황에 대한 선행 이해가 없다보니 빌보드 200 차트가 '가장 핵심적인 차트'라고 하거나, '싱글보다 앨범 차트 1위가 더 어렵다'는 말도 전문가 코멘트로 자주 쓰인다. 이는 분석에 기반하지 않은 개인 감상에 가까운 평이다.

외신들은 오히려 다양하게 비평하는데, 우리는 왜?

각 유수 평론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여주는 사이트 메타크리틱(Metacritic)에서 방탄소년단은 평균 75점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 메타크리틱 캡쳐


비평의 부재도 아쉽다. <롤링 스톤(Rolling Stone)>, <피치포크(Pitchfork)> 등 해외 유수 음악 평론지들은 앨범 발매 하루 혹은 이틀 후에 각각의 시선이 담긴 평을 내놓은 지 오래다. <올뮤직(Allmusic)>은 화려한 장르 포용을 호평하는가 하면 <더 가디언(The Guardian)>은 '흥미롭지만 밋밋한 부분도 있다'는 중립적 의견을 표하기도 했다.

정작 방탄소년단의 나라 한국에서는 평론가들의 진지한 앨범 비평이나 코멘트를 읽을 수 없다. 상업적 성과를 떠나 개별 곡과 앨범 전체의 완성도, 세계가 주목한 이후 방탄소년단의 스타일 변화 등 다양한 주제로 의미를 도출해 낼 수 있지만 빌보드 차트 성과에 대한 원론적인 코멘트뿐이다. '방탄의 성공이 얼마나 대단한지', 'Fake love가 다음주 차트 몇 위를 할지' 같은 질문에 답하는 건 평론의 영역이 아니다. 그나마의 비평도 '다양한 장르, 안정적 모습, 청춘을 대변하는 메시지'의 영역에 갇혀 같은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차트 분석이나 성공의 비결을 짚어주는 역할도 필요하지만, 진지한 담론을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앨범 예고 때부터 심상치 않았던 방탄소년단의 기세는 현재 상상 그 이상의 성과로 돌아오고 있다. 발매 첫 주 미국에서 앨범 판매 10만 장 포함 총 15만 건 실적으로 빌보드 200 (앨범 차트) 1위에 오른 데 이어, 타이틀 싱글 'Fake love'는 빌보드 핫 100 (싱글 차트) 10위로 데뷔하는 쾌거를 이뤘다. 대단한 기록이다.

그러나 최근의 이런 기조를 지켜보다 보면 비판 없는 무조건적 수용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는 우려가 든다. 어떤 성과와 권력이 있다 한들, '성역'이 존재해선 안 된다. 더구나 그게 균형 없는 허술한 시각이라면 더욱 위험하다. 정작 아티스트는 묵묵히 갈 길을 가고 있는데 그를 이용하려는 이들만 많은 모습처럼 보인다.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엔 'Fake love'만큼이나 인기를 얻고 있는 'Airplane pt.2'라는 곡이 있다. 흥겨운 라틴 팝 리듬 위에 월드 스타의 바쁜 일상과 자랑스러운 성취를 재치 있게 풀어내는 이 노래의 뼈 있는 다음 가사를 새겨둘 필요가 있다.

"미디어의 혜택은 되려 너네가 받았지.
야 셀럽 놀이는 너네가 더 잘해.
우린 여전히 그때와 똑같아."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도헌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https://brunch.co.kr/@zenerkrepresent/187)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방탄소년단 케이팝 음악 BTS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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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평론가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2013-2021)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편집장 (2019-2021) 메일 : zener1218@gmail.com 더 많은 글 : brunch.co.kr/@zenerkrepres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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