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에 부는 분홍바람, 생활밀착정치로 승부

진보정당과 시민사회연합군 '다함'의 실험...과천시장·시의원 후보 내고 활동

등록 2018.05.16 20:56수정 2018.05.17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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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에 출마한 과천의 시민후보들 ⓒ 과천시민정치 다함


과천의 풀뿌리 운동은 지방선거 때면 항상 주목을 받았다. 거대정당의 틈새를 뚫고 지방의회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기 때문이다. 정당 영향력이 큰 선거에서 시민단체나 진보정당 후보가 거의 빠짐없이 의회에 진출했다. 활동 역시 기존 정당과는 다른 생활 밀착형이었다. 그만큼 주민들의 자치 욕구가 다른 지역보다 높음을 방증하는 결과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도 무소속으로 출마한 시민후보들이 불리한 기호를 받고도 승리하는 저력을 보였다. 당시 기호 10번을 받은 시민후보의 당선은 기적으로 불리며 화제가 됐다. 절대 당선이 불가능한 기호라는 세간의 우려를 보란 듯이 씻어냈기 때문이다. 자치에 대한 주민들의 열망은 6명의 시의원 중 2명의 의원을 배출하며 당당하게 시의회의 한 축을 구성했다. 정당이 아닌 주민들의 승리로 평가할만한 일이었다.

오는 6.13 지방선거에서도 이 성과을 잇기 위해 과천 시민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특히 시민단체와 진보성향의 정당들이 손을 맞잡은 것은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과천만의 도드라지는 특색이다.

겉으로는 무소속이지만 실제는 시민단체와 진보개혁정당들이 연합군을 형성했다는 점에서 과천의 정치 실험은 올해 지방선거에서도 전국적 관심을 받고 있다. 진정한 풀뿌리 정치를 만들어내겠다는 기세는 일찍부터 후보자를 확정하면서, 공천이 늦게 완료된 다른 정당들보다 앞서고 있다. 선거를 돕는 주민들의 자세도 남달라서, 지역정치를 바꾸겠다는 도전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별한 조직 '다함'이 만들어낸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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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열린 과천시민정치 다함 공천자 대회 ⓒ 다함


그렇다면 그런 힘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바탕은 지역정치조직의 출범이었다. 지난 2월 지역 시민단체인 과천 풀뿌리와 정의당, 녹색당, 노동당 등은 개인적으로 참여를 원하는 시민들을 더해서 지역정치조직인 '과천시민정치 다함'을 구성했다. 지역정치에 힘을 모은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조직이다.

지역적 특성은 정치조직을 만들어낸 밑거름이었다. 2006년부터 시작해 최근까지 과천에서는 진보정당과 시민단체 후보들이 2~3명 정도 꾸준히 지방선거에서 당선됐다. 이들은 지역 분위기 개선에도 크게 기여해 왔다. 이런 움직임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 단계 더 확대된 셈이다.


과천시의원이었던 안영 예비후보가 이번에는 시장 도전에 나선 것도 '과천시민정치 다함(이하 다함)'의 역할이 컸다. 시의원으로 나선 구자동, 안수정 후보 역시 마찬가지다. 후보자들의 면면은 '다함'의 지향점을 드러내주고 있다. 기존 정당들이 제대로 못하는 일을 시민의 힘으로 일궈내겠다는 의지다. 이것이 박근혜 정권 탄핵을 위해 거리로 나섰던 진정한 촛불정신이라는 게 정치도전에 나선 후보자들의 각오다.

사실 후보로 선출된 이들이 지금까지 한 일이라고는 꾸준히 지역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뿐이었다. 정치에 대한 거창한 욕심보다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마음이 강했다. 본인들의 의지에 더해 지역시민단체에서 가장 열심히 활동을 해온 이들에게 '다함'이라는 정치조직이 책임감을 부여했다.

해외연수 한 번도 다녀오지 않은 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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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 과천시장에 출마한 '과천시민정치 다함' 안영 후보 ⓒ 다함


시장에 출마한 안영 후보는 시의원이었지만 그 흔한 해외연수 한번 다녀오지 않았다. 안 후보는 "해외연수를 갖다오려면 그만큼 준비과정이 철저해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제대로 안나니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의원으로 출마한 구자동 후보는 2년 동안 과천풀뿌리 대표로 활동하면서 ▲야생화단지에 캠핑장 및 승마장 건립 반대 ▲5천세대 동시 재건축 관련 주민 의사수렴 ▲1천억 하수처리장지하화 사업 추진 반대 등에 앞장섰다. 구 후보는 이 과정에서 독선적인 시정 극복과 지역현안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 제시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중심에 시민의 힘이 있어야 함을 깨닫게 됐다.

안수정 후보 역시 부모들이 만든 공동보육 방과 후 협동조합인 '두근두근 방과후' 운영위원장을 했던 게 출마한 계기 중 하나다. 과천의 맞벌이 자녀들의 돌봄 공백을 막기 위해 부모들이 직접 보육 교사를 채용하고 운영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영구터전 마련 과정에서 어려움이 생겨났다. 돌봄 시설을 반대하는 주민들과의 대립했고, 시정의 무능력함으로 인해 그 작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법적으로 문제없는 사안인데도 결국 그 사업은 무산됐다. '가만히 있었더니' 아이들의 평온한 일상도 지켜주지 못한 무능한 부모가 되는 커다란 사건이었다.  안 후보는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이웃을 향한 시선이 확장됐고 출마로 이어졌다.

기존 정당들이 기대감보다는 실망감을 안겨준 것도 이들이 직접정치에 뛰어든 이유다. 지난 선거 때 시의원으로 당선돼 활동했던 안영 과천시장 예비후보는 "시민단체 무소속 시의원이 2명이라 우리가 캐스팅보트를 쥘 줄 알았는데, 실상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비례대표를 제외하고 6명의 의원 중 여야가 2명씩이었는데, 자유한국당 사이에서 민주당이 오락가락하면서 시민단체 무소속 시의원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없었다.

안영 후보는 그 이유로 중앙 논리에 귀속된 지역 정치의 한계를 꼽았다. 개인적인 소신과 지역적 관점보다는 공천권자의 눈치를 보면서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생기는 필연적 결과라는 것. 한 가지 사안을 두고도 누가 시장이 되고 시의회를 장악하느냐에 따라 입장이 달라진다. 그러다보니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 과천시장이 삭발까지 하면서 저지하려고 했던 과기부 이전만 해도 그렇다. 자유한국당이 여당일 때는 민주당 의원들이 앞장서서 반대했다. 그런데 민주당이 여당이 되니까 자유한국당이 반대에 앞장서더라. 두 정당 모두 정부부처 이전이 당론인데, 과천시장이 탈당도 하지 않으면서 시위하는 모습이 참 아이러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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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시의원에 출마한 '과천시민정치 다함' 안수정 후보 ⓒ 과천시민정치 다함


안영 후보는 여기에 덧붙여 이런 이야기도 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부탁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다. 자기들이 뽑은 시의원이 의회에서 어떤 말을 하고 행동을 하는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그냥 무조건 지지정당에만 투표하지 말고 제대로 활동을 하는지 감시하고 지켜보라는 의미다. 시의원에 출마한 안수정 후보 역시 "민주당이나 한국당은 선거 때면 나타나는 조직이라는 인상을 받는다"면서 "시민들과 스킨십이 중요한데 단절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과천시민정치 다함은 그런 부분을 보완하고 해소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지역정치조직인 만큼 지역의 중요한 정치적 현안을 공론화할 수 있는 울타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의원 정책들이 대안을 제시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며 "지금 출마한 후보들 중에도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후보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과천지역 시민후보들은 '다함'의 테두리 안에서 정책적인 보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적극적으로 지역문제에 관심을 갖다보니 대안 없는 반대보다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지역축제를 예로 들며 축제의 기획단계에서부터 시민들의 참여를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면에서 시민 친화적 공약은 다함 후보들이 제시하는 강점 중 하나다. 협동조합과 공공육아, 대안학교, 품앗이, 도시주권과 시민참여는 이번 선거에 임하는 이들의 중요한 키워드다.

안영 시장후보는 회계사로서 예산만큼은 낭비 없이 꼼꼼하게 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안수정 시의원 후보는 "과천에 개발 열풍이 불면서 밀어붙이는 행정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도시의 정체성을 잃게하는 개발 위주 행정의 문제점을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구자동 시의원후보는 "아파트 가격보다는 살기 좋은 곳으로 가치를 키우고 싶다"고 밝혔다.

지역정당 꿈꾸는 분홍연합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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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 과전시의원에 출마한 '과천시민정치 다함' 구자동 후보 ⓒ 다함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정치조직이 나서면서 선거는 이들에게 축제로 다가오고 있다. 주민자치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보니 자원봉사자들이 발 벗고 나서고 있는 것. 구자동 시의원 후보의 말이다.

"수행원만 6명을 거느리고 다녀서 시장후보로 알 정도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도우니 다른 정당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다들 자기 시간과 돈을 들여 후보들을 돕고 있다 보니. 수행하는 분들이 유권자들을 만나면 더 적극적이다."

연합군의 일원으로 참여한 정의당과 녹색당, 노동당 등은 한마음으로 돕고 있다. 그래서 이들의 선거사무소는 찾아오는 주민들로 늘 북적인다. 비례대표도 출마시켰는데, 이번에는 녹색당에서 후보를 냈다. 지난 선거에서는 정의당이 비례후보를 냈기 때문에 이번에는 녹색당이 책임을 이어받은 것이다.

성미선 후보는 녹색당 비례대표이기도 하지만 다함의 후보이기도 하다. 

그는 "공청회를 많이 다녔는데, 감시와 견제, 시민 의견 전달, 그런 활동이 안 보인다"면서 의원들이 업무파악이 안 된 상태에서 질의를 한다"며 형식적인 의정 활동 문제도 지적했다. 이어 "시민들이 의회가 일을 잘하도록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면서 "의원들이 공부하지 않고 명함 뿌리는 걸 부끄러운 일로 생각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연합군의 상징 색깔은 분홍으로 정했다. 봄기운에 맞는 화사한 분홍색이 과천을 뒤덮게 하고 싶은 것이 이들의 즐거운 상상이다. 그 상상은 현실로 다가오는 중이다. 이들은 장기적으로는 지역정당의 구성을 꿈꾸고 있다.

기존 정당의 틀을 깨고 선거 때마다 일정한 결실을 보고 있는 과천 주민들의 도전, 이번 선거에는 어떤 모습으로 피어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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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의 시민 후보들이 함께 다니면서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과천시민정치 다함


#지방선거 #과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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