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허무는 것, 그게 평화의 시작

[서평] <인간은 왜 폭력을 행사하는가?>

등록 2018.05.17 10:26수정 2018.05.1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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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평화'가 화두다. 평화란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일상에서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모든 차별과 폭력이 사라진 사회가 되어야 비로소 우리는 평화를 말할 수 있다. 인간의 본성이 선한가 악한가에 대한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인간은 선한 본성을 타고 났음을 실험을 통해 알 수 있다. 다만 동질감을 느끼는 대상에게 더 호의적이고 다른 느낌을 가지면 경계심이나 적대감이 커진다는 것은 여타 동물과 다를 바 없다.


약자와 장애인, 피부색 등 가지가지 이유로 차별과 편견, 폭력이 일상 속에 자리하는 이유다. 일상의 사소한 폭력을 폭력으로 이해하고 바로잡으려는 노력과 더불어 평화 감수성을 키우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일상 속에 스민 차별과 편견의 폭력은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에서는 필통을 없앴다고 한다. 그 결과 왕따가 줄고 아이들 서로간의 차별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교복이나 체육복처럼 값비싼 필기도구나 값싼 도구를 통한 빈부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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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폭력을 행사하는가? 일상에 스며 있는 차별과 편견의 폭력 ⓒ 철수와영희


<인간은 왜 폭력을 행사하는가?>(철수와영희)는 인권연대가 주관하는 '인권연수' 프로그램 강연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팍팍한 도시를 어떻게 삶의 장소로 만들 수 있는지, 국,. 정부, 기업 등의 역할, 차별과 폭력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소수자를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강연의 맥을 관통하는 주제는 '폭력 없는 사회구조와 개인과 사회의 평화를 일궈내기 위해 어떻게 생각하고 실천해야 하는가'라고 볼 수 있다.

평화학을 강의하는 정주진 강사는 일상에서 폭력이 없는 상태가 '평화'라고 말한다. 폭력이란 신체에 물리적 힘을 가하는 것만이 아니라 언어로 또는 표정으로 따돌림이나 차별로 개인의 평온을 저해하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사회적 안전망이 빈약한 것을 구조적 폭력이라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구조를 통해 가해지는 폭력이 바로 구조적 폭력이에요. 구조적 폭력은 인간의 잠재성을 억압합니다. 구조적 폭력의 개념을 고안한 평화학자인 요한 갈통의 해석입니다. 이분은 한 사회가 폭력적인지 아닌지는 인간의 잠재성이 얼마나 자유롭게 발현되는지 아닌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했어요. 의료보험 서비스가 잘 정비된 나라에서는 가난한 사람도 건강하게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나라에서는 가난한 사람이 돈 때문에 치료도 못 받고 죽어가요. 원래 더 오래 살 수 있는 사람이 가난한 사람들로 방치되는 사회구조로 인해 본래 에상했던 수명을 다 채우지 못하는 거지요.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상 교육이 이뤄지는 곳에 사는 아이들은 잠재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본 교육 환경을 제공받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에 사는 아이들은 기본 교육조차 받을 수 없어서 조기에 잠재성 발휘를 제한받게 되지요. 요한 갈통은 이처럼 잠재성이 억압되는 사회는 폭력적인 사회라고 본 겁니다. - 68쪽
 
폭력은 많은 부분 습관과 사회적 구조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여자를 남자보다 열등한 존재로 각인시킨 사회구조, 가진 자의 갑질과 폭력을 묵인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일상의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자유롭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가정과 사회에서 평화감수성을 키우고 차이를 차별로 인식하지 않도록 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사회 구조를 만들어 가려면 먼저 경계를 허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장애인 시설이 들어오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어 집단반대 행동을 하는 것 등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 바로 폭력의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나와 다름으로 구분 짓기가 아니라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으로부터 나와 너의 평화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남북 간에도 전쟁과 무기 없이 살자는 평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문정현 신부님의 바람대로 '호미를 만들기 위해 탱크를 녹여내는 중'이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인간은 누구나 평화와 상생의 행복한 삶을 원한다. '네가 있음으로 내가 있고 우리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내 안의 평화를 싹틔워 가자. 내가 폭력이 아닌 평화의 나무에 물을 주고 키워간다면 폭력은 내 안에 자리하지 못하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인간은 왜 폭력을 행사하는가?/정윤수. 정주진 . 최영은. 박윤경. 오창익. 정창수/ 철수와영희/13,000

인간은 왜 폭력을 행사하는가? - 일상에 스며 있는 차별과 편견의 폭력

정윤수 외 지음,
철수와영희, 2018


#평화 #일상적 폭력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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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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