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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도 '흑역사'가... 소지섭과 "울지 말자" 약속한 사연

[인터뷰] <지금 만나러 갑니다> 엄마가 된 손예진 "짓궂은 장난 좋아해"

18.03.13 20:04최종업데이트18.03.13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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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 퀸' 손예진이 돌아왔다. 오는 14일 개봉하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수아 역을 맡은 손예진은 <클래식> <내 머리 속의 지우개>에서처럼 애틋한 사랑을 연기한다. 기억을 잃은 채 남편 우진(소지섭 분)과 아들 지호(김지환 분)에게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이 영화는 삶과 죽음을 뛰어넘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배우 손예진을 만났다. 

소지섭과의 호흡

▲ 손예진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주연배우 손예진의 인터뷰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열렸다. ⓒ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손예진과 소지섭은 지난 2001년에 함께 연기한 적이 있다. MBC 드라마 <맛있는 청혼>에서다. "그때는 잘하고 싶은데 잘 안 돼서 감독님께 혼나고 정말 하루하루 힘들게 찍었다"며 당시를 회상하던 손예진은 "다행히 오빠가 그때 자기도 너무 긴장을 해서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했다"며 웃어보였다. 데뷔 때의 어색하고 모자란 모습을 공유한 소지섭과의 이번 연기 호흡은 "아쉬울 정도로 잘 맞았다"고.

영화의 또다른 주인공인 아들 지호 역할의 김지환군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손예진은 "지환이는 카메라 앞에 선 적이 없는 친구이고 연기를 하나도 할 줄 모르기 때문에 날것의 순수함이 있었다"며 "연기하지 않는 그 연기가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손예진과 소지섭은 영화에서 절제된 슬픔을 표현했다. 그는 "영화 뒷부분으로 가면서 너무 울지 말자는 게 저희의 목표였다"며 "이별이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슬프기 때문에 최루성 멜로 코드로 가지 말고 아이를 행복하게 보내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웃기고 인간적인 수아 그렸다

▲ 손예진 손예진은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우진의 아내이자 지호의 엄마인 수아 역을 맡았다. ⓒ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이 영화는 2004년 개봉한 동명의 일본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예전에 원작 영화를 봤지만 기억이 하나도 안 나던 상태에서 시나리오를 읽었다는 손예진은 점점 빠져들며 글을 읽는 자신을 발견하고 이 작품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 추억을 소환하는 이야기는 설레는 게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영화보다 생동감 넘치게 한국적으로 각색됐다. 원작이 했던 걸 반복하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원작과 다른 포인트를 두고 싶었는데 그게 바로 '웃음'인 것 같다. 또, 수아가 기억을 잃은 채 처음에 집에 도착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때 머리도 이상하고 안 예쁘게 나오는데 그런 현실감에도 신경을 썼다."

앞선 언론시사회에서 이장훈 감독은 손예진이 촬영 때 개그 욕심을 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묻자 손예진은 "웃긴 게 좋다"고 답하며 다음처럼 말했다.

"평소에도 누군가를 웃기고 싶다. 저는 장르나 캐릭터를 불문하고 되게 진지한 순간에 의도된 웃음을 정말 좋아한다. 관객분들이 제가 나오는 신을 보고 웃으시는 게 저는 너무 행복하더라. 이 영화가 멜로이고 판타지이긴 해도 많이 웃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그런 지점들에 신경썼다. 원작과 우리 영화가 다른 게 이 지점인 것 같다."

손예진이 웃기다고 생각하는 개그 코드는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그는 "요즘 유병재씨가 정말 웃긴 것 같다"며 "진지하게 하는데 웃긴 게 정말 웃기다"고 말했다. 손예진이 남을 웃길 땐 어떤 식으로 웃길까. 이 물음에 그는 "저는 좀 독특한 것 같다. 짓궂게 놀리면서 웃기는 게 좋더라"고 말하며 해맑게 웃어보였다.

영화 속에서도 아들 지호와 놀아주면서 진지한 승부욕에 불타는 수아의 모습이 나오는데, 손예진은 "저는 조카랑 놀 때도 실제로 그렇게 논다"고 말했다.

"조카에게 제가 진짜로 이기거든요. 남자 조카 두 명인데 제가 이겼을 때 조카의 실망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정말로 제가 이기면서 개구지게 놀아줘요."

결혼? 엄마라는 절대적 존재가 될 거란 기대감

▲ 손예진 손예진은 '진짜 사랑은 무엇인가'에 대해 항상 고민한다고 말했다. ⓒ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영화의 큰 주제가 '사랑'인 만큼 그의 사랑관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운명론자에 가깝다는 손예진은 "인생을 살면서, 이렇게 되려고 이렇게 흘러 온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예전에는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했다는 그는 아직도 그런 생각이 있긴 하지만 달라지려 노력한다고도 했다. 같은 일을 하면 서로 너무 잘 알아서 싫을 것 같았는데, 요즘 주변에서 '같은 일을 하는 사람만이 이해를 해준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서 생각이 조금은 바뀌는 것 같다고.

아내이자 엄마를 연기한 이 작품 때문에 결혼하고 싶진 않을까? 이 질문에 손예진은 '엄마가 된다는 것'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밝혔다.

"영화를 찍으면서 수아가 부러웠던 게 있다. 수아의 부재를 두 사람이 너무 크게 느낀다는 거다. 누군가에게 그렇게 소중한 존재로 여겨지는 걸 살면서 저는 경험하지 못했는데, 수아의 모습을 보면 아내와 엄마라는 존재가 절대적인 존재란 게 느껴지더라. 나중에 나도 엄마가 되면 저렇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고, 되어보고 싶기도 하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연애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도 꺼냈다. 손예진은 "연애를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아무래도 있었다"며 "어릴 땐 나만의 세계에 갇혀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소극적이고 벽이 많았던 것 같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제일 중요한 게 연기라서 연기 안에서 충실하려고 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고.

왠지 연애를 많이 해보진 않았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사랑 연기를 잘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물었다. 이 질문에 그는 진지하게 "끊임없이 고민하는 지점"이라고 답했다. "어릴 땐 만화책을 보면서도, 커선 영화를 보면서도 사랑에 빠지잖나. 그 지점은 굳이 경험에서만 나오는 건 절대 아니다"라며 "상상에서 오는 판타지가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연기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는 것이냐는 추가 질문에는 "또, 그렇진 않기 때문에 더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진짜 사랑은 무엇인지 계속 생각한다. 이 인물은 어떤 지점에서 이 사람을 좋아하게 됐을까, 수아는 어떤 지점에서 우진을 좋아하게 됐을까 하고 처음에 분석을 많이 하는 편이다. '연민'이라는 게 크게 다가오더라. 우진과 수아는 배려심과 연민으로 사랑에 점점 빠지게 된 것 같다."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

영화 속 이야기처럼 실제 삶에서 예정된 이별을 한 적 있을까. 이 물음에 손예진은 "16년 키운 강아지가 얼마전 죽었다"고 답했다. "누군가의 죽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걸 처음 경험해봤는데 되게 마음이 아팠다"며 "인간과 동물의 시간이 다른 걸 체감하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손예진은 요즘 정신 없이 일하며 최근 하늘나라로 간 강아지를 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어느덧 데뷔 18년차에 접어든 손예진은 예전에 비해 무엇이 가장 달라졌을까. 그는 "영화를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진 것 같다"고 답했다.

"예전에는 내 연기만 봤다면 지금은 영화 전체를 보려고 하는 것 같다. 이 장면은 관객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 하는 식으로 큰 그림을 보려는 것 같다."

▲ 손예진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주연배우 손예진의 인터뷰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열렸다. ⓒ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손예진 인터뷰 지금만나러갑니다 소지섭 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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