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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 아니면 못했다"... '유느님'도 당황한 새로운 예능

[인터뷰] 넷플릭스서 새 도전 시작한 <범인은 바로 너!> 조효진·김주형 PD

18.05.30 11:55최종업데이트18.05.30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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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한국 최초 오리지널 예능 <범인은 바로 너!> 서비스를 시작했다. 총 10개로 구성된 에피소드는 100% 사전제작 됐다. 매주 금요일 2개의 에피소드가 공개되는 방식으로, 현재까지 8개의 에피소드가 공개됐고, 오는 6월 1일, 10개의 에피소드가 모두 베일을 벗는다.

< X맨 > <패밀리가 떴다> <런닝맨> 등을 만든 스타 연출자 조효진-김주형 PD와, 유재석 안재욱 김종민 이광수 박민영 세훈(엑소) 세정(구구단) 등 초특급 출연진, 유연석 안내상 김수로 등 총 54명의 화려한 카메오들의 등장. 넷플릭스가 시청률과 스트리밍수 등 시청 관련 통계를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성적을 알 수는 없지만, 공개 당일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범인은 바로 너!> 관련 단어들이 상위를 차지해 시청자들의 높은 관심을 실감할 수 있었다.

SBS라는 안정된 울타리를 벗어나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새로운 도전을 진행 중인 조효진, 김주형 PD. 이들의 새로운 도전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넷플릭스 예능 <범인은 바로 너> 김주형, 조효진 PD ⓒ 이정민


- 안정된 직장을 떠난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다. 결과적으로 SBS를 떠나자마자 넷플릭스의 첫 한국 예능 콘텐츠 연출을 맡게 됐는데, 이를 예상하고 내린 결정이었는지, 미디어 시장의 변화를 예감한 선택이었는지 궁금하다.
조효진 PD(아래 조): "15년 동안 회사 다니면서, 그 중 13년을 주말 예능 프로에서 일했다. 그동안 한 번도 '불금'이라는 게 없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고, 일단은 쉬면서 고민해보려고 했다. 모험이지만 희망도 있었으니까. 결과적으로 넷플릭스와 작업하게 됐지만, (SBS를 떠난) 2년 전에는 예상한 상황이 아니었다."

김주형 PD(아래 김): "나는 잡생각이 많았다. 불만이 있었다기 보다는,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았고, 회사를 나가면 다른 걸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어떤 거창한 생각보다도, 시대가 많이 바뀌었으니, 바뀐 세상에서 이것저것 해보고 싶더라. 그러다보니 운좋게 새로운 플랫폼인 넷플릭스와 협업 기회도 주어졌고.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범인은 바로 너' 유재석, 탐정이 된 국민MC ⓒ 이정민


- <범인은 바로 너!>는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190개국에서 방송된다. 글로벌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춘 예능을 만드는 게 목표였는지,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한국 예능의 재미를 알려주고 싶다는 게 목표였는지 궁금하다. 
조: "원래 기획안은 '덤앤더머 디텍티브'라는 가제였다. 가상현실 속으로 들어가서 추리를 하는, 거친 단계의 기획안이 있었는데, 넷플릭스의 제안을 받고 보여줬다. 2~3일 정도 지났을 때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코드가 아니라 더 관심이 간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후로는 급진전 됐다. 특별히 어떤 시청층을 겨냥해 기획했다기보다, 플랫폼이 확정되고 나서 이 기획안이 실현 가능해졌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 사실 초반 공개된 에피소드들만 봤을 땐, <런닝맨> 확장판이나 스페셜 정도로 느껴져 차별점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김: "아무래도 오래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디테일한 자막이나, 갈등을 풀어가는 방식 등 편집 스킬이나 결은 분명 비슷할 수밖에 없다. 차별점을 만든다기 보다는, 고유한 방향을 발전시키자는 생각이었다. 버라이어티는 멤버들간의 합과 케미가 끌고가는 측면이 큰데, 멤버들이 후반부로 갈수록 잘 적응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조: "우리가 집중한 건 '가상현실'이라는 점이다. <런닝맨>에서 '자, 여러분은 지금부터 초능력자입니다' 이런 느낌으로 만들어지는 상황이 아니라, 우리가 가상현실세계를 구축하고, 게스트들이 무대를 만들고, 그 안에서 멤버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리얼리티로 담고 싶었다. 멤버들이 1등이 되기 위해 싸우는 게 아니라, 한 팀으로 뭉쳐서 미션을 해결해 나가는 거니까."

- 눈 앞에 펼쳐진 상황에 멤버들이 얼마나 이입을 하느냐가 관건이었을 것 같다. 
조: "처음엔 상황 자체를 낯설어했다. 유재석씨도 처음 기획안을 보고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하더라. 눈앞에 시체가 죽어있으면 예능적 재미를 위해 장난을 치는 게 맞는 건지, 진짜 죽어있다고 몰입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사실 정답은 없었다. 그래도 그 상태 그대로 녹화에 들어갔다. 일단 부딪치는 대로 해보고, 영 아니면 다른 아이템으로 다시 녹화하는 것까지 각오했다. 그런데 첫 녹화 끝나고 유재석씨가 그러더라. 몰입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우리가 장난처럼 받아들이면 사건 진행이 안 되니까. 처음엔 어색해도 캐릭터가 쌓이다보면 자연스럽게 추리 예능이 받아들여질 거라 생각했다."

넷플릭스 예능 <범인은 바로 너> 김주형, 조효진 PD ⓒ 이정민


- 제작진이 짜놓은 전체적인 스토리가 있고, 멤버들이 추리와 미션 수행을 통해 그 답을 찾아가야 한다. 멤버들이 제작진이 예상한 대로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는데, 변수에 대한 대비는 얼마나 해놓았나. 
조: "특별한 상황에서는 2안 3안까지 만들어뒀다. 1회 마지막에 유연석씨가 도망쳤는데, 우린 잡힐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잡힐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준비가 되어 있었다. 멤버들은 상황을 모르지만, 게스트들에게는 대본이 있잖나. 게스트를 통해 가이드, 힌트를 주고, 나머지 상황은 멤버들의 리얼리티로 가는 거였다. 2회에서 바가지 고무줄이 뜯어진다던지 하는 상황은 좋은 돌발 상황이라 그대로 갔다."

- 멤버 구성에도 신경을 썼을 것 같다. 
김: "기본적으로 추리 소재를 다룬 예능이잖나. 우선 예능에 주안점을 둘 멤버들이 필요했다. 그 중심은 유재석씨고, 그와 보조를 맞춰줄 멤버로 우 (이)광수, 좌 (김)종민을 배치했다. 이들이 예능적 재미를 보장한다면, 우리가 짜놓은 가상현실에 빠르게 몰입해 드라마적 요소를 강화할 이들도 필요했다. 아무래도 배우들이 상황 몰입을 잘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안재욱씨는 유재석씨보다 형이라는 점이 가장 좋았다. 유재석 중심 버라이어티지만, 유재석씨가 리더 역할에 머물면 그의 장점을 모두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박민영씨는 예능 노출도가 낮아 끌어낼 모습이 많았고, 털털하고 소탈한 모습이 우리가 찾던 이미지와 꼭 맞더라. 막내 탐정들은 진중한 모습을 원했다. 아무래도 형들이 많이 망가져있는데, 막내들까지 칭얼대면 혼란스러울 것 같았거든.(웃음)"

조: "광수씨 같은 경우는 재석이 형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획안을 줬다. 처음 광수씨가 예능을 시작할 때부터 함께하기도 했고, 그만큼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다."

김: "3회 에피소드 제목이 '살인자 이광수'다. 기절해있던 광수씨가 정신을 차리면 침대에 죽은 여자의 시체가 있고, 손에는 흉기가 쥐어져 있는 거였는데, 촬영할 때 광수씨 눈을 가린 채 눈앞의 상황을 세팅했다. 큐! 사인과 동시에 눈을 뜨면 상황이 시작되는 거였는데, 녹화 시작되자마자 오만생각 다 하고 있는 표정이 보이는데 너무 웃기더라. 광수씨는 선수니까 너무 잘할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줄 수 있는 역할이었다. 우리가 준 대본으로만 주는 재미가 한정적이라면 그 다음은 출연진들이 만드는 돌발상황들로 만들어졌다."

조: "처음에 세훈씨나 민영씨처럼 예능 처음 해보는 분들이 리얼버라이어티면 광수처럼 해야하는지 묻더라. 그래서 아니라고 해줬다. 저렇게 하는 애는 광수 하나밖에 없다고.(웃음)"

넷플릭스 예능 <범인은 바로 너> 조효진 PD ⓒ 이정민


- 드라마적인 요소를 만든 건 출연진들의 리얼한 반응을 이끌기 위한 목적도 있었겠지만,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장치로 보이기도 한다. 
김: "우선 카메라를 시청자 눈에 닿지 않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사실 최근 리얼버라이어티의 추세는 카메라도 나오고, 스태프의 모습도 나오고 한다. 그게 더 리얼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우린 드라마와의 경계에 있고 싶었다. 그래서 출연자 마이크, VJ 카메라도 하나하나 지웠다."

조: "사람이 죽어있고, 사건 해결하는 과정을 해결하려고 하는데 VJ가 나타나면 몰입도가 떨어지지 않을까 싶었다. 카메라 포지셔닝에 신경을 썼지만, 드라마처럼 각을 나눠 촬영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100% 감출 수가 없더라. 그래서 하나하나 열심히 지웠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세트는 세트 벽에 구멍을 내서 카메라를 설치했는데, 그 구멍도 다 지웠다. 그 작업에만 한 달 넘게 걸리더라."   

- <범인은 바로 너!>는 100% 사전제작 예능으로도 화제가 됐다. PD로서 장단점이 뭐였나. 
김: "제작지 입장에서는 장점이 많다. 시청자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받지 못하니 아쉬움도 있을 수 있지만, 시간적으로나 완성도로나, 몰두할 수 있다는 점은 좋더라."

조: "분명 사전제작에도 리스크는 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으로만 국한시켜 이야기한다면 사전제작이라 좋았다. 일단 이야기 전체의 완결성이 있고, 각자의 에피소드가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는데, 시청자 피드백 때문에 전체 구조가 흔들리면 더 문제니까. 또, <범인은 바로 너!> 세트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듣는데, <런닝맨> 등에서 이런 세트를 만들지 못했던 건 제작비 때문이라기보다 시간의 문제였다. 장소 섭외하고, 그에 맞는 설계도 그리고, 짓는 데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데, 매주 한 에피소드씩 기획, 촬영, 편집까지 마쳐야 하는 시스템으론 불가능하니까. 충분한 사전 작업 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는 게 가장 좋았다."

넷플릭스 예능 <범인은 바로 너> 김주형 PD ⓒ 이정민


- 넷플릭스는 분명 세계적인 플랫폼이고, 두 PD도 <런닝맨>으로 예능 한류를 일으킨 주역이다. 하지만 '유재석'이라는 톱 예능인의 출연이 아니었다면 이만큼 주목을 받을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한데, 유재석이 새로운 도전을 원하지 않았다면, 다른 대안이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조: "설정에 대한 몰입도, 리얼리티에 대한 풍부한 이해, 다수의 출연진을 통솔해야 하는 리더십. 이 세 가지를 놓고 고려했을 때 유재석씨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만약 유재석씨가 받아주지 않았다면 전폭적인 수정이 있다든지, 아니면 아예 다른 콘텐츠를 만들었을 거다. 우리가 <런닝맨>을 함께했기 때문에, 그 인연이 이어졌을 거라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재석이 형은 마음에 안 드는데 할 사람이 아니다. 내게도 그러더라. 아무리 네가 하는 거래도 마음에 안 들면 했겠냐고.(웃음)"

- 가상현실을 기반으로한 리얼리티 예능, 앞으로 대세 장르가 될 수 있을 거라 보나.      
김: "젊은 세대들은 게임류에 익숙하잖나. 우리가 만든 운동장 안에 출연자들과 시청자들을 뛰어놀게 하고 싶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처럼. 아직 예능에서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 추리 장르를 덧붙였다. 지금은 중간 단계라고 본다.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우리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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