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만 위한다고요? 천만에

김갑주 (사)광주광역시 장애인종합지원센터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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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삼(ds2032)등록 2018.04.27 08:57

광주광역시 장애인종합지원센터 입구에 선 김갑주 상임이사. 김 상임이사는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들까지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일하겠다고 했다. ⓒ 이돈삼


"장애인종합지원센터라고 하면, 장애인만을 위해서 일하는 곳으로 생각하기 쉬운데요. 그게 아닙니다. 우리 센터는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들까지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일할 겁니다. 센터의 슬로건을 장애인공동체가 아닌, '한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따뜻한 광주공동체'로 정한 것도 이런 연유입니다.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런 사업을 해나가는 컨트롤타워가 되겠습니다."

김갑주 (사)광주광역시 장애인종합지원센터 상임이사의 말이다. 센터장은 광주광역시장이 당연직으로 맡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김 상임이사가 센터장 역할까지 겸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장애인종합지원센터는 공공법인으로 장애인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전국 최초의 기관이다. 상임이사를 포함해 모두 14명이 근무하고 있다. 지난 4월 3일 개소했다.

1급 시각장애인인 김 상임이사는 그동안 활발하게 활동을 해왔다. 개인적으로 음식사업을 하면서, 여러 분야에서 봉사활동을 일상으로 살아왔다. 장애인단체 결성, 신협 창립, 자활후견센터 창립에 앞장섰다. 1억 원 이상 기부클럽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도 가입했다. 최근 2년 동안은 광주광역시 시각장애인협회장으로 일했다.

김갑주 상임이사가 센터의 현황판 앞에 서서 슬로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 상임이사는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들까지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위해 센터의 슬로건을 장애인공동체가 아닌, ‘한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따뜻한 광주공동체’로 정했다고 말했다. ⓒ 이돈삼


지난 4월 3일 열린 광주광역시 장애인종합지원센터 개소식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광주장애인종합지원센터는 공공법인으로 장애인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전국의 첫 기관이다. ⓒ 이돈삼


"장애인은 도와줘야 할 사람,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으로 생각하잖아요. 맞는 얘기죠. 하지만 좀 더 생각하면 서로 돕고 사는 게 맞습니다.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서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서로 돕고 나눌 때 시너지 효과가 크죠. 제가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한 것도 결코 돈이 많아서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서 돈을 벌었고 우리 시민들, 고객들이 계셔서 여기까지 살아왔거든요. 그래서 제 나름대로 되돌려주는 방식입니다. 이런 환경을 서로가 만들어간다면 모두 함께 행복하고 잘 살 수 있겠죠. 나부터 동참하고 함께 하겠다는 생각으로 오늘도 살고 있습니다."

김 상임이사는 대학교에 다닐 때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하지만 그의 표현대로 '운 좋게도 축복을 받아서' 가족과 지인 등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주고, 안내해 주고, 도와줘서 지금껏 살아왔다. 자신은 '운이 좋게도' 그런 환경을 만났지만, 대다수 장애인들은 그렇지 못해서 어렵게 살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상임이사는 "우리 사회가 그런 사각지대를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광주광역시에 등록된 장애인은 모두 7만여 명. 이 가운데 92%가 중도장애인,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장애를 겪고 있다. 장애인들이 재활을 거쳐 사회에 복귀하기까지 스스로 헤쳐 나가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여러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도 부족한 현실에서 광주시장애인종합지원센터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24일 광주광역시 장애인종합지원센터 사무실에서 김 상임이사를 만나 센터의 역할과 운영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김갑주 광주광역시 장애인종합지원센터 상임감사가 지난 4월 24일 사무실에서 센터의 역할과 운영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돈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한 강진 가우도 짚라인 체험. 지난해 11월 11일 강진 가우도에서다. 사진 가운데가 김갑주 광주장애인종합지원센터 상임이사다. 김 상임이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돕고 사는 세상을 지향하고 있다. ⓒ 이돈삼


- 광주광역시 장애인종합지원센터를 총괄하고 계시는데요. 센터 운영을 어떻게 할 계획인지?
"광주광역시도, 정부도 여러 가지 장애인 정책을 내놓고, 장애인 복지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서로 조율이 잘 돼서 효율적으로, 생산적으로 해야 하는데 이게 어려웠어요. 컨트롤타워가 없었던 거죠. 그 역할을 우리 지원센터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시민들이 장애인을 좀 더 이해하고, 장애인과 함께 하면서 행복할 수 있도록 해야죠.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경제부흥을 위해 뛰었다면 앞으로는 감성부흥, 행복부흥을 추구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 말씀하신 대로 컨트롤센터 역할이 중요하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계획인지?
"우리 장애인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장애인들 스스로 자존감도 높여야 하고요. 광주시와 여러 기관·단체에서 우리 장애인들을 돕고 있는데요. 좀 더 생각해서 꼭 필요한 가치를 생산할 수 있도록 담당자들의 전문성을 높이는 일도 필요합니다. 우리 센터가 이 일을 서로 조율하고 바꿔내야죠. 그러면 지금보다 한결 더 나아질 것으로 믿습니다."

- 광주광역시 장애인종합지원센터가 지방자치단체에서 투자한 공공법인으로선 전국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그 의미도 클 것 같은데?
"다 아시다시피 광주는 5·18민주화운동으로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큰 획을 그었습니다.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성숙시키고 꽃을 피우는 데 큰 역할을 했죠. 우리 센터도 그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전국 최초의 장애인종합지원센터가 광주에 사는 장애인들의 삶의 질을 높여서 잘 살게 하면, 광주 나아가 전국 장애인들의 삶이 바뀔 것입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삶의 질도 나아질 것으로 확신합니다."

- 그런 일을 하려면, 지원센터의 예산도 충분해야 할 것 같은데?
"기본적인 예산은 광주시에서 출연했어요. 앞으로 해야 할 여러 가지 활동을 감안하면 광주시와 정부의 지원만으로는 어려운 게 사실이고요. 우리 시민들의 십시일반 나눔을 통해서 함께 풀어갈 수 있도록 해야죠.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고,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어 갈 계획입니다. 우리 장애인들이 스스로 노력하겠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와 시스템도 만들어 가야 하고요."

김갑주 광주장애인종합지원센터 상임이사는 스스로 운이 좋고 축복을 많이 받았다고 얘기한다. 가족과 지인 등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주고, 안내해 주고, 도와줘서 지금껏 살아왔다는 것이다. 사진은 김 이사가 지난해 11월 11일 강진 초당림에서 표고버섯 수확을 체험하고 있는 모습이다. ⓒ 이돈삼


김갑주 광주장애인종합지원센터 상임이사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센터의 활동방향과 사업계획이 담긴 점자책을 보고 있다. 지난 4월 24일이다. ⓒ 이돈삼


- 제도와 시스템을 어떻게?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서 지방의회를 통해 관련 조례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초·중·고등학교에서 해마다 한두 시간씩이라도 의무적으로 장애인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관련기관과 협의도 할 거고요.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교육시키는 거죠. 교육도, 훈련을 받은 우리 장애인들이 직접 학교를 찾아가서 하도록 하려고요. 연말엔 공동모금회나 뜻있는 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가칭)장애인후원박람회도 열 계획입니다. 박람회를 통해서 우리 장애인들은 장애인들이 하고 있는 사업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시민들의 동참을 이끌어내야죠. 시민들은 장애인들의 생활을 이해할 수 있고요. 우리 장애인들이 부족한 부분을 시민들과 함께 얻을 수 있겠지요. 이런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서 장애인이 행복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는 세상에서 서로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해 나가려고 합니다."

-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우리는 모두 행복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태어났고요. 장애인, 비장애인 할 것 없이 모두 그렇죠. 그 행복을 만들어 가려면 우리 스스로가 생각을 바꿔야 해요. 우리 장애인도 주도적으로 생각해야죠. 비장애인들도 주변을 둘러보며 함께하는 마음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행정기관과 정치인은 좋은 제도를 많이 만들어서 사회시스템을 바꿔주시고요. 우리 센터에서도 갖가지 프로그램, 예를 들면 백일장, 걷기대회, 취업 알선, 교육, 장애인 생산품 판매 등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요즘 사회교육 붐이 일고 있는데, 장애인들이 좀 더 나은 조건에서 배울 수 있도록 지역의 대학과도 협의해 나갈 생각입니다. 함께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서요."

-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데요. 정치권에 하고 싶은 말도?
"예전보다는 우리 사회가 많이 변화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잘 살게 됐고요. 지금은 극심해진 상대적 빈곤이 문제잖아요. 금수저 흑수저 얘기도 나오고요. 분배와 나눔을 잘 못한 탓입니다. 분배는 사회제도 시스템의 문제이고, 나눔은 주변과 함께 잘 어울려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 정치가 앞으로 분배를 위한 제도를 잘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우리 장애인들의 의견도 정치권에 적극 요구할 것입니다. 저희도 장애인유권자연대를 만들고, 많은 정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입후보 예정자들도 적극 수용하겠다고 약속했고요. 우리 센터도 함께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데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도움 부탁드립니다."

김갑주 광주장애인종합지원센터 상임이사가 지난 4월 24일 인터뷰 도중 걸려온 휴대전화를 받고 있다. 김 상임이사는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경제부흥을 위해 뛰었다면 앞으로는 감성부흥, 행복부흥을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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