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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스타' 만나려 개까지 납치, 거짓으로 꾸민 온라인 삶

[리뷰] 영화 <언프리티 소셜 스타> 선댄스영화제 각본상 수상한 수작

18.02.26 16:45최종업데이트18.02.2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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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언프리티 소셜 스타> 포스터 ⓒ (주)디스테이션


잉그리드(오브리 플라자 분)는 인스타그램에서 알게 된 사람의 결혼식에서 사고를 친 후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된다. 어느 날 잡지에서 본 테일러(엘리자베스 올슨 분)에게 푹 빠진 잉그리드는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팔로우 하고 외모, 패션, 라이프스타일을 동경한다. 팔로워가 26만 명을 넘길 정도로 SNS에서 '워너비 스타'가 된 테일러처럼 멋진 삶을 꿈꾸던 잉그리드는 엄마의 유산을 몽땅 털어 LA로 떠난다.

댄(오셔 잭슨 주니어 분)의 집을 빌린 다음 테일러의 주위를 맴돌던 잉그리드는 우연을 가장한 사건을 저질러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다. 테일러와 화려한 일상을 즐기는 절친으로 발전한 잉그리드 앞에 갑자기 테일러의 오빠 닉키(빌리 매그너슨 분)가 나타나며 정체가 밝혀질 위기에 처한다.

너무도 익숙한 SNS, 그 빛과 어둠에 대해서

영화 <언프리티 소셜 스타> 한 장면 ⓒ (주)디스테이션


1990년대부터 대중화된 인터넷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 방식을 완전히 바꾸었다.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누던 의견 교환은 게시판 등 인터넷 광장으로 무대를 옮겼다. 손으로 쓴 편지는 키보드로 친 이메일에게 자리를 넘겨주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며 시작된 SNS(Social Network Service) 혁명은 온라인에서 새로이 인맥을 이루거나 특정한 관심사를 나누고 활동을 같이하는 사람들 사이에 관계망을 형성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사람들에게 실제의 삶 외에 '온라인 인생'을 만들어주었다. 가상공간에서 사람들은 글을 쓰고 사진을 올리고 동영상을 공유하며 자기의 삶을 꾸민다.

어느 기술이나 마찬가지이듯 진보는 필연적으로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SNS에 올린 글과 사진 때문에 입방아에 오르는 경우도 많고,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마치 진실인 양 호도되는 예도 흔하다. 인터넷, SNS의 이런 문제점에 대해 영화 <언프렌디드: 친구 삭제> <언프렌드> <소셜포비아> <백설공주 살인사건>에서 짚기도 했다.

<언프리티 소셜 스타>는 인터넷 스토커를 웃음 가득한 화법으로 묘사한다. 각본을 쓴 데이비드 브랜슨 스미스는 <인디와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영향력 있는 스타를 팔로잉하다 스타와 팬 사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온라인에서 목격한 뒤, 영화 같은 그들의 라이프를 맥 스파이서 감독과 함께 스크린에 옮기기로 했다"고 영화의 시작점을 설명한다.

<언프리티 소셜 스타>의 주인공 잉그리드는 인스타그램에서 '좋아요'를 누르거나 리플을 달았다는 이유만으로 진짜 친구가 되었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 스마트폰의 세계인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스냅챗은 그녀가 외부와 소통하는 유일한 창구다.

잉그리드가 저지르는 행동은 터무니없다. 테일러가 갔던 레스토랑에 가서 동일한 메뉴로 식사를 하거나 똑같은 브랜드의 핸드백을 사는 건 기본이고 그녀와 만나기 위해 개까지 납치한다. 테일러의 관심을 끌기 위해선 못할 행동이 없을 정도다. 후반부로 갈수록 행동은 점점 심각한 수준에 이른다.

'좋아요'의 본질,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

영화 <언프리티 소셜 스타> 한 장면 ⓒ (주)디스테이션


타인에게 광적으로 집착하는 앞선 영화들을 인용하면 <언프리티 소셜 스타>는 21세기판 영화 <태양은 가득히> 내지 인스타그램으로 해석한 영화 <위험한 독신녀>처럼 느껴진다. 지금 <코미디의 왕>을 만든다면 이렇게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스친다.

<언프리티 소셜 스타>에서 잉그리드가 벌이는 짓을 단지 관객을 웃기기 위한 비현실적인 전개로 치부해야 할까? 항상 스마트폰을 손에 쥔 사람을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실제로 SNS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공감이 더욱 클 것이다. 영화는 현실과 온라인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의도적으로 과장했을 따름이다.

극 중에서 잉그리드에게 집을 빌려주는 댄은 '배트맨' 캐릭터에 광적으로 열광하는 사람이다. 배트맨은 영화의 또 다른 재미를 제공한다. 슈퍼히어로 장르에서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배트맨 아닌가. <언프리티 소셜 스타>는 가면을 쓰고 악당을 처단하는 배트맨의 이미지를 빌려 극의 재미를 주고, 두 얼굴이라는 정체성의 주제도 강화한다.

잉그리드는 "난 언제나 네 친구야"라고 말한다. 테일러는 "전 세계 사람들과 친해지는 게 좋아"라고 이야기한다. <언프리티 소셜 스타>는 우리 안에 존재하는 잉그리드와 테일러를 비추며 SNS의 관계를 꼬집고 '좋아요'의 본질을 묻는다. 한편으론 거짓으로 꾸민 온라인 삶과 유명인사의 스타일을 복제하는 현실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언프리티 소셜 스타>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시대를 향한 날카로운 논평과 다름없다. 또한, 오브리 플라자의 열연이 돋보이는 유쾌한 보고서다. 지난해 1월 제33회 선댄스 영화제는 데이비드 브랜든 스미스, 맷 스파이서에게 각본상을 수여하며 SNS를 향한 풍자에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그들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영화<언프리티 소셜 스타> 한 장면 ⓒ (주)디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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