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마라톤 뛰는 할아버지의 특별한 건강 비결

가진 것에 만족하는 삶 실천... "연금 80만 원으로 생활"

등록 2018.04.11 09:25수정 2018.04.11 09:26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매일 마라톤 뛰는 충남 당진의 윤태호 씨 ⓒ 한수미


윤태호씨의 하루는 새벽 5시에 시작한다. 잠에서 깨면 우선 요가를 시작한다. 호흡을 가다듬고 동작 하나 하나에 집중한다. 1시간이 지났을까. 다리를 꼬고 앉아 숨을 멈춘다. 1분 쯤 지날 무렵 방문 넘어 있는 손목시계의 초침 소리가 들려온다. 2분에 다다를 때 심장 박동 소리가 커지기 시작하면 윤씨는 크게 숨을 내쉬며 호흡을 다시 가다듬는다.


몸을 가볍게 풀고, 대덕동 수변공원에서 벚꽃나무 길을 따라 순성면 갈산리 교각 아래까지 달린다. 윤씨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항상 배우는 자세로 살아간다. 그의 나이 78세다.

20여 년째 마라톤 뛰어

윤씨는 60세에 마라톤을 시작했다. 오랫동안 혼자서 요가 수행을 해 온 그는 우연히 마라톤대회에 출전해 뛰고 있는 청년들을 본 뒤 마라톤에 매료됐다. 무턱대고 마라톤을 시작하기에는 정보도 없고, 나이도 많아 위험하다는 것을 알기에 정보 검색을 시작했다.

그 후 체력을 단련하며 근력을 키웠고 5km 코스를 목표로 연습을 했다. 이어 10km 코스를 거쳐 지난해 하프코스(21.0975km)까지 뛰었다. 꾸준히 마라톤 대회에도 출전하고, 대회가 아닌 날에도 매일 달리며 체력 단련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아미산을 시작으로 몽산과 다불산까지 등산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고. 올해 들어서는 10km 코스를 주종목으로 삼고 있으며 지난달 15일에는 제28회 진주마라톤대회에도 출전했다. 윤씨는 "마라톤을 하고 62kg인 몸무게가 50kg으로 감량됐다"며 "기록에 연연해하지 않고 내 건강에 맞춰가며 마라톤을 즐긴다"고 말했다.


끝없는 배움

건강뿐만 아니라 그는 배움에도 끝없이 도전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10여 년을 살면서 배운 영어를 꾸준히 공부하고 있으며 요즘엔 일본어에 관심이 생겨 독학하고 있다. 또 당진시립도서관을 찾아 좋아하는 시집·수필집 등을 읽기도 한다.

그는 "아미산이나 당진천을 걷다 보면 시가 적힌 비석이 있다"며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놓치는 것들이지만 천천히 걷다 보면 시가 머리와 가슴에 저절로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어를 배우기 위해 당진시노인복지관을 찾기도 했다.

또 컴퓨터로 정보 검색을 할 때는 당진시청을, 혈압을 재고 싶을 땐 당진보건소를 찾는다. 그는 "유행어나 신조어 같은 것도 궁금하면 그때 그때 스마트폰으로 검색한다"며 "시대를 살아가려면 그 속도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늘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뜻한 곳으로 가고 싶어요"

한편 10년 전 당진을 찾은 그는 '이민' 갈 생각을 하고 있다. 경상북도 영덕군 출신으로 동해 바다의 파도 소리가 들리는 곳에서 태어났다. 건축공학을 전공한 그는 서울에서 일하다 퇴직한 뒤, 건축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지인을 돕고자 당진을 찾았다.

지금은 읍내동에서 생활하고 있는 윤씨는 "나이가 드니 추위가 싫어진다"며 "따뜻한 곳에서 살고 싶어 '국내 이민'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평생 건축업에 종사했으면서도 집에 대한 욕심은 없다고 말한다.

"보통 사람들은 집을 재산 1호로 여겨요. 그래서 많은 재산을 들이거나 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하죠. 그러고 한평생 묶여서 살아요. 하지만 집은 삶을 안락하게 해 주는 도구 중 하나 일 뿐이에요. 바다가 보고 싶으면 바다 옆에서, 추우면 따뜻한 곳으로, 혹은 공기가 좋은 곳으로 떠나고 싶을 때 언제든지 떠나 어떤 형태로든 내 몸 뉘일 수 있는 곳이 진정한 집의 의미죠."

"욕심 없어 행복해요"

한편 그가 소박하게 생활하고 욕심을 버리는 데는 10년 간 살았던 아프리카에서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단다. 1985년부터 아프리카에서 공항 건설에 참여했던 윤씨는 그곳에서 요리와 청소 등을 하며 혼자 사는 법을 찾았다.

그는 "아프리카 건설 현장에서 미국, 영국, 일본 등 각국의 사람들과 함께 했다"며 "정원사와 집사 등을 고용해 사는 영국의 대저택 주인도 만났고, 코카콜라 한 병을 마시기 위해 일주일을 일하던 아프리카 사람도 만났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삶 속에서 나 역시 가진 것에 만족하고 욕심 없이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저는 다달이 받는 연금 80만 원으로 생활해요. 월세로 집도 해결하고요. 복용하는 약도 없을 정도로 건강하죠. 전 지금이 행복해요. 건강도 재산도 제가 가진 것에 만족하기 때문이에요. 다른 사람들도 자신을 알고 그에 맞춰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당진시대에도 실렸습니다.
#노년 #건강 #당진 #충남 #마라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그래서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대자보가 대학가에 나붙고 있다
  3. 3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4. 4 "명품백 가짜" "파 뿌리 875원" 이수정님 왜 이러세요
  5. 5 [동작을] '이재명' 옆에 선 류삼영 - '윤석열·한동훈' 가린 나경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