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리비아식 해법? 북한엔 적용 불가능해"

"검증과 핵 폐기, 순차·단계적으로 밟아갈 수밖에 없다"

등록 2018.03.30 11:13수정 2018.03.3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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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 만찬서 인사말하는 김정은 위원장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25일부터 나흘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중국을 비공식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 위원장이 환영 만찬에 참석한 모습. 2018.3.28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기사 보강 : 30일 오후 3시 2분]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30일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리비아식(해법)이라든지, 그런 건 북한에 적용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본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 핵심관계자는 30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제 사견임을 전제로 말씀드린다"면서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든, 일괄타결이든, 리비아식 해법이든, 지금 현실에 존재하기 어려운 방식을 상정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 문제가 25년째다. TV코드를 뽑으면 TV가 꺼지듯, 일괄타결을 선언하면 비핵화가 (바로) 다 끝나나. 검증과 핵 폐기 과정은 순차적·단계적으로 밟아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다만 그걸 미세하게 잘라 조금씩 밟아나간 게 지난 방식이라면, 지금은 두 정상(북-미) 간 직접 선언해 큰 뚜껑을 씌우고 다음엔 실무적으로 해나가지 않겠나. 그런 방식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게 제 사견"이라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정부가 단계적 비핵화로 간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보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이날 오전 <조선일보>는 '정부 측 북핵 해법, 북·중 회담 뒤 후퇴 조짐'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정부가 포괄·일괄적 타결 대신 '단계적 접근'으로 비핵화 프로세스를 수정할 경우 혼선이 일어날 수 있다"고 썼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이같은 비판들에 대한 청와대의 반박인 셈이다.

남북정상회담 전문가 자문단 일원인 김연철 인제대학교 교수(통일학부)도 관련해 비슷한 지적을 했다. 그는 30일 본인 페이스북에서 "북핵협상에서 '일괄 타결'은 package deal, 비핵화·평화체제·관계 정상화를 한 바구니에 넣어서 합의하는 방식"이라며 "일괄 타결과 단계적 조치는 상충되는 개념이 아니다. 일괄 타결은 선핵폐기론과는 정반대되는 개념으로 오히려 '병행해결론'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 일부 언론이 마치 이 개념을 '한 방에' 해결하는 방식인 것처럼 강조한다. 그건 아니다"라며 "일괄 타결 사항을 한 방에 이행할 수는 없다. 아마 일괄타결을 한 방 해결(원샷딜, One Shot Deal)과 헷갈리는 모양"이라고 짚었다.


김연철 "일괄 타결, '한 방 해결' 아닌데... 일부 언론 그렇게 보도"

'리비아식'은 과거 미국이 아랍국가인 '리비아'를 다룬 방식에서 비롯된 말로, '선 핵폐기 후 보상'을 핵심으로 한다. 지난 22일(현지시각)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내정된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가 과거 이를 대북 핵문제 해법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는 내정 직전 한 RFA(자유아시아방송) 인터뷰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리비아의 핵무기를 폐기한 것과 비슷한 협상을 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
[존 볼턴 지명] 대북 초강경파 기용, 속뜻은 '이제 트럼프만 바라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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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북한이 먼저 핵포기를 선언하면 그에 따른 보상을 하는 게 '리비아식' 해법의 주요 내용인데,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이것이 어렵다고 본 것.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북핵 해법의 견해차와 같은 차이점이 아니라, 양측 정상 간의 만남 의지 등 공통점을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비유하면) 두 남녀가 좋다는 것 아닌가. 만나겠다는 거다. (차이라는 건) 여기에서 혼수의 문제, 시부모 문제 등 계속 부정적인 것을 얘기하는 건데, 이 세상에서 그런 문제 없는 결혼이 어디 있겠나"라며 "어쨌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5월 말 만나겠다고 선언한 데에서 '해보겠다'는 의지를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전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 간 이뤄진 약 3시간 30분가량의 회담·만찬과 관련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정 실장이)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결과에 대해서 아주 작은 부분까지 상세하게 얘기를 전달받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중국 측과 정치·문화·사회·경제·인적교류 등 폭넓은 이야기를 했고, 특히 중국 관광객의 한국 방문 문제는 확실하게 얘기했다"는 설명이다.

한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각) 한미 양국의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과 관련해 "북한과의 협상이 타결된 이후로 그것을 미룰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한국 산업통상자원부(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와 미국 무역대표부(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한미 FTA 개정 협상의 원칙적 합의를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이를 뒤집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다.

관련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무슨 뜻으로 얘기한 건지, 어떤 의미인지 좀 더 지켜봐야겠다"고 말했다. '한국-미국 간 신뢰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일부 외신 보도의 지적에는 "외교·안보 문제라면 신뢰에는 흔들림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통상의 문제라면 이건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관계자는 관련해 "미국 백악관으로부터 추가 설명이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설명했다.
#남북정상회담 #남북고위급회담 #북한핵 #북핵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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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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