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예수 바라보는 성모, 왜 슬퍼 보이지

[그림, '같이&가치' 보기⑥] 모나리자 vs. 유니콘을 안은 여인

등록 2018.05.24 16:21수정 2018.05.25 13:30
0
원고료로 응원
화가이면서도 동시에 수학자, 과학자이기도 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인간과 자연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에 몰두한 작가였는데 이는 모두 2차원의 화면에 현실 세계의 인물과 자연을 생생하기 담아내기 위한 지난한 과정의 일부였다.

탐구에 바탕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은 구도의 조화와 안정, 자연스러우면서도 신비로운 인간과 자연의 모습을 담아내 완벽성울 갖추었고 이는 이후 많은 작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르네상스의 완결성을 대표하는 라파엘의 그림 중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추앙과 헌사의 의미로 비슷하게 그린 그림이 많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The Virgin of the Rocks'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초기 작품으로 성모와 아기 예수, 아기 세례 요한과 천사의 모습을 그린 성모화이다. 중세의 딱딱하고 엄숙한 이미지를 벗어나 사실적이면서도 신비롭고 우아한 모습의 성모는 인간으로서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도(머리의 후광을 그려넣지 않았다) 어딘지 모르게 신비로운 기운이 느껴지는데 이에는 많은 부분 배경이 한 몫을 하고 있다.

바위 저 뒤쪽의 창백한 푸른색은 어렴풋이 새벽이 오는 듯한 느낌을 주고 배경을 이루고 있는 바위와 그림 앞부분을 수놓은 풀들은 전체적으로 초록의 색이다. 주변의 바위들은 이 세상이 아닌 듯한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반면 그림 앞부분에 정교하고 섬세하게 그려 넣은 풀들은 사실적인 느낌이 가득하다. 마치 푸른색과 초록색, 바위와 풀들을 통해 신성한 저편의 세계와 현실 세계의 시간과 공간을 대비시키면서도 동시에 연결하는 듯한 효과를 주고 있다.

a

The Virgin of the Rocks, 1483 레오나르도 다빈치 Source: Wikimedia Commons ⓒ 루브르 박물관


성모의 표정 또한 '모나리자'에 버금가는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내는 데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다. 자신의 오른편 아래의 아기 예수를 바라보고 있는 성모의 내리 감은 눈은 부드러우면서도 온화한 느낌을 준다. 꼭 다문 입술은 마음의 상태를 보여주는 것 같은데 슬픈 듯하면서도 단호해 보이는 인상을 준다. 더불어 성모와 아기 예수, 세례 요한과 천사가 완벽한 피라미드의 구도를 취함으로써 안정적이고 완결된 디자인을 취하면서 전체적으로 조화로우면서도 균형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구도, 피라미드

이러한 피라미드 구도는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화면 구도로 이후 많은 작가들에 의해서도 활용되었다. 라파엘은 특히,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대한 헌사의 의미로 구도는 물론 비슷한 주제로 많은 그림을 그렸다. 라파엘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성모화와 흡사한 그림을 여러 개 그렸는데 'The Virgin and Child with the Infant Saint John the Baptist'도 그 중 하나이다. 이 그림 또한 시골 풍경을 배경으로 성모와 아기 예수, 세례 요한이 완벽한 피라미드의 구도를 이루고 있다.


성모의 눈은 역시나 자신의 오른편 아래의 아기 예수를 향해있는데 성모를 향하고 있는 아기 예수의 해맑은 표정에 비해 성모의 표정은 애처로워 보인다. 왼팔에 얹어져 있는 성경을 읽다가 잠시 접어두고 예수를 바라보며 속으로 간절하게 기도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다만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보다는 중세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얼굴 표정과 인물의 묘사는 더할 수 없이 이상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이고 배경의 목가적인 풍경과 그림 앞부분의 풀들은 사실적인 느낌이 강하지만 세 인물의 머리에 약하게 드리운 후광과 왼손에 들고 있는 성경, 그리고 세례 요한이 들고 있는 십자가와 의상 등은 모두 중세의 상징적인 의미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a

성모와 아기 예수, 그리고 아기 세례요한, 1507-8 라파엘 Source: Wikimedia Commons ⓒ 루브르 박물관


두 사람의 다른 듯 비슷한 또 다른 그림으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너무도 유명한 그림 '모나리자'와 라파엘의 '유니콘을 안은 여인'이다. 당시 이탈리아의 거상 지오콘도의 아내 지오콘다를 그린 것으로 알려진 '모나리자'는 신비로운 미소와 눈빛으로 보는 이들을 사로잡는다. 공식적이라기 보다는 개인적인 의뢰로 그려져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던 이 그림은 초상화로서 혁신적인 요소들을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a

모나리자, 1503-6 레오나르도 다빈치 Source: Wikimedia Commons ⓒ 루브르 박물관


몸은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향한 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모나리자'의 얼굴이 신비롭게 느껴지는 것은 눈과 입의 표현에 있다. 눈가를 다소 어두우면서도 부드럽게 처리하고 눈꺼풀을 도드라지게 그려넣어 꿈을 꾸는 듯 아득하면서도 속을 알 수 없게끔 베일에 가리워진 느낌이다. 입 모양 또한 입꼬리가 올라가 웃는 듯하면서도 입 외의 얼굴의 다른 부분에서는 전혀 웃음의 흔적을 찾을 수 없기에 감정을 숨기고 일부러 지은 웃음 같기도 하다. 배경을 이루고 있는 바위 산이나 호수 또한 현실적인 공간이 아니기에 신비로운 느낌은 더욱 강해진다.

a

유니콘을 안은 여인, 1505-6 라파엘 Source: Wikimedia Commons ⓒ Galleria Borghese


라파엘의 '유니콘을 안은 여인'은 인물의 자세와 발코니 너머로 보이는 아득한 배경,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 등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그림이다. 부릅 뜬 눈과 앙 다문 입이 모나리자에 비해 다소 도발적인 모습이나 초상화에 걸맞게 인물의 특징을 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어려 보이는 인상과 붉은 빛의 볼은 '모나리자'에서 보이는 성숙함 보다는 풋풋함을 드러내고 있으며 의상과 장식 등 꾸민 듯한 용모와 순결을 상징하는 유니콘을 안고 있는 모습에서 결혼하는 신부의 모습을 담은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라파엘은 이 그림 외에도 여러 초상화에서 비슷한 자세를 많이 선보였는데 '모나리자'를 연상시키면서도 라파엘만의 특성을 갖춘 걸작들이 다수 존재한다. 특히, 그림에 상징적 요소들을 많이 담은 것과 이상적인 여인의 모습을 구현하려는 노력과 더불어 각 인물의 표정을 사실적이면서도 섬세하게 담아낸 것 등에서 이전 시대의 특징들을 활발히 흡수하면서도 자신만의 다양한 시도들을 통해 르네상스의 절정기를 완성한 위대한 작가를 발견할 수 있다.
#모나리자 #유니콘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2. 2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3. 3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