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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일베기자' 발령에, 지역기자들 "지역민 모욕" 반발

KBS 지역권 40기·41기 기자들 성명 "일베기자 A씨, 공영방송인 자질 없다"

18.02.14 12:34최종업데이트18.02.14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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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KBS 전국기자 29명이 '일베기자'의 지역국 순환근무를 거부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일베기자'로 불리는 42기 입사자 A씨의 바로 위 선배 기수다.

A씨는 2015년 KBS 입사 직후 극우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아래 일베)'에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여성을 혐오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글을 약 6800여 건 올린 것이 알려져 논란을 빚은 인물이다.

당시 언론노조 KBS본부, KBS PD협회와 기자협회 등 11개 협회 구성원들과 선배 기수인 40~41기 기자들은 '일베기자를 후배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성명을 내는 등 A씨 임용에 적극 반대했다. 하지만 KBS 측은 입사 이전 작성한 글로는 임용을 취소하기 어렵다는 외부 법률자문 결과에 따라 A씨를 비취재 부서인 정책기획본부 남북교류협력단으로 발령했다.

2015년 3월 30일, KBS 기자협회와 아나운서협회 등 11개 직능단체 구성원들이 KBS 본관 앞에서 일베 수습 임용 결사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KBS 막내 기수인 41기 기자들은 "차별과 폭력, 약자에 대한 배척을 자랑했던 '일베' 유저가 KBS 기자라는 이름으로 현장을 누빌 때 시청자들이 우리 뉴스를 어떻게 생각할 것이냐"며 "공영방송의 가치를 지킬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말했다. ⓒ 유성호


하지만 A씨는 2017년 보도국에 배치돼 뉴스에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 지역 순환 근무를 앞두고 있다고 알려졌다. KBS 신입사원들은 1년간의 지역순환근무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A 기자의 동기인 42기 입사자들은 2016년에 대부분 지역 순환근무를 마쳤지만, A 기자는 당시 비보도국에 배치돼 있던 터라 참여하지 않았고, 최근 지역 근무가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A씨를 후배로 받아들이게 될 40~41기 전국기자들은 "방송은 상대적으로 소수이거나 이익추구 실현에 불리한 계층의 이익을 충실히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방송법에 규정된 방송의 공적책임을 거론하며 "이는 공영방송 KBS가 당연히 최우선으로 지켜야 할 의무와 책임이다. 아무리 시간이 지났다 해도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극단적인 시각을 드러낸 그를 어떤 시청자가 공영방송 기자로서 공적 의무를 다하고 있다고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며 A 기자의 지역 순환 발령 거부 이유를 밝혔다.

이어 "KBS 지역국은 인력난에 허덕이지만, 지역에 필요한 인력은 '진짜' 공영방송인, 제대로된 KBS 인재이지 껍데기뿐인 KBS 직원은 필요없다"면서, "공영방송인으로서 자질과 자격이 없는 인력을 순환근무로 내려보내는 것은 KBS지역국에 대한 모욕이자 소중한 수신료를 내는 전국 지역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아래는 KBS 지역권 40기·41기 기자들의 성명 전문이다.

'일베 기자'의 지역국 순환근무를 거부한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사태 폭동이라 부르면 왜 유독 광주사람들이 화를 낸다는 거임? 이권 짤릴까바?"
"여자들은 핫팬츠나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공연음란 아니냐"
"밖에서 몸 까고 다니는 X이면 모텔 가서 함 하자하면 X XX 같은데"
"생리휴가는 사용 당일 착용한 생리대를 생리휴가감사위원회(가칭)에 제출하고 사진자료를 남기면 된다."
 
지난 2014년 극우사이트인 '일간베스트 저장소'에 게시된 한 작성자의 글들이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혐오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일베의 논리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읽는 것만으로도 분노가 치솟는 이 글들은 이미 많은 KBS인들에게 익숙할 것이다. 지난 2015년, 입사하자마자 일베 활동 전력이 드러나 KBS를 발칵 뒤집었던 일명 '일베 기자'가 입사 1년여 전 썼던 글들이기 때문이다.
 
3년이 지난 지금, KBS인들의 갖은 우려와 반대 속에도 그는 수습을 마치고 취재기자로 임용됐고, 취재부서로 발령받아 카메라 앞에 섰고, 이제는 지역 순환 근무를 앞두고 있다는 이야기마저 들려온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혐오하고 극단적인 글을 써 온 '일베 기자'가 과연 공영방송인으로서 자질과 자격이 있는지 우려를 조금도 불식시키지 못했는데도 말이다. 취재부서 발령에 이어 전국 지역 순환마저 거론되다니, 가히 KBS가 일베로 뒤덮이는 형국이다.
 
KBS지역국 취재·촬영기자 40·41기는 일베기자의 지역국 순환 발령을 거부한다.

KBS기자를 꿈꾸던 시절, 우리가 공부하고 고민했던 공영방송의 가치가 무너지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방송은 상대적으로 소수이거나 이익추구 실현에 불리한 계층의 이익을 충실히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방송법에 규정된 방송의 공적책임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공영방송 KBS가 당연히 최우선으로 지켜야 할 의무와 책임이다. 이것이 아무리 시간이 지나더라도 '일베 기자'에 대해 계속해서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극단적인 시각을 드러낸 그를 어느 시청자가 공영방송 기자로서 공적 의무를 다하고 있다고 신뢰할 수 있는가? 시청자가 신뢰할 수 없는 기자를 대체 누가 공영방송 기자로서 자격을 부여한단 말인가? 더군다나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민의 목소리를 충실히 들어야 할 KBS 지역 근무 기자에게는 공영방송인으로서의 책임감이 더욱 무거워야 한다. KBS지역국에 '일베 기자'의 순환 근무가 결코 이뤄져서는 안 되는 이유다.
 
껍데기만 KBS직원은 필요 없다.
인력난에 허덕이는 KBS지역국에는 순환근무가 절실하다. 그러나 지역에 필요한 인력은 '진짜' 공영방송인, 제대로 된 KBS 인재이지 껍데기만 KBS직원은 필요 없다. 공영방송인으로서 자질과 자격이 없는 인력을 순환근무로 지역에 내려 보내는 것은 KBS지역국에 대한 모욕이다. 소중한 수신료를 내는 전국 각 지역의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다.
 
KBS전국 지역국 취재·촬영기자 40·41기는 '일베 기자'를 기자로 인정할 수 없다. '일베 기자'의 KBS지역국 순환 근무가 거론되는 것조차 거부한다. 사측은 해당기자의 순환 근무 발령 절차를 당장 중지하라. 더 이상 KBS지역국과 KBS에 수신료를 내는 지역민을 욕보이지 말라.
 
끝으로 '일베'라는 인터넷 공간이 사회적으로 어떤 물의를 일으켜 온 곳인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그들이 일으켜온 사건들 가운데 일부를 덧붙인다.

경찰, 광주 10대 여학생만 노려 사전모의 납치강간 미수에 그친 일베 회원 3명 긴급체포
http://moneys.mt.co.kr/news/mwView.php?type=1&no=2015121409358024159&outlink=
 
5.18 희생자 비하 일베 회원, 모욕죄 확정
http://www.fnnews.com/news/201509201000062603
 
추석에도 물의···일베 이번엔 '사촌 나체 몰카 인증' 논란
http://sports.khan.co.kr/news/sk_index.html?cat=view&art_id=201509291950083&sec_id=560101&pt=nv
 
경찰, 일베 '초등학생 성관계 영상' 업로더·다운로더 대대적 수사
http://www.starseoultv.com/news/articleView.html?idxno=355695
 
취업 스트레스로 일베에 '살인 예고'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11082227265&code=940202
 
물대포 맞고 쓰러진 농민 '조롱'…일베 회원 검찰에 고소
http://www.focus.kr/view.php?key=2015111700201525547
 
죽은 딸에 몹쓸짓이라니… 경주 리조트 참사 유족, 강간 주장하는 일베회원 수사 의뢰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soc&arcid=0008204950&cp=du
 
세월호 희생자 사진 발로 찬 일베 무릎꿇고 사과
http://news1.kr/articles/?2100876
 
세월호 희생자 어묵 비하 20대 체포
http://www.ytn.co.kr/_ln/0103_201502091904015676
 
"막장" 일베,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희생자 "통구이 됐다" 표현
http://tntnews.co.kr/news/view.html?section=1&category=7&no=7091
 
세월호침몰사고 관련일베 회원, '세월호 노란리본' 가위로 잘라..인증샷까지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40721114612571&RIGHT_HOT=R4
 
세월호 희생자 어묵 비하 일베 회원, 항소심도 징역형 "고의 충분"
http://tvdaily.asiae.co.kr/read.php3?aid=1440573825967968016
 
"이희호 여사 방북 항공기 폭파" 협박범은 일베 회원
http://www.hankookilbo.com/v/84e452650e3846a5ac17ee7bdfb4ec2d
 
 
KBS지역권 40기 기자 일동
대전총국 이연경 조정아 청주총국 이규명
전주총국 조선우 광주총국 이성현 순천국 양창희
제주총국 김가람 창원총국 차주하
부산총국 이준석 울산국 이한범 주아랑
대구총국 류재현 전민재 정혜미
춘천총국 임서영 강릉국 김보람 조연주 최진호

KBS지역권 41기 기자 일동
대전총국 성용희 청주총국 진희정
전주총국 박웅 진유민 제주총국 강나래
창원총국 김준원 울산국 김홍희
대구총국 신주현 오아영 춘천총국 하초희


일베 기자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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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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