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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사커'의 부활을 위해 필요한 앙투안 그리즈만

러시아 월드컵 우승후보국 에이스 소개①

18.03.18 12:42최종업데이트18.03.18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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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11명이 함께 만들어가는 스포츠다. 제 아무리 뛰어난 선수도 경기장 안에서 혼자서 모든 일 할 수는 없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축구는 결국 모든 선수가 각자의 역할을 함께 해내야 하는 팀 스포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을 이끄는 '에이스'의 가치는 높다. 흔히 프로축구 선수들 간 실력 차이를 '종이 한 장'으로 표현하지만, 그 '차이'를 지배하는 선수들이 있다. 그런 선수들을 우리는 '에이스'라 부른다.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실수 없이 실력을 발휘하는 선수에게 팬들은 전율을 느낀다.

어떤 경기에서든 에이스의 활약 여부는 중요하다. 그 무대가 월드컵이라면 길게 얘기할 필요도 없다. 월드컵은 4년에 한 번씩만 개최되고 축구판에 있어서 가장 권위있는 대회인 만큼 경기의 긴장감은 이루어 말할 수 없다. 때문에 스타 플레이어도 월드컵에서는 실수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올리기 위해서는 극한의 압박감을 뚫어낼 선수가 팀에 필요하다. 뛰어난 실력과 고도의 집중력으로 조국에 월드컵 챔피언의 자리를 선사하고자 하는 우승후보국의 에이스들을 알아보자.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승을 노리는 국가 중 처음으로 만나볼 팀은 유럽의 강호 '뢰블레' 군단 프랑스다. 유럽 예술의 중심지답게 프랑스 대표팀에게는 '아트사커'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미셸 플라티니와 지네딘 지단의 창조적인 플레이는 프랑스 축구를 예술로 만들었다.

지단이 2006 독일 월드컵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이후 프랑스 축구는 새로운 '나폴레옹'을 찾고자 했지만 결과물은 시원치 않았다. 한 때 바이에른 뮌헨 소속의 프랭크 리베리가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팀을 정상으로 이끌지는 못했다. 지단의 후계자로서 긴 기간 동안 군림했지만 아쉬움을 남긴 채 2014년 은퇴를 선언했다.

새로운 '나폴레옹' 그리즈만

우연의 장난처럼 부상으로 2014 브라질 월드컵에 참가하지 못한 리베리를 대신해 발탁된 선수가 현재 뢰블레 군단의 중심으로 활약하고 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공격의 핵 앙투안 그리즈만의 이야기다. 2014년 3월 네덜란드와 평가전에서 국가대표팀 데뷔에 성공한 그리즈만은 그해 여름 스페인의 강호 아틀레티코로 이적했다.

▲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디비전 지난 2016년 2월 27일(현지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프리메라리가 경기에서 AT 마드리드 선수들이 레알 마드리드와의 승부에서 이긴 후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EPA


아틀레티코에 합류한 이후 그리즈만의 가파른 성장세가 시작됐다. 이미 레알 소시에다드 소속으로 스페인 무대 적응을 마친 그리즈만은 아틀레티코의 주포로 맹위를 떨쳤다. 키는 크지 않지만 빠른 발과 날카로운 왼발을 지니고 있고, 작은 신장에 어울리지 않게 헤더에도 일가견이 있다. 아틀레티코에서 활약한지 단 두 시즌 만에 그리즈만은 유럽 전역이 주목하는 공격수가 됐다.

그렇게 그리즈만은 조력자였던 2014 브라질 월드컵과 다르게 유로 2016에서는 공격의 중심으로 대회를 맞이했다. 자국에서 열렸던 대회였기에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었다. 조별리그에서는 디미트리 파예가 공격을 진두지휘했지만, 토너먼트부터 프랑스는 그리즈만의 팀이었다. 아일랜드를 상대한 16강전에서 동점골과 역전골을 터뜨리며 2-1 역전승을 이끌었고, 8강전에서도 1골 2개의 도움을 기록해 팀의 5-2 승리를 완성했다.

하이라이트는 독일과 준결승 경기였다. 월드컵 챔피언을 상대로 그리즈만은 대회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영리한 드리블과 움직임으로 독일 수비에 시종일관 균열을 냈고, 두 골을 잡아내며 프랑스를 결승으로 인도했다. 하지만 아트사커의 부활은 결승전 패배로 미완에 그쳤다. 포르투갈을 상대로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지만 골을 넣지 못했고, 연장전에서 에데르의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에 실점하며 무너졌다.

결승전에서 실족하며 눈물을 삼켰지만 유로 2016은 프랑스의 에이스가 누구인지를 확인시켜준 대회였다. 유로 2016에서 그리즈만은 7경기에 나서 6번이나 상대의 골망을 가르면서 대회 득점왕을 차지했다. 대회 베스트 11의 자리는 당연했고 대회 MVP도 그리즈만의 몫이었다. 덕분에 여러 명의 선수가 에이스로 거론되던 프랑스 대표팀에서 그리즈만은 부정할 수 없는 최고의 선수가 되었다.

프랑스의 월드컵 우승 가능성은?

현재 프랑스 대표팀 선수단은 유럽 축구 재능의 보고다. 사무엘 움티티와 라파엘 바란은 각각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주전 수비수로서 자리를 잡았고, 킬리안 음바페와 오스만 뎀벨레 등도 향후 최정상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는 공격수들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 8강, 유로 2016 준우승으로 메이저 대회에서 위용을 되찾은 프랑스는 이번 러시아 월드컵을 프랑스 왕조의 시작점으로 만드려고 한다. 젊은 선수가 많은 만큼 과거 스페인이 그랬던 것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더 강력한 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월드컵 우승은 왕조의 출발로써 안성맞춤이다.

프랑스의 전력은 탄탄하다. 빈틈이 크게 보이지 않는다. 다만 월드컵 정상을 노릴 정도로 압도적인 강점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달린다. 유럽 지역 예선에서는 화려한 공격진보다 수비가 빛났다. 수비진은 10경기에서 단 6실점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반면 공격진은 10경기에서 18골을 넣는 데 그쳤다. 같은 조에 스웨덴과 네덜란드가 프랑스보다 더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

지난 2016년 6월 27일(한국 시각) 열린 유로 2016 프랑스와 아일랜드의 16강전에서 프랑스의 골잡이 앙투안 그리즈만이 동점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EPA


그래서 그리즈만의 활약이 더 중요한 프랑스다. 그리즈만은 주로 세컨 스트라이커 자리에서 위력적이지만, 공격 전 지역 어디에서든 활약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측면 혹은 최전방 자리도 그리즈만에게는 어색한 옷이 아니다. 프랑스에는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공격수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어느 위치에 놓더라도 평균 이상의 활약을 할 수 있는 그리즈만의 존재는 프랑스의 유연한 공격 전술 변화의 '키(key)'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C조에 배정된 프랑스의 조별리그 상대국은 호주, 페루, 덴마크다. 경시해서는 안되는 상대들이지만 우승을 노리는 프랑스에게는 어렵지 않은 상대들이다. 객관적인 전력상 조 1위가 유력하다. 방심하지 않고 조의 수위를 차지해야 D조 1위가 예상되는 아르헨티나와 16강에서 만나지 않을 수 있다. 3~4일 간격으로 경기가 펼쳐지는 월드컵 일정상 체력 안배를 위해서는 반드시 조1위로 16강행 티켓을 따내야 한다.

토너먼트부터는 진검승부다. 믿을 선수는 그리즈만이다. 유로 2016에서 토너먼트에서 강하다는 걸 스스로 증명했다. 대회에서 터뜨린 6골 중 무려 5골을 토너먼트 경기에서 몰아 넣었다. 한 골 한 골이 더 치명적인 단판승부에서 그리즈만의 결정력은 프랑스에게 크나큰 축복이다.

한 가지 걱정되는 징크스가 있다. 프랑스 대표팀은 만족스러운 월드컵 성적을 낸 월드컵 직후 대회에는 대실패를 겪고 있다. 프랑스는 자국에서 열린 1998년 대회에서 우승의 환희를 경험했지만, 2002 한·일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당했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한 프랑스는 다음 대회인 2010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최하위로 집으로 향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우려와 달리 8강까지 올라가며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최근 역사적인 흐름상 2018년에는 불운이 닥칠 차례다.

불안한 징크스를 단번에 박살 낼 수 있는 것은 실력뿐이다. 프랑스 선수들의 능력과 디디에 데샹 감독의 지휘력이면 징크스는 한낱 돌맹이에 그칠 수 있다. 우승을 원하는 팀이라면 이러한 난관 정도는 가볍게 지나가야 한다. 프랑스 군대가 나폴레옹과 함께 알프스 산맥을 넘었듯이 월드컵 우승을 향한 장애물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그리즈만이 선두에 서야 한다. 그리즈만의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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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즈만 프랑스 월드컵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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