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비행기에 뒤덮인 한진그룹 "우린 노예가 아니다"

[대한항공 4차 촛불집회] '대한항공 직원연대' 결성... 한진 본사 앞에서 종이비행기 날려

등록 2018.05.26 00:10수정 2018.05.2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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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대한항공직원연대 4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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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대한항공직원연대 4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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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대한항공직원연대 4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우리는 노예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흩어져 있던 직원들은 총수 일가의 좋은 먹잇감이었습니다. 그들과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고, 모진 말 한마디에 고개를 떨구었으며, 눈물을 삼키며 무릎을 꿇기도 했습니다. 갑들은 우리가 서로 연결될 수 없도록 속이고, 겁박하고, 쫓아내며 찢어 발겼습니다. 함께 모인 우리의 힘이 만들어 낼 변화가 두려웠던 것입니다. 하여 우리는 직원연대를 창립합니다. 이제 땅콩 봉지조차 스스로 뜯을 줄 모르는 대한항공의 갑들에게 을들의 힘을 보여줄 것입니다."

전화를 통해 연결된 박창진 사무장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대한항공직원연대 창립선언문'을 결의에 찬 목소리로 읽어나갔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합니다"라는 마지막 말에 '벤데타' 가면을 쓰고 집회에 참여한 직원들이 환호를 보냈다. 4일, 12일, 18일, 그리고 25일 네차례 집회만에 직원들의 연대체가 구성된 것이다.

"자발적으로 회사 구하자고 모인 것에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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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대한항공직원연대 4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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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직원, 가족, 지지하는 시민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4차 촛불집회를 마치고 사옥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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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직원, 가족, 지지하는 시민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4차 촛불집회를 마치고 사옥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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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대한항공직원연대 4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25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조양호 회장 일가 퇴진과 갑질근절을 위한 제4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날 300여명(경찰추산)의 대한항공 직원들은 대한항공 직원연대를 선언하고, 한진그룹 앞까지 행진했다.

대한항공 익명 카톡방에서 '무소유'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는 한 승무원이 3차 집회에 이어 사회를 맡았다. 함께 사회를 본 파트너는 방송인 허지웅씨였다.

허지웅씨는 자신이 대한항공 직원들에게 감동을 받아서 이날 집회에 나왔다고 밝혔다.

"저도 회사 생활 오래 했거든요. 회사에서 하지 말라는 거, 회사 눈치를 보면서 이렇게 자발적으로 나온다는 것이 큰 감동이었어요. 그게 얼마나 어렵고 힘든일입니까 (...)지금 비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회사를 구해보고자 자발적으로 모이시는 것에 감동을 느꼈습니다"


허씨는 "눈 앞에 목표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너무 빨리 지치지는 않았으면 한다"면서 "장기적으로 볼 때 갑질문화를 없애서 과거의 유물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게 중요하다"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이어진 자유발언에서는 대한항공의 노동환경 문제를 지적하고, 조씨 일가를 규탄하는 내용이 이어졌다.

익명 채팅방의 '(객실)희망이'는 "노예가 아님을 선언한다. 사우 여러분 깨어나라"며 대한항공을 직원들 손으로 지켜내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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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대한항공직원연대 4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조종사가 촛불을 들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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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대한항공직원연대 4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애사심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대한항공 명칭 회수하라는 청원이 빗발치니까 아쉽고 허무하고 서러웠습니다. 십수 년간 근무한 이곳이 거대한 범죄집단으로 비쳐지는 현실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저희 자리에서 묵묵히 일한 것이 그들의 뱃속만 채우고 불법과 비리를 저지르는데 이용됐다고 생각하니 화가 납니다. 그들이 아무리 소리지르고 갑질해도 그들은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우리는) 노예였습니다. 제 스스로 그것을 인정하고 살았다는 것을 모른 채 살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저희는 노예가 아님을 선언합니다"

그는 "대한항공 총수일가는 대한항공 자체가 아니다"라며 "사우 여러분 깨어나라. 우리가 없다면 그들도 없다는 것을 우리가 먼저 깨달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항공을 무너트리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인 것이 아니라 세우기 위해 모인 것이다. 제발 '대한'이라는 이름 회수하라고 하지 마시고 '대한'이라는 이름이 자랑스러울 수 있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한번만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발언 끝에 그가 조씨 일가에게 외친 말은 직원들의 큰 환호를 받았다.

"조삼남매 너희들은 입사시험부터 다시 치르고 들어올 수 있으면 다시 들어와라."
"이명희 사모님, 이제 그만하시고 본인 그릇에 맞는 자리 찾아가십쇼. 그릇도 안 되는 사람이 너무 높은 자리에 앉아 많은 사람이 괴롭습니다."

한진 사옥 뒤덮은 파란 종이 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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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직원, 가족, 지지하는 시민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4차 촛불집회를 마치고 사옥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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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마친 대한항공직원연대 4차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대한항공 사옥에서 마무리 집회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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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마친 대한항공직원연대 4차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대한항공 사옥에서 마무리 집회를 하고 있다. ⓒ 이희훈


한편 이날 시위에서는 대한항공의 제보 카톡방을 만든 '관리자'가 전화 연결을 통해 '대한항공 직원연대'의 출범을 알렸다.

관리자는 "기존 방식으로 사측에 저항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들이 대응할 수 없는 새로운 전략을 내세워야 한다"며 "직원연대를 정식으로 출범해서 새로운 형태의 연대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관리자의 설명에 따르면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조씨 총수일가의 범죄행위를 단죄하기 위해 청와대, 국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찾아가고, 외부의 조력을 얻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속적으로  내부고발을 이어갈 계획이다. 한때 직원들이 만든 익명 단톡방에서 '새로운 노조'가 아니냐는 오해가 일었으나, 사회자는 "노조가 아니고 시민들도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직원연대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자"는 박창진 사무장의 발언이 이어진 후, "갑질 원조 조양호는 퇴진하라" "국민그룹 한진그룹 지켜내자"는 구호와 함께 보신각에서 서울 중구 소공동 한진그룹 본사까지 행진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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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직원, 가족, 지지하는 시민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4차 촛불집회를 마치고 사옥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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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대한항공직원연대 4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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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대한항공직원연대 4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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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대한항공직원연대 4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피켓을 들거나 파란색 리본 모양이 그려진 '갑질근절 캠페인' 스티커를 내세운 직원들은 쉬지 않고 구호를 외치며 20분간을 행진해서 한진그룹 본사에 도착했다.

다시 직원들 앞에 선 사회자 '무소유'는 대한항공 이미지송인 '하늘 가까이'를 인용해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싸우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후회하지 않지만 돌아볼 줄 아는 나, 부족함을 알지만 포기하지 않는 나'... 우리 이 노래 가사처럼 대한항공에 입사한 것을 후회하지 말고 잘못된 부조리를 돌아보고 바꿔나갈 수 있는 우리가 됩시다. 부족함을 알지만, 우리 동료들끼리 끝까지 뭉쳐서 포기하지 맙시다. 동료여러분 우리 포기하지 맙시다."

직원들은 준비한 파란색 종이 비행기를 날렸다. 파란 물결이 대한항공의 모기업인 한진그룹의 건물 앞을 뒤덮었다. 종이 비행기 속에는 "CHO OUT 그만해라"등 대한항공 직원들의 바람을 담은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대한항공 #대한항공직원연대 #조양호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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