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두 딸 키우며 세운 목장, 특별한 성공 비결

[지금 거기에 가면 26] 여주 은아목장의 낙농체험

등록 2018.05.25 15:34수정 2018.05.25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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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아목장 1983년에 설립하여 올해로 35년째인 여주 은아목장. 야트막한 산 사면에 안온하게 들어앉아 있는 아기자기한 체험목장이다. ⓒ 홍윤호


은아목장에서의 대화 

"혹시 따님 이름이 은아입니까?"


"우리 두 딸 이름이 김지은, 김지아예요. 첫째 애 이름으로 지으면 둘째가 샘낼까 봐 두 아이 글자를 하나씩 따서 목장 이름을 지었지요."

은아목장의 조옥향 대표는 온종일 목장을 돌아다니며 항상 어딘가에서 일을 한다. 허리를 펴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지난 25일 목장에 들어가서 가장 먼저 만났던 사람도 조옥향 대표였다. <오마이뉴스>의 독자라는 그녀는 시민기자가 되어 글을 쓰고 싶다는 작은 희망을 피력했지만, 목장 일 때문에 도저히 글을 쓸 시간이 나지 않는다며 웃음을 지었다.

2018년 현재 전국적으로 32개의 목장에서 목장 개방과 낙농체험을 실시하는데, 경기도 여주 은아목장도 그중 한 곳이다. 

"정부에 체험목장을 처음 건의한 사람이 저예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에 걸쳐 우유 파동과 우윳값 폭락 등으로 낙농 목장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새로운 발상의 하나로 당시 농림부에 건의했어요. 그런데 내부 회의에서 어떻게 목장을 일반인에게 개방하냐고 펄쩍 뛰며 반대하는 분이 있어 성사가 되지 못했지요. 그래도 꾸준히 건의했고, 또 도와주는 관료분도 계셔서 결국 목장 개방과 낙농체험이 이루어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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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아목장길 소 사육장으로 올라가는 길. 목장 안에는 예쁘게 지은 집들이 곳곳에 들어앉아 있어 보기에도 좋다. ⓒ 홍윤호


뭔가 새로운 일을 하려면 항상 쉽게 되는 것이 없다.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법. 낙농체험 외에도 각종 규제 완화를 통해 여러 유가공품 개발과 생산의 길을 트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1+2+3차 산업을 더한 6차 산업의 한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체험목장의 길은 이제 시작이고 아직도 할 일이 많은 듯 했다.


그래도 조옥향 대표는 손자와 강아지들이 목장 풀밭에서 뛰놀며 어울리는 모습을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손자 본인은 잘 모르겠지만, 이미 그 아이는 이 목장의 3대째 후계자로 점 찍혀 있는 듯싶었다.

자식, 손자가 다 뜻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어릴 때부터 자연과 목장에서 뛰놀던 아이라면 충분히 희망을 품을 만도 하다. 게다가 두 딸들이 목장을 잘 운영하 는데다 둘째 사위는 아예 목장 안에 유럽풍 집을 짓고 들어와 살고 있으니 말이다. 

목장 건너편의 골프장을 바라보며 저곳도 이 목장의 영역이었으면 더 넓은 범위에서 더 큰 꿈을 키울 수도 있었겠다 하는 아쉬움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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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아목장의 나무판 그림 조욕향 대표가 직접 그렸다는 나무판의 소 모녀는 모두 하이힐을 신고 있다. ⓒ 홍순율


은아목장의 낙농체험

전국 32개 체험목장의 낙농체험들은 대개 프로그램이 엇비슷하다. 어느 정도 표준화되어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래도 은아목장의 프로그램은 좀 더 다양하며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다. 그래서일까. 방송 전파도 몇 번 탔고, 2013년에는 MBC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의 아이들 낙농체험 현장으로 나오기도 했다. 

1983년에 설립하여 벌써 35년을 헤아리는 넓이 5만㎡의 목장. 야트막한 산자락 한 면을 차지하고 안온하게 들어앉아 있는 은아목장은 특히 주말과 휴일에 아침부터 바쁘다.

체험은 항상 오전 10시 30분에 시작한다. 주로 아이들과 그들의 엄마, 아빠들로 구성된 체험객들이 목장에 모이면 체험을 주도하는 선생님이 이들을 인솔하여 체험장으로 안내한다. 첫 체험은 젖소 사육장에서 하는 엄마 젖소 젖 짜기와 소 여물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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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젖 짜기 체험 소 젖 부분을 살살 어루만진 다음 소 젖꼭지를 힘껏 쥐면 우유가 나온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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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여물 주기 소 사육장안의 소에게 건초를 주고 있다. 혹시 소가 물까봐 손을 확 빼는 사람들도 있다. ⓒ 홍윤호


먼저 엄마 젖소가 가만히 서서 열심히 풀을 먹고 있는 곳 앞에서 젖 짜기 체험이 이루어진다.

"자, 젖 부분을 '아이, 예쁘다' 하면서 살살 어루만져 주신 다음 젖꼭지 윗부분을 꽉 쥐어 힘을 주세요. 우유가 나오죠?"

엄마 젖소의 젖꼭지에서 우유가 쭉 나오면 아이들 입에서 탄성이 나온다. 아이들뿐 아니라 부모들도 한 번씩 해보도록 기회를 준다. 한 사람 한 사람 순서대로 해야 해서 시간이 걸리므로, 그 빈 시간에 옆에 있는 젖소 사육장에서 소 여물주기를 한다.

준비한 건초를 들고 소에게 먹이면 되는데, 길고 탄탄한 혀를 쭉쭉 내밀며 건초를 집어먹는 모습에 깜짝깜짝 놀라면서도 그 모습에 매료되어 계속 건초를 주는 아이들도 있다. 물론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해본다. 아이들이고 부모고 소가 자기 손도 혀로 핥을까 봐 겁나서 빠르게 손을 빼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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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지 우유 주기 우유통을 송아지 입 가까이 대면 송아지들은 신나게 쭉쭉 빨아 먹는다. ⓒ 홍윤호


다음은 송아지 우리로 가서 송아지 우유주기 체험을 한다. 1.5리터짜리 우유통을 아래쪽으로 기울여서 송아지 입에 가까이 대면, 송아지들은 기다렸다는 듯 "쭙쭙" 소리를 내며 엄청난 흡입력으로 순식간에 우유를 통째 빨아 먹는다. 먹을 때는 눈을 휘둥그레 뜨는데, 귀엽고 순해 보이는 눈이 인상적이다.

이어서 체험객들에게 당근을 준다. 옆 우리에 있는 말이나 양들에게 당근을 줘도 된다. 말은 당근만 씹어 먹지만, 당근을 주는 사람들은 대개 자기 손 물릴까 무서워서 얼른 손을 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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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밥 주기 말이 좋아하는 당근을 주고 있다. 말은 당근만 먹지만, 당근을 주는 사람들은 대개 놀라서 손을 빨리 뺀다. ⓒ 홍윤호


점심시간이 다 되면 피자 만들기 체험이 기다린다. 실내 체험장의 식탁마다 재료가 준비되면 바로 피자를 만들 수 있다. 일단 밀가루 반죽을 해서 식탁에 둥그렇게 편 다음 피자 틀에 넣고 토마토소스를 바른 다음 그 위에 토핑을 한다. 보통 주어진 재료들을 모두 토핑하는데, 토핑이 끝난 피자판을 피자 굽는 기계에 넣고 400℃ 이상의 온도에서 구워진 피자를 직접 가져가서 먹을 수 있다. 내가 만든 피자를 고온의 기계에서 구워 먹는 맛이 괜찮다.

피자로 점심을 먹는 과정까지가 낙농체험의 일반적인 코스이다. 직접적인 낙농체험은 아니지만, 코스 중간에 트랙터 타기 체험도 있다. 이외에 치즈체험이나 밀크소시지 만들기 체험을 추가로 더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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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만들기 체험 자기가 만든 피자를 직접 구워서 먹을 수 있다. 사진은 피자판 위에 토핑하는 모습 ⓒ 홍윤호


아무래도 낙농체험은 체험 자체도 즐겁지만, 넓게 탁 트인 풀밭에서 푸른빛을 가까이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은아목장은 초원과 숲과 소 사육장, 곳곳에 들어선 유럽풍 집과 카페, 그리고 조옥향 대표가 직접 그렸다는 예쁜 소 그림들이 잘 어울려 아기자기한 맛을 준다.

특히, 풀밭 옆 나무판의 소들은 모녀지간인 엄마 소와 딸 소임을 표시하기 위해 발에 빨간 하이힐을 신겨 놓았다고 한다. 

[여행 정보]

*주소: 경기도 여주시 가남읍 금당 5길 139

*연락처: 031-882-5868, www.eunafarm.com

*기타 정보: 낙농체험 1인(3세 이상) 1만 5천 원, 피자만들기 수업 1만 8천 원, 패키지 낙농+피자체험 1인 2만 원. 기본 예약제로 운영하며, 예약은 홈페이지에서 함. 단체 체험일 경우 할인 적용됨.

*가는 법: 자가용으로는 영동고속도로 여주IC에서 나와 여주삼거리에서 좌회전(장호원 방향)→점동우체국 이후 사거리에서 우회전→온세통신 이정표 골목으로 진입→온세통신 위성 지구국 앞에서 우회전→직진→높은 언덕집으로 진입. 대중교통으로는 여주버스터미널 건너편에서 장호원 혹은 점동 방향 버스를 타고 점동에서 하차 후 택시 이용 (약 5~6천 원)

* 은아목장 이외에 가까운 목장에서 낙농체험을 하고 싶다면 낙농진흥회 우유 홍보 사이트 아이러브밀크의 낙농체험(http://milktour.ilovemilk.or.kr/)에 들어가 체험목장 찾기 항목에서 지역별로 찾아보면 된다.
#은아목장 #낙농체험 #조옥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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