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버닝'과 '레토' 최고점이라 수상? '여기'에 달려있다

[여기는 칸] 평론가 평점 맹신은 금물... 키는 심사위원 성향

18.05.19 16:58최종업데이트18.05.19 17:46
원고료로 응원

영화 <레토>의 한 장면. ⓒ HYPE FILM


칸영화제의 폐막이 다가왔다. 21편의 경쟁작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고, 다양한 평가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창동 감독의 <버닝>과 한국 배우 유태오가 주연을 맡은 러시아 영화 <레토> 또한 호평을 받고 있으며, 수상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심심찮게 들린다.

과연 두 작품의 수상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우선 표면적으로 가장 기대를 걸기 쉬운 게 주요 평론가들의 평점을 매일 발표하고 있는 영화 잡지 <스크린>과 <르 필름 프랑세즈>의 점수다. 이 잡지들을 통해 영미권과 유럽권의 반응을 한 눈으로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참고용일 뿐이다. 칸영화제 수상작은 전적으로 심사위원장과 심사위원들 성향에 좌우된다.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과 크리스티앙 쥰 부집행위원장의 평가 역시 수상 여부에 큰 영향을 주진 못한다.

역학 관계

통상 평론가 평점이 높으면 수상에 불리하다고 보기도 한다. 주최 측과 완전히 분리돼 격론을 펼치는 심사위원들이 자칫 평론가들의 점수에 압박을 받는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기 때문. 실제로 지난 해 황금종려상을 받은 <더 스퀘어>와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120BPM>은 <스크린> 기준으로 각각 2.7과 2.5로 중상위권 수준이었다. 3.2점으로 최고점을 받은 <러블리스>는 심사위원상에 그쳤고, 역시 동률이었던 <유 워 네버 리얼리 히얼>은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19일 오전(현지시간 기준) 경쟁작 중 최고점을 받은 건 <스크린> 기준으로 <버닝>(3.8/4)이고, <르 필름 프랑세즈> 기준으로 <레토>(2.9/4)와 <만비키 가족>(2.9/4)이다. 특히 <버닝>의 경우 <스크린> 역사상 최고점이라는 기사도 나왔다. 오히려 '높은 평론가 점수'가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또한 평점을 주는 평론가, 평론매체와 주최 측의 관계도 수상작 선정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르 필름 프랑세즈>에 점수를 제공하고 있는 '카이에 시네마'는 오래 전부터 칸영화제에 비판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기서 평점을 높게 주면 외려 수상가능성이 멀어질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현지 시각이다. 참고로 <레토>는 4점 만점을 받았고, <버닝>도 상위권인 3점을 받았다.

영화 <버닝>의 작품 포스터. ⓒ CGV 아트하우스


극장협회와 배급사의 힘이 강한 프랑스 분위기 상 배급사의 규모와 명성 또한 중요하다. <버닝>의 프랑스 배급사는 DIAPHANA DISTRIBUTION(디아파나)으로 프랑스 내에서 잘 알려진 회사다. <레토>의 프랑스 배급사는 BAC Films다. 한국으로 치면 쇼박스 정도에 해당하는 곳으로, 인지도가 높은 회사다.

아무래도 가장 큰 변수는 심사위원들의 성향이다. 올해는 호주 출신의 할리우드 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심사위원장을 맡았고, 크리스틴 스튜어트, 에바 두버네이, 카냐 닌, 레아 세이두 등 총 9명의 심사위원 중 과반 이상인 5명이 여성이다. 레드카펫 행사에서 여성 영화인들의 행진을 주도한 이들이기도 하다. 경쟁작 21편 중 단 3편인 여성 감독의 영화들을 비롯해 소수자와 인권 문제 등을 건드린 작품들이 심사위원 눈에 들 가능성도 있다.

물론 케이트 블란쳇은 "모든 영화들이 같은 조건에서 평가받을 것"이라 밝히긴 했다. 그럼에도 레바논 출신의 여성감독 나딘 라바키의 <가버나움>이 평점은 중위권이지만 현지 관객들 사이에서 극찬이 이어지고 있어 수상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앨리스 로드워쳐 감독의 <해피 애즈 라짜로> 역시 주요한 수상후보 중 하나다. 다만 에바 허슨 감독의 <걸즈 오브 더 선>은 <스크린>과 <르 필름 프랑세즈> 모두 1점, 0.5점을 받는 등 최하위라 쉽게 수상작으로 거론할 순 없어 보인다.

참고로 케이트 블란쳇은 <레토>의 감독이자 현재까지 러시아 정부로부터 가택 강제 구금 중인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의 석방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영화 취향 또한 클래식이나 전통적이기 보단 현대적인 작품을 선호하는 걸로도 알려졌다. 이 기준으로 보면 <버닝> 보다는 <레토>가 좀 더 수상 가능성이 높거나 상위에 해당하는 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영광의 주인공은 누구? 영화 <버닝> 기자간담회 직전 배우와 감독의 이름 팻말이 세워진 무대. ⓒ 이선필



버닝 레토 칸영화제 이창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