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워 죽였다더니..." 뼈에 붙어 있는 불에 탄 옷 조각

[아산 유해발굴 현장] 총살 후 확인사살 위해 불에 태워 죽였다는 증언 뒷받침

등록 2018.03.08 10:21수정 2018.03.08 10:21
2
원고료로 응원

아산시 배방면 중리마을 뒷산 폐금광 유해발굴 현장에서 발굴된 불에 그을린 유해. 불에 탄 옷감이 달라 붙어 있다.


아산시 배방면 중리마을 뒷산 폐금광 유해발굴 현장에서 발굴된 불에 그을린 유해. 뼈에 불에 찬 옷감이 달라 붙어 있다. 왼쪽에 희생자의 치아가 드러나 있다. ⓒ 유해발굴공동조사단


충남 아산시와 시민단체로 구성된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이 지난 5일부터 한 달간 일정으로 아산 배방읍 중리마을 뒷산 폐금광에서 2차 유해발굴을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참혹한 유해가 계속 나오고 있다. 총살 후 확인사살을 위해 불에 태워 죽였다는 증언을 뒷받침하듯 까맣게 탄 유해와 불에 탄 옷감이 달라붙어 있는 유해가 이어져 발굴되고 있다.

아산시 배방면 중리마을 뒷산 폐금광 유해발굴 현장에서 발굴된 희생자 유해. 지금까지 40여구를 발굴했지만 아직 폐금광 입구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 유해발굴공동조사단


발굴팀의 안경호 4.9 평화재단 사무국장은 "사람들을 폐금광 안에 몰아넣고 총질을 해 죽였는데 그래도 살아 있는 사람들은 불로 태우거나 동굴 안으로 연기를 피워 죽였다는 증언이 많다"며 "이를 뒷받침하는 유해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선주 유해발굴단장은 "유해가 층층이 발굴되고 있다"며 "지금까지 40여 구를 발굴했지만 아직 폐금광 입구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0대 이하의 어린아이를 비롯해 20대 부녀자 유해가 많아 일가족이 몰살됐다는 증언과 일치한다"며 "매우 처참하다"고 덧붙였다.

이곳 아산시 배방읍 중리마을 뒷산 폐금광에는 약 200~300명의 시신이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산 배방읍 중리마을 뒷산 폐금광에서 2차 유해발굴 현장에서 발굴된 희생자 유해. 유해가 나무 껍질 속에 둘러 쌓여 있다. ⓒ 유해발굴 공동조사단


총살 후 확인사살을 위해 불에 태워 죽였다는 증언을 뒷받침하듯 까맣게 탄 유해와 탄피. 불에 탄 옷감이 달라붙어 있는 유해가 이어져 발굴되고 있다. ⓒ 유해발굴 공동조시단


이들은 배방면 10여 개 마을 주민들로 1951년 1월 7일과 8일 '마을 회의' 또는 '도민증을 발급해 주겠다'는 연락을 받고 소집되었다가 영문도 모른 채 경찰과 대한청년단(청년방위대, 향토방위대)에 의해 살해됐다. 학살 지휘와 지시는 당시 충남경찰국장과 온양경찰서장에 의해 이뤄졌다.


정부 기구인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2009년 '아산 부역 혐의 희생 사건'과 관련 "단지 부역했다는 이유로, 또는 그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적법한 절차 없이 살해한 행위는 명백한 위법이고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반인권적, 반인륜적 국가범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국무총리에게 신속보고된 '천인공노할 학살' (2.28)
"여러 지역 유해발굴 했지만 이렇게 참혹한 광경 처음" (2.27)
"민간인 희생사건, 아산역사박물관에 담을 것" (2.27)
옥비녀 꽂은 20대 여성 희생자, 67년 만에 빛을 보다 (2.25)
연필 대신 '호미' 들고 유해발굴에 나선 학생들 (2.24)
일본 대학생들,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 현장서 자원봉사 (2.24)
유해발굴 지원한 복기왕 전 아산시장 "너무 늦어 죄송" (2.23)
"참담하게 학살됐다", 유해 중 한 명은 6~7세 어린이 (2.22)
아산 설화산 암매장된 민간인희생자 유해 발굴한다 (1.31)
"어린애들이 뭔 죄라고.." 300명 유해암매장지 찾았다 (2017.11.19)
부역 혐의로 학살된 아산 주민 유해 햇볕 볼까 (2017.11.17)
#아산시 #부역혐의 #유해발굴 #한국전쟁 #이승만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그래서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대자보가 대학가에 나붙고 있다
  3. 3 [단독] 김건희 일가 부동산 재산만 '최소' 253억4873만 원
  4. 4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5. 5 [동작을] '이재명' 옆에 선 류삼영 - '윤석열·한동훈' 가린 나경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