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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만 관객 돌파에 매진행렬...전주영화제에 남은 숙제 하나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 결산] 좌석점유율 76.7%... 예년에 비해 아쉬웠던 화제성

18.05.13 16:42최종업데이트18.05.1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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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개막한 19회 전주국제영화제가 12일 폐막했다. 폐막식 모습 ⓒ 전주국제영화제


지난 3일 개막한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역대 최대 흥행을 기록하며 열흘간의 행사를 마치고 12일 폐막했다. 5월 황금연휴 시작과 함께 막을 올린 2018 전주영화제는 연휴 내내 몰려든 관객들로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개막 이후 연휴 마지막 날인 7일까지 대부분의 상영이 매진되면서 고사동 영화의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총 45개국에서 온 241편의 영화가 536회 상영됐고 284회가 매진됐다. 역대 최고 매진이었던 지난해 279회를 넘어선 수치다. 관객 수도 마의 8만대를 돌파하면서 7만 9천에 머물렀던 지난해 기록을 경신했다. 전체 총 누적 관객 수는 8만244명으로 집계됐다. 좌석점유율은 76.7%에 달했다.

19회 만에 8만 관객 넘어서

6만 5천~7만 사이를 오가던 전주국제영화제 관객은 이충직 집행위원장이 영화제를 이끌기 시작하면서 점차 늘어나, 20회를 앞둔 올해 8만 고지를 넘어서며 앞으로의 미래를 밝게 했다. 상영작품 수와 상영회차를 늘린 것이 연휴와 맞물리며 큰 성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개막작인 정의선 감독의 <야키니쿠 드래곤>, 폐막작 웨스 앤더슨 감독의 <개들의 섬>을 비롯하여 국제경쟁 대상작 마르셀로 마르티네시 감독의 <상속녀>, 국제경쟁 작품상 셔번 미즈라히 감독의 <머나먼 행성>, 아시아영화진흥기구 NETPAC상을 수상한 <어른도감>(김인선) 등이 전 회차를 매진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폐막작인 <개들의 섬>의 경우 폐막식에 참석한 내빈과 관객들이 대부분 자리를 뜨지 않고 관람하는 등 마지막 상영까지 큰 관심을 받았다.

5일 전주시네마프로젝트(JCP) 기자회견에서 감독들이 인사하고 있다. ⓒ 성하훈


지난해 <노무현입니다>의 제작을 지원한 전주시네마프로젝트(JCP)는 지원작을 3편에서 5편으로 늘렸는데, 올해 전주영화제에서도 화제가 되며 위상을 높였다. 장우진 감독의 <겨울밤에>, 임태규 감독의 <파도치는 땅>, 이학준 감독의 다큐멘터리 <굿 비즈니스> 등은 미학적인 부분에서 국내외 영화인들의 공감과 호평을 끌어냈다. 카밀라 호세 도노소<노나>, 알레한드로 페르난데스 알멘드라스 <우리의 최선> 등 다섯 작품 모두 매진 행렬을 보이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특히 장우진 감독의 <겨울밤에>는 관객들은 물론, 해외 영화 관계자들로부터도 관심을 받아 전주영화제 이후의 행보가 기대된다. 향후 해외영화제 등에서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아시아영화학교 국제영화비즈니스아카데미 한선희 교수는 "우리가 종종 잊고 지내는 '시네마의 마법'을 아주 유니크하게 펼쳐 보인다"며 "블록버스터의 문법과 정반대의 지점에서 빅스크린으로 영화가 무엇을 할 수 있으며 어떻게 달라야하는지 생각하게 한다"고 호평했다.

전체적으로 한국독립영화들이 수준이 높았다는 것이 영화계 인사들의 평가였다. 한국경쟁 수상작인 정형석 감독의 <성혜의 나라>, 'CGV 아트하우스 배급지원상'을 받은 조성빈 감독의 <비행>, 'CGV 아트하우스 창작지원상'을 받은 최창환 <내가 사는 세상>이 돋보였다. 김범삼 감독의 첫 장편 <카오산 탱고>와 한국영화아카데미 정대건 감독의 <메이트> 등은 대중적인 영화로 관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전용관 필요성 강해져

전주영화제 게페막식이 열린 전주돔 ⓒ 성하훈


영화제의 확고한 정체성 역시 올해 흥행 성공의 요인으로 평가된다. 전주영화제는 박근혜 정권 시절 부산영화제가 정치적 탄압으로 휘청거린 가운데 국내 영화제의 중심을 잡는 노력을 톡톡히 했다. 슬로건인 '영화 표현의 해방구'는 블랙리스트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 정권에서 전주영화제의 독립성뿐 아니라 한국영화의 독립성을 지켜나가겠다는 결의로 받아들여졌다.

지난 4일 영화진흥위원회가 주최한 한국영화의 밤 행사에서는 이런 전주영화제의 방향성이 상징적으로 엿보였다. 전주영화제 이충직 집행위원장과 오석근 영진위원장, 이용관 부산영화제 이사장 행사장 앞에서 영화인들을 일일이 맞이하며, 지난 정권에서 탄압을 받았던 국내 영화제들의 정상 회복을 선언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부산영화제 이용관 이사장은 지난 1월 복귀 후 첫 국내영화제 참석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한국영화의 밤에는 배우 정우성이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들에게 응원 메시지를 남겨 주목받기도 했다. 선원들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들은 '정우성의 응원에 큰 힘을 얻었다'며 영화제 관계자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제 행사 공간을 분산 없이 한 곳으로 집약시키는데 역할을 한 '전주돔'은 전주영화제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작용하면서 영화제 흥행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올해는 공연무대까지 꾸밀 수 있는 대형 돔의 장점을 살린 뮤직 페스타를 3일간 진행했다. 다채로운 장르의 뮤지션들이 전주돔을 찾아 무대에 올랐다.

다만 지속적이고 영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는 점은 아쉽다. 영화제 발전을 위해 전용관 마련의 목소리가 더 강해지는 모습이다. 전용관 확보 여부가 앞으로 전주영화제 발전의 기로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현재 전주시가 전용관 마련 계획을 구체화시키고 있으나 6월 지방선거 이후에나 본격적인 추진이 가능하다는 것이 영화제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전주시는 지난해 국비 지원을 받아 영화의 거리 등 적당한 장소에  다목적 공연장과 영화관, 자료실, 아카이브센터, 영화박물관 등을 갖춘 필름스퀘어를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전주영화제가 성공하면서 구도심 지역인 영화의 거리 상권이 되살아났고 이로인해 건물 임대료와 땅값 상승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부담으로 꼽힌다. 20회를 맞는 내년에는 최소한 기공식이라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전주시가 이를 어떻게 반영할지 주목된다.

다큐멘터리 화제성은 약해져

19회 전주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수상자들 ⓒ 전주국제영화제


올해 10주년을 맞은 전주프로젝트마켓은 총 6천만 원의 개발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상금 액수가 예년보다는 올랐다. 하지만 국내영화제들의 지원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는 탓에 예전 만큼 집중 관심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영화제 측은 "대안의 흐름을 중시하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정체성을 공유하는 참신하고 혁신적인 비전의 작품들을 지원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는데, 이후 성과는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천안함프로젝트>, 2016년 <자백>, 2017년 <노무현입니다>가 영화제 최대 화제작으로 떠올랐다면, 올해는 크게 주목받은 다큐멘터리 작품들의 화제성이 상대적으로 약했다. 그나마 다큐멘터리 수상작인 이조훈 <서산개척단>이 주목을 끌었으나, 첫 상영이 주말과 연휴가 끝난 8일 시작되면서 상영시간 배정이 아쉬웠다.

운영에서는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홍보 쪽에서 약간의 문제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특히 아이디카드 발급 과정에서 언론사 소속을 잘못 표기해 기자들의 항의를 받았기도 했다. 영화제 측은 담당부서의 실수라며 사과했으나 꼼꼼하지 못한 일처리라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일부 영화계 인사들은 실무 경험이 많지 않은 이들이 주요 직책을 맡은 것이 적절치 않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전주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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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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