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깨버린 트럼프, 왜?... 전문가들 "단순 기 싸움 아냐"

전문가 분석 "트럼프, 미국 내 관료 반발 잠재우기 어려웠을 것"

등록 2018.05.25 01:42수정 2018.05.25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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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미국 현지시간) 백악관 명의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을 통해 오는 6월 12일로 예정됐던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는 CNN 홈페이지. ⓒ CNN홈페이지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백악관 공개서한을 통해 내달 1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했다. 이에 대해 외교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의 반응에 따라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는 여지는 남겼다"면서도 "북한이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담화에 반대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한 북미 대화가 이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미정상회담 취소라는 카드를 꺼낸 배경에 대해 "펜스 부통령을 정조준한 최선희 담화의 수위가 높았기 때문"이라며 "미국으로서는 자국의 부통령을 저격한 것을 그냥 넘어가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협상력을 높이려는 북한의 담화를 그대로 받아들였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북미정상회담에서 북쪽 실무협상을 도맡았던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담화형식으로 펜스 부통령을 비난하며, '북미 정상회담의 재고' 가능성을 내비쳤다.

"백악관 공개서한, 단순한 기 싸움 아니야"

전문가들은 미국이 백악관 공개서한 형식을 통해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한 것에 주목했다. 트럼프의 트위터가 아닌 공개서한으로 미국의 입장을 드러낸 것은 단순히 협상 전략 차원의 기 싸움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분간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기 어렵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냈다는 설명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미국이 백악관 공식문서에 북미정상회담 날짜(6월 12일)까지 못 박아 취소한다고 했다"라면서 "북한이 완전히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북미정상회담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강력한 뜻을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 역시 "백악관발 공개서한이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라면서 "북한이 확실히 물러나는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단순히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 취소가 아니라 당분간 정상회담 자체가 힘들어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미국이 북미정상회담 취소라는 강수를 둔 것은 '최선희 담화'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고유환 교수는 "최선희 담화가 세서 미국의 자존심이 상했을 수 있다"면서 "미국 내에서는 이른바 불량국가인 북한과 정상국가 중에서도 우두머리 격인 미국이 이런 분위기에서 대화해야겠냐는 불만이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최선희 담화는 펜스 부통령을 콕 집어 공격했다"라며 "대표적으로 북한을 불신하고 혐오하는 수준의 강경주의자인 펜스 부통령은 엄청난 불쾌감을 표시했을 것이고, 미국 내 관료들 역시 트럼프에 상당한 압력을 가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난한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까지야 트럼프 대통령 선에서 관료 그룹을 설득할 수 있었지만, 부통령을 향한 비난까지 잠재우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 번이나 방북해 북한과 의제를 조율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의 안이 미국 관료들을 설득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 연구위원은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과 조율한 수준이 백악관 내 관료들에게 공유됐을 것"이라며 "이 정도로는 성공할 수 없다, 비핵화가 어렵다는 관료들의 강력한 반대가 있었을 가능성도 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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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자료사진). ⓒ 연합뉴스·EPA


"미국, 북한의 담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북한이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전략을 미국이 그대로 받아들인 것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준형 교수는 "(펜스 부통령을 저격한) 수위를 떠나서 북한이 당 차원의 공식적인 성명을 발표한 게 아니라 담화 수준에서 비판한 것"이라며 "미국이 너무 내용 그대로 받아들이며 극적으로 반응했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고유환 교수 역시 "북한은 억류자도 석방하고 풍계리 핵실험장도 폐기하며 비핵화 의지를 드러냈다"라면서 "북이 (북미정상회담에서) 협상력을 높이려고 당국자의 입을 통해 발표한 담화를 미국이 내용 그대로 받아들였다"라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북미정상회담의 향후 일정을 두고 "북한의 공식 입장을 지켜봐야겠지만, 대화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 교수는 "북한도 내부적으로 병진 노선 중단을 선언해서 다시 핵을 추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다만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한 당일에 미국이 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한 마당에 북도 센 반응을 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홍 연구위원은 "북한이 '비난'에 그칠지 '대화 중단'을 선언할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정상회담 취소 결정을 북한이 비난하는 것에 그치면 대화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면서도 "만약 미국과 대화할 필요가 없다는 직접적인 표현까지 나오면 당분간 북미정상회담이 아닌 북미 대화의 가능성 자체가 없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편, 김준형 교수는 "미국의 일방적인 북미정상회담 취소는 미국에 리스크로 돌아갈 것"이라며 "중국이 이 탓을 미국에 돌려 유엔의 대북 제재에 동의하지 않고 북을 지지하는 입장에 설 수 있다. 미국은 큰 실수를 한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북미 정상회담 #김정은 #폼페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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