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민변' '하야'... 공개 안 한 파일이 더 수상하다

특조단,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파일 대부분 비공개... 내부에서도 "전부 공개하라"

등록 2018.05.28 12:36수정 2018.05.28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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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나서는 안철상 법원행정처장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장인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퇴근하고 있다. 이날 특별 조사단은 비공개 회의를 마친 뒤 회의 결과를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보고했다. ⓒ 연합뉴스


(140505)세월호사건관련적정관할법원및재판부배당 방안
(140901)대한변협압박방안검토(나◇◇)
(141229)민변대응전략
(150330)조선일보첩보보고
(150803)VIP보고서
(150905)BH민주적정당성부여방안
(161107)하야가능성 검토(박■■)

모두 '양승태 대법원' 시절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보고서다. 사법부가 3차례 자체 조사단을 꾸린 끝에 어렵게 접근한 파일이다. 제목만 봐도 이 시기 법원행정처가 법관과 재판을 보조한다는 본연의 업무에서 크게 이탈했음을 알 수 있지만, 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아래 특조단)은 지난 25일 192쪽짜리 조사보고서를 내고 지난 3개월 동안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두 번째 자체 조사단인 '추가조사위원회'가 암호 설정 등 문제로 접근하지 못한 파일까지 들여다봤다. 그 결과 양승태 대법원장 시기 법원행정처가 사법부 숙원사업이었던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재판을 미끼로 박근혜 청와대와 거래를 시도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410건 중 174개만 공개... 나머지는 '봉인'

세 번째 조사의 핵심은 '컴퓨터'였다. 특조단은 우선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퇴직)과 이규진 전 상임위원, 김아무개·임아무개 전 심의관으로부터 업무용 컴퓨터 저장매체(SSD/HDD)를 조사하는 데 동의를 얻었다. 그 뒤 암호가 걸려있는 파일은 전수조사, 나머지 파일은 주요 검색어를 통해 추출하는 방식으로 파일을 선별했다. 그 결과 사건과 관련 있는 410개의 '조사결과 주요파일'을 추려냈다. 또 사법행정권 남용과 연관성에 따라 A-B-C 순으로 등급을 부여했다.

그러나 특조단이 모든 파일을 공개한 건 아니다. 이들 중 174개만, 그 중에서도 주요내용만 '인용'했을 뿐이다. 나머지 236개 파일은 특조단의 결정으로 비공개됐다. 기사 첫머리에 등장하는 수상한 제목의 문서 역시 여기에 포함됐다.

특히 '(150803)VIP보고서', '(150905)BH민주적정당성부여방안'이 작성된 2015년 중순은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설치와 관련해 청와대의 우호적 반응을 얻기 위해 재판 결과를 카드로 '협상전략'을 분주하게 세우던 시기였다. 동시에 집권 3년차였던 박근혜 정부는 '문고리 3인방' '성완종리스트' 등으로 정당성에 큰 상처를 입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정부에 대한 여론이 싸늘하게 식은 때에 작성된 '(140505)세월호사건관련적정관할법원및재판부배당 방안'은 또 다른 사건에서의 부적절한 개입 가능성을 보여준다.  '(140901)대한변협압박방안검토(나◇◇)' '(141229)민변대응전략'은 변호사 단체를 압박하려한 정황이 담겼다. '촛불혁명'이 번져나가던 시기에 '하야가능성'을 검토했다는 사실 역시 '양승태 코트'의 민낯 중 하나다. 

이런 민낯은 실체가 완전히 드러나기도 전에 봉인됐다. 특조단 자체 판단에 따라 공개 대상에서 밀려난 것이다. 특조단은 조사보고서 서두에서 그 이유를 "법관의 인사, 내부 보고와 기관 사이의 협조, 여론에 대한 대응 등 사법행정상의 필요와 합목적성이 인정되는 문서는 제외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이와 같은 과정에서 중요도 높은 파일의 누락은 없다"라고 못박았다.

내부에서도 "파일 전체 공개하라"

하지만 개별 파일마다 비공개 사유가 명시되지 않아, 해당 파일이 특조단이 제시한 복수의 비공개 사유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는 알 수 없다. 또한 조사 보고서만 공개했을 뿐 과정이나 결과에 대한 취재진과의 브리핑도 열지 않았다.

때문에 법원 내부에서조차 파일을 전부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수도권의 한 지방법원 대표판사인 A판사는 28일 오전 법원 내부통신망(코트넷)에 '410개 파일의 원문 자료 제공을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조사단은 총 410개의 파일을 검토하였음에도 그 중 90개의 파일(중복된 파일까지 포함하면 174개)만을 선별하여 조사보고서 본문에 부분적으로 인용했고, 전문을 별지로 첨부한 파일은 단 2개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사결과를 토대로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이번 사법행정권 남용 사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는 410개 파일 모두를 원문으로 제공받아 검토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다음 달 법관대표회의가 열리기 7일 전인 6월 4일까지 자료를 제공해달라고 요구했다. 
#양승태 #사법행정권 #블랙리스트 #특별조사단 #특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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