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김세의, 한국당과 'MBC 성토대회'

[현장] '좌파정권 방송장악 피해지원 특위' 첫날... '세월호 불공정 보도' 의혹 박상후도 참석

등록 2018.03.27 17:58수정 2018.03.2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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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의와 나란히 앉은 배현진 "나는 현 정권의 블랙리스트" ⓒ 홍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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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진 전 MBC 앵커와 김세의 MBC 기자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좌파정권 방송장악 피해자 지원 특별위원회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김세의 MBC 기자 : "최승호 사장 취임 이후부터 지금까지 저는 회사에서 하는 일이 없다. 저를 비롯해 무려 80여 명의 기자들이 마이크를 빼앗겼다.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MBC 경영진과 언론노조는 정상화위원회라는 조직까지 만들어 이미 취재에 배제된 기자들에게 과거 리포트들을 캐물으며 망신을 주고 있다."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 : "초등학생도 하지 않는 이지매와 린치들을 얘기하면서 회사에 침을 뱉고 싶지 않았다. 나는 현 정권의 공공연한 블랙리스트다. 저와 선배들,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수십 명의 기자들이 뿔뿔이 흩어져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다. 자기 소신대로 일하겠다는 사람들에게 적폐와 부역자라는 오명을 씌우지 말라."

박상후 전 MBC 시사제작국 부국장 : "최근 MBC에 설치된 조사위원회는 마치 소련 혁명 때의 소비에트 같은 임의 기구다. 인민 재판에 앞서 멍석말이 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권한도 없으면서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언론인들을 조사해 징계하려 하고 있다. 저희들은 최대 140여 명에 불과하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언론을 위해 싸우겠다."

27일 열린 자유한국당의 첫 번째 '좌파정권 방송장악 피해자 지원 특별위원회'(박대출 위원장) 공식회의는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2년 총파업에 참가하지 않았던 전·현직 MBC 방송인들의 집단 성토대회를 방불케 했다. 이날 회의에는 김세의 MBC 기자,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 박상후 전 MBC 시사제작국 부국장, 이순임 MBC 공정방송노조(2노조) 위원장 등이 참석해 자신들이 최승호 신임 MBC 사장 체제 하에서 부당한 탄압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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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진 전 MBC 앵커와 김세의 MBC 기자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좌파정권 방송장악 피해자 지원 특별위원회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김세의 MBC 기자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특위 회의에서 "부역자라는 비난까지 받는 80여 명의 기자들은 영상자료 분류 등 단순 업무만 하면서 취재 활동에서 완전히 배제된 상태"라며 "민주노총 언론노조(1노조)원들로만 채워진 MBC 뉴스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변했다.

김 기자는 또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기자들은 단순히 취재 배제만 당한 게 아니라 적폐청산이란 이름 아래 직원 이메일을 사찰 당하는 등 끔직한 행위들을 계속 당하고 있다"면서 "최승호 사장 등 주요 인사들을 검찰에 고발했다"고도 밝혔다.

김세의 기자는 지난 2017년 12월 고 백남기 농민의 유족들을 명예훼손한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된 뒤 현재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김 기자는 백남기 농민 사건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딸이) 사실상 아버지를 안락사 시킨 셈이다. 위독한 아버지의 사망 시기가 정해진 상황에서 발리로 놀러 갔다"고 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배현진 "난 블랙리스트"... '세월호 불공정 보도' 의혹 박상후 "언론 정의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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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진 전 MBC 앵커와 김세의 MBC 기자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좌파정권 방송장악 피해자 지원 특별위원회 1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성태 원내대표. ⓒ 남소연


최근 한국당에 입당한 뒤 서울 송파을 당협위원장을 맡으며 오는 6.13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출마가 유력한 배현진 전 아나운서도 여기에 가세했다. 특위 위원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한 배 전 아나운서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고 파업에 불참했다고 책임을 묻는 것이 온당한가"라며 "MBC는 국민의 방송인지 언론노조의 방송인지 그 좌표를 분명히 하라"고 김 기자를 지원 사격했다.

배 전 아나운서는 이어 "현 정권에서 블랙리스트가 된 이유는 단지 파업에 동참하지 않고 끝까지 방송 현장에서 일하겠다고 우겼기 때문"이라며 "블랙리스트에도 착한 리스트가 있고 나쁜 리스트가 있는 것이냐"라고 항의했다.

또 "최승호 사장은 배현진이 다시는 뉴스에 출연할 수 없을 거란 말을 아무 거리낌 없이 했다"라며 "방송사에선 나만 옳고 내 생각만 바르다는 게 아니라 다양성이 인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박상후 전 MBC 시사제작국 부국장도 "MBC 정상화위원회가 적폐청산을 구실로 행정부에 난립하고 있는 각종 진상조사위원회를 흉내내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언론인들을 조사하고 징계하고 있다"면서 배 전 아나운서와 김 기자의 주장을 거들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전국부장을 역임한 박상후 전 부국장은 과거 MBC 뉴스에서 "조급증에 걸린 우리 사회가 왜 잠수부를 빨리 투입하지 않느냐며 민간인 잠수사들을 떠민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발언해 세월호에 대한 MBC의 불공정 보도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그는 MBC의 세월호 전원 구조 오보의 관련 책임자로 지목받기도 했다.

박상후 전 부국장은 이날 "정상화위원회가 만들어진 자체부터 언론계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라며 "기울어진 것을 되돌리기 위해 지구를 떠받치는 아틀라스라도 돼야 한다. 정의가 바로서는 언론을 위해 싸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순임 MBC공정방송노조(2노조) 위원장도 "MBC의 최근 행태를 보면 계속해서 사회주의 체제를 연기처럼 조금씩 조금씩 퍼뜨리고 있는 분위기"라며 "한국당 의원들께서도 MBC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봐달라"고 요청했다.

화답한 김성태 "정권의 방송장악에 최승호가 점령군처럼 MBC에 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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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진 전 MBC 앵커와 김세의 MBC 기자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좌파정권 방송장악 피해자 지원 특별위원회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성태 원내대표. ⓒ 남소연


한국당 의원들도 이들의 성토에 화답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문재인 정권의 방송장악에 이어 점령군처럼 진주한 신임 (MBC)사장은 조직을 장악하기 위해 온갖 불법적 음모와 치졸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면서 "특정 세력을 신봉하는 정치꾼들이 방송을 장악하고 국민들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면 한국당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또 "MBC에서 소위 부역자로 지목된 당사자들이 최승호 사장 취임 하루 만에 모두 자리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당했다"라며 "사회적 공기인 방송 전파는 어떤 경우에도 특정 이념이나 집단에 정치적으로 장악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위 위원장을 맡은 박대출 의원(경남 진주시갑)도 "문재인 정권의 방송장악 횡포에 신음하고 고통받는 언론인들이 속출하고 있다"며 "오늘 피해자들이 말한 이메일 무단 사찰에 대해선 당 차원의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고 법적 고발 조치를 밟아가겠다"고 응답했다.

앞서 한국당은 지난 14일 "이인호 전 KBS 이사장,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강규형 전 KBS 이사 등 문재인 정권과 언론노조에 피해 받은 피해자들을 지원하겠다"라며 해당 특위를 구성한 바 있다. 특위 위원에는 박대출·민경욱·강효상·김진태·전희경·임이자 의원 등은 물론 배현진 전 아나운서도 포함됐다.

한편, MBC는 이에 대해 즉각 입장문을 내고 "김세의 기자·배현진 전 아나운서·박상후 전 부국장은 피해자가 아니라 불법 행위자들"이라고 일축하며 "MBC는 사내외의 어떠한 방해에도 흔들림 없이 조사를 이어갈 것이며, 이들에 대한 조사 내용은 정리되는 대로 국민들 앞에 가감 없이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MBC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들은 지난 9년간 MBC에서 벌어진 언론자유와 독립성 침해, 공정방송 파괴에 가담한 가해자로서 진상조사 대상자들"이라며 "MBC의 공영적 가치를 훼손하고 MBC 뉴스의 신뢰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 당사자들의 자기반성 없는 발언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김세의 #배현진 #MBC #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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