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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넣고 지우고..." 17년차 배우가 칸에 가져간 영화는

[여기는 칸] 단편 비경쟁 부문 상영작 <더 매뉴얼>의 김태헌 감독

18.05.29 14:33최종업데이트18.05.2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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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매뉴얼> 현장. 김태헌 감독이 배우들에게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태헌


제71회 칸영화제 사이드바(비공식) 부문 중 하나인 단편 비경쟁 행사장 부근에서 건장한 체격의 한국인들이 열심히 홍보물을 나눠주고 있었다. 영화 <더 매뉴얼>의 김태헌 감독이었다. 제목의 뜻은 '수동'이라지만 현장에서 감독과 스태프들은 매우 '능동적'이었다.

20분이 조금 넘는 분량의 영화는 스릴러와 SF 장르물을 합쳐 놓은 느낌이었다. 범인을 잡다가 크게 다친 후 몇 개월 만에 현장에 복귀한 형사를 왠지 모르게 사람들은 무서워한다. 영문도 모른 채 이 형사는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지만 개운치 않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결말에서 나름의 반전을 제시하며 영화는 마무리 된다.

"우리의 기억이 100% 우리의 것인가. 뒤에서 우리도 모르게 사람들을 움직이는 세력이 있지 않을까 거기서부터 시작한 이야기였다"고 김태헌 감독은 말했다. 강압적인 폭력이 아니라 알게 모르게 세뇌시키는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세력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매뉴얼>의 줄거리였다.

알고 보니 그는 데뷔한 지 17년 차인 배우기도 했다. 연극무대와 방송 드라마를 두루 경험하며 틈틈이 시나리오를 써왔다. 이번 이야기는 그의 공식적인 연출 데뷔작. 김태헌 감독은 "2년 전부터 기획하던 것이었는데 이제야 빛을 봤다"며 "우리가 보고 있는 게 모두 진실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근시일 내에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뇌 과학 관련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과학자들이 사람의 트라우마를 지우는 것에 성공했다더라.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분명 기억을 삽입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걸 이용한 나쁜 세력의 이야기다. 과학기술의 양면성을 생각한 셈이다."  

김태헌 감독(좌측). ⓒ 김태헌


경험은 전무했지만 좋은 스태프와 동료 배우들의 도움이 컸다. 박희진 배우 역시 그와 친한 동료로 이번 영화의 캐스팅을 돕기도 했다. 김태헌 감독은 "다들 고생을 많이 하셨다"며 "이렇게 비공식 부문이긴 하지만 칸영화제에 오게 돼서 좋은 자극이 됐다"고 말했다.

"비공식 부문이지만 우리가 물어보니 각 나라에서 총 1800여 편이 출품했는데 그 중 160편을 골라서 작은 극장 등에서 상영하더라. 그 상영작에 우리 영화도 포함돼 있었다. 일단 여기에 올 수 있다는 자체가 무조건 영광이다. 너무 상업영화처럼 보이지 않을까 싶어서 영화제에 출품할지 고민이 있었지만 짧은 시간 내에 재미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냈다(웃음)." 

이후 김태헌 감독은 단편 버전을 각색해 장편으로 만들 계획이다. "일단 영화는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는 "이제 시작인만큼 제가 할 수 있는 것 안에서 영화로 관객 분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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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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