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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생활에 실패한 이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어요"

[인터뷰] 영국에서 피지컬 코치 꿈꾸는 이동윤씨 "진로 찾는 이에게 도움 주고파"

18.02.17 14:03최종업데이트18.02.1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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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접고 영국으로 유학 온 이동윤씨 ⓒ 서창환


국내 프로축구 진출은 '바늘구멍에 낙타 들어가기'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갈 곳은 정해져 있는데 지원하는 이들은 어마어마하다. 프로 진출에 실패한 이들은 새로운 분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영국 스코틀랜드 스털링대학교에서 스포츠사이언스를 공부하고 있는 이동윤(26)씨도 선수 생활을 접고 피지컬 코치라는 새로운 꿈을 실현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씨는 대학시절까지 엘리트 선수로 활동했다. 대학무대에서 수준급으로 통하는 광운대에서 선수 생활을 했지만, 후보 선수로 분류돼 경기에 나오는 경우가 드물었다. 결국 선수로서 비전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끝에 대학 2학년 때 축구화를 벗었다.

선수 생활을 그만둔 그는 군 복무와 동시에 지도자 자격증(C급)을 취득해 진로 계획을 짰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읽은 자기계발 책에서 영감을 얻고 해외 유학을 결심했다. 지인의 소개로 신상규 전 국가대표 피지컬 코치도 만나 구체적인 진로 설정을 하게 됐다.

"조세민 감독의 <그들은 왜 이기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가>라는 책을 읽고 눈이 떠지는 느낌이었다. 유럽의 학부모 대부분은 자식이 축구선수로 대성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축구선수 아니면 안 된다'라는 인식이 강한 한국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이런 점 때문에 유학을 가서 선진 축구 시스템을 체험하고 싶었다."

선진 시스템을 느끼고 피지컬 코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이씨는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영국에 도착한 그는 본머스 지역리그에 소속된 아마추어 팀 뉴밀튼 타운FC 선수로 활동했다. 선진 축구를 체험하고 그곳의 피지컬 코치들과 교류하기 위해서였다.

"아마추어 리그임에도 팬들이 돈을 내고 경기를 봤다. 핵심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면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면서 같이 사진을 찍는다. 팀 주무도 있어 경기를 준비하는 데 차질이 없도록 최대한 노력한다. 아마추어 팀이지만 국내축구보다 인프라가 뛰어나 많이 놀랐다."

"최종 목표, 운동 그만두고 진로 찾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 주는 것"

▲ 이동윤 스털링대 재학 중인 이씨는 축구선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 스털링대학교


1년간 뉴밀튼에서 선수 생활을 하면서 공부에 정진한 그는 지난해부터 스코틀랜드에 위치한 스털링대학교에 입학했다. 스포츠 분야에서 손꼽히는 스털링대는 남학생 팀이 스코틀랜드 5부 리그에 참가하는 메리트가 있어 선택했다.

"스털링대 남자팀은 세미프로지만 여자 팀은 여자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1부)에 소속돼 있다. 지도자 자격증을 갖춘 내가 여자 프로 축구팀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지켜보는 게 색다른 경험이 될 거란 판단이 들었다."

요즘 이씨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처음 목표했던 피지컬 코치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좀 더 깊이 있게 스포츠를 공부하고 싶어 박사 학위 취득을 고민 중이다. 얼마 전에는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UEFA B 라이센스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씨의 최종적인 목표는 자신처럼 운동을 그만두고 진로를 찾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는 "스포츠를 전문적으로 공부해서 나처럼 선수 커리어를 실패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 국내 체육계가 영국처럼 공부와 운동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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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털링대 이동윤 피지컬코치 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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