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시가 진짜 '행복도시' 되려면, 특수학교가 필요하다

[주장] '특수학교 설립' 두고 동해시와 도교육청 진실 공방... 시의 적극적인 역할 바란다

등록 2018.05.25 10:03수정 2018.05.2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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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동해시는 (가칭) 동해특수학교 설립이 동해시가 반대하거나 적극 대처하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는 여론이 잘못되었다며 바로잡겠다며 보도자료를 냈다가 취소한 일이 벌어졌다. 하지만 일부 언론(동해시, 특수학교건립관련...교육청 일방적 추진 지적, 동해특수학교 설립 "주민 의견이 우선")이 보도하면서 그 내용이 알려졌다.

이에 강원도교육청(이하 도교육청)은 21일 보도자료로 동해시 입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면서도 "과거의 잘잘못을 가리기보다 함께 무릎을 맞대고 풀어야 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동해시와 도교육청의 입장은 왜 어긋났을까? 그간의 과정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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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교육청이 낸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한 (가칭) 동해 특수학교 설립 추진 과정. ⓒ 이무완


동해특수학교, 도교육청과 동해교육지원청의 일방 추진?

지난 17일 동해시는 "동해특수학교는 지난 2014년 5월 (구)삼화초 비천분교에 설립하려 했으나, 상수도 기반 시설 미흡과 사유지 매입 난항, 주민 반대 등의 사유로 지난 2016년 7월 현 동해교육도서관 부지로 이전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는 과정에서 강원도교육청(이하 도교육청)과 동해교육지원청이 동해시와 지역 주민에게 사전 협의와 공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다가 인근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주민 설명회가 무산되는 상황을 맞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도교육청과 동해교육지원청이 일방적이고 행정 편의적인 발상을 탈피해야 하며, 원점부터 다시 검토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도교육청의 말은 다르다. 보도자료에 나온 주장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도교육청은 2014년 동해와 삼척에 특수학교가 없어 지역 특수교육대상학생이 강릉 오성학교로 오가는 불편을 줄이고자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한다. 이때 동해시가 제시한 부지는 LS전선연수원(지가동 산 65-2번지) 자리인데 인근에 고압송전선로가 지나가 학생 건강 문제를 고려하여 도교육청은 옛 삼화초 삼흥분교 자리로 변경 요청한다. 그러나 삼화초 삼흥분교 자리는 상수원보호구역으로, 협의하는 과정에서 동해시에 상·하수도 기반시설 설치 협조를 요청하였으나 '상수도 설치가 어렵다'는 뜻을 밝혀 옛 남호초 부지로 바꾼다.

도교육청은 2016년 11월 9일 주민설명회를 열고, 12월에는 유관기관 및 지역대표와 설립 관련 협의를 진행했으며, 2017년 4월에는 동해시장과 면담을 했다고 밝혔다. 그 뒤로도 도교육청은 2017년 5월 제2차 주민설명회를 열려고 했으나 일부 주민 반대로 무산됐고, 이후 동해시장면담, 동해시민대토론회, 특수학교반대추진위 간담회뿐만 아니라 동해시와 동해시민단체, 동해시장 면담 등을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동해시는 도교육청과 동해교육지원청이 일방적으로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도교육청 측은 자신들과 동해교육지원청이 시장과 시 관계자, 시민단체, 주민 등과의 접촉해왔다고 설명한다.


지역 주민이 통일된 의견을 제시한다면 수용하겠다?

동해시는 "시는 시민 화합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에서 특수학교 건립 문제가 부곡동 주민들 간에 찬성과 반대가 심하여 지역정서가 분열되는 등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함을 인지하고 있으며, 지역 주민들의 찬성 또는 반대에 대한 통일된 의견이 제시된다면 어떤 것이든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알려졌다.

동해시 처지에서 지역 정서가 갈라지고 주민 화합이 깨어지는 것을 염려하는 마음은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지역 발전을 바라는 지역 주민 요구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한쪽의 입장만 귀 기울인다면 공정하지 않다. 필자는 동해 특수학교 설립은 시민 대다수가 찬성하고 몇몇 주민이 반대하면서 더디게 진행된 일이라고 판단한다. 동해시의 논리라면 이 땅 어디에도 특수학교를 세우기 어려울 것이다.

과연 '통일된 지역 주민 의견'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시민 모두가 찬성해야만 '통일된' 의견인가. 동해특수학교 설립은 시민 대다수가 간절히 바라는 교육 현안이라고 본다. 일부 주민 반대를 동해시민 모두가 반대하는 것처럼 말하는 건 지나친 일반화라고 생각된다. '통일된 의견'을 주장하는 것은 자치단체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스스로 저버리는 일이다. 지난해 9월 18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행위는 헌법의 평등정신에 위배된다는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의견 표명>을 내놓은 바 있다. 반대 주민을 누가 설득해야 하는가.

<교육기본법> 제4조 제②항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학습자가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역 간의 교원 수급 등 교육 여건 격차를 최소화하는 시책을 마련하여 시행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 말은 교육부장관과 각 시·도 교육감에게 특수학교 신설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라는 말이다. 동시에, 강원도지사와 동해시장에게도 특수학교 설립 반대 같은 장애인을 배제하고 거부하는 사례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지역주민 인식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라는 말이다. 동해시는 과연 어디에 서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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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법> 제9조 제②항 ⓒ 이무완


특수학교 설립은 교육감 고유 사무?

말이 났으니 마저 해야겠다. 동해시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20조 제5호에 따라 학교, 그 밖의 교육 기관의 설치, 이전과 폐지에 관한 사항은 교육감의 고유 사무이므로 특수학교 설립으로 발생하는 각종 민원사항 등에 대해서도 강원도 교육청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오는 2020년 3월 개교를 목표로 대구 달성군 지역에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하는 대구시 교육청의 사례 등 타 지역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추진하기를 바라며, 좌우를 살피지 않고 빨리 가려다 오히려 늦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말은 특수학교 설립은 교육감의 고유 사무로 도교육청과 동해교육지원청이 발 벗고 나서야 할 일이지 동해시가 나설 일은 아니라는 의미로 읽힌다. 도교육청이든 동해교육지원청이든, 반대하는 주민을 설득하면 그때 협조하겠다는 말로 다가온다. 동해시는 그 근거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를 들었는데, 이것으로 <헌법> 제11조에서 밝힌 평등권과 <교육기본법> 제4조에서 밝힌 교육의 기회균등을 덮을 수 있는 것일까.

또한 <지방자치법> 제9조 제②항에서 말한 '교육·체육·문화·예술의 진흥에 관한 사무'를 소홀히 하겠다는 선언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 의견에는 지역에 마땅한 학교가 없어 가정과 시설에서 순회교육서비스만 받는 중도·중복장애학생까지 생각하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그 책임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역 주민 앞에 특수학교 설립을 바라고 무릎 꿇는 부모가 더는 없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주민 설득에 나서라는 말이다.

동해시는 "시는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 설립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 아니며, 지역 주민들 간의 대립과 반목이 아닌 일치된 의견으로 시민화합을 도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말처럼 동해시는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지 않는다면 대립과 반목이 있는 현장에 나서서 반대 주민 설득에 나서야 한다.

특수학교가 지역사회 안전이나 발전을 저해한다는 근거가 없고 장애인 특수학교를 반대하는 것은 개인과 지역 이익을 위해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권을 침해하는 일임을 분명히 하고 설득해 나가야 한다. 이는 도교육청과 동해교육지원청만의 일이 아니라 동해시의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동해시는 '시민중심 경제중심 행복도시'라고 말해왔다. 이때 시민은 누구이며 행복은 도대체 누구의 행복을 말하는가. 특수학교가 세워지기를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면 그런 도시는 결코 행복도시가 아니다.
#동해특수학교 #동해시 #특수학교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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