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눈 속의 베네수엘라: 세계의 풀뿌리 운동 진영에 보내는 공개서한

[베네수엘라에 관한 진실 3]

등록 2018.02.05 13:54수정 2018.02.0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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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동지들에게,

21세기 베네수엘라는 볼리바리안 혁명을 통해 미국 패권에 대항한 투쟁과 정치, 경제적 협력과 통합, 상호 존중, 민주주의적 참여에 기반한 다극적 세계 건설을 주도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1999년부터 국민에게는 사회 프로그램, 참여민주주의를 통해, 세계 민중에게는 연대 사업과 동맹을 통해 물질적, 정치적, 의식적 전환을 이끌어왔다[1].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좌파와 진보진영 다수는 소위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모순"과 "실수"에 사로잡혀 있다. 그 결과 베네수엘라에 대한 우리의 연대와 약속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베네수엘라 국민이 시련을 극복하기 위해 투쟁하는 동안, 우리는 혁명을 파괴하려는 일련의 공격에 가담할 것이 아니라 전쟁과 자본주의에 대항해 우리에게 큰 희망을 주는 21세기 사회주의를 규명하고, 준비하고, 실천하는 베네수엘라의 자주권을 지키는 데 연대해야 한다.

산유국으로서 자국의 경제를 다각화하고 기본적인 물질적 요구를 어떻게 충족시킬 수 있을까? 미국의 개입과 점령에 직면한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베네수엘라가 어떻게 단결과 통합을 지킬 수 있을까? 어떻게 베네수엘라 민중이 국내외에서 이러한 활동을 하며 풀뿌리 민중의 목소리도 강화할 수 있을까? 이는 베네수엘라의 혁명 세력이 현재 직면한 과제이다. 기업 언론이 이러한 운동에 오명을 씌우고 있지만, 이 질문에 가장 민주적인 해답이 제헌의회(ANC)다.

ANC는 베네수엘라에서 야당의 폭력이 고조되어 국내 평화가 큰 위협을 받았을 때 구성되었다. 2017년 4월 초부터 야당은 폭력 시위를 조장했고, 이로 인해 130여 명이 사망했다. 우리 모두는 베네수엘라의 현실을 왜곡하고 야당의 잔혹한 폭력을 은폐하는 뉴스를 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린치를 자행한 백인 무리가 29명을 산 채로 불태웠고 그중 9명이 사망했다. 희생자 중 다수는 아프리카계 베네수엘라인이고 빈곤한 원주민이자 "차비스타"였기 때문에 목표물이 되어 박해를 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뉴스에서는 야당의 투쟁을 마두로 대통령 "정권"에 탄압받은 학생들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동원한 집회로 왜곡했다.

5월 1일, 마두로 대통령은 국민의 자결권과 대중의 참여를 확립하는 헌법 347조[2]를 발동해 ANC 소집을 발표했다. 풀뿌리 운동 진영과 지역의 지도자는 제헌의회 선거에 출마해 3개월간에 걸쳐 각 지역과 8개 사회 부문(원주민, 농민, 어민, 노인, 학생, 기업인, 노동자, 장애인)의 대표자로 선출되기 위한 선거 운동을 진행했다.

7월 30일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CNE)가 약 200만~300만 명이 야당의 폭력 시위로 투표를 할 수 없었다고 추산[3]한 가운데, 820만 명(전체 유권자의 42%)이 베네수엘라 전 지역과 사회 부문을 대표하는 545명의 제헌의원을 선출했다. 평화와 정의를 지지하며 보였던 높은 투표 열기로 선거 종료 후 야당의 폭력은 즉각 멈췄다.

ANC는 기층 민중과 정부 차원에서 소통의 장을 열어 직접 민주주의를 촉진한다. 현재 베네수엘라에서 최고의 권력기구인 ANC는 향후 2년간 경제, 부패, 폭력에서부터 국가 미래를 상상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임을 조직하는 것 등, 가장 어려운 사회적 주제를 논의할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국민투표에 부칠 헌법 초안을 작성할 계획이다. 제헌의원은 일주일에 수 일을 구아림바 폭력과 사회 그룹(인종, 젠더, 계급)에 대한 편견으로 발생하는 범죄를 방지하는 반혐오범죄법과 같은 이슈를 논의하는 회의에 참가하면서 보낸다. 수도인 까라까스에서 일정이 없을 때는 각자의 지역으로 돌아가 각 지역과 부문 사람들과 모임을 가진다.


미국과 미국 점령지에 사는 우리가 볼 때, ANC의 참여 민주주의는 우리의 민주주의와 극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우리 동네와 공동체에서 법안을 작성할 지도자를 직접 뽑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가? 농업, 교육, 장애인과 관련된 법안을 작성하도록 우리와 같은 농민, 학생, 장애인을 선출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가? 베네수엘라에서는 국민들이 손바닥만한 헌법전을 펼쳐 그들이 일조해 제정한 헌법 조항을 인용한다. 베네수엘라 동지 한 명이 미국에서 온 흑인 여성들에게 물었다.

"스스로 정말 자랑스러워하는 국가, 지역, 정부, 또는 (혁명)과정을 당신이 대표하는 꿈을 꿀 수 있는가?"

미국에서 우리는 노예를 소유했던 – 그리고 여전히 그들의 이해가 유지되고 있는 – 백인 엘리트 계급이 만든 법의 지배를 받고 있다. 미국이 지원하는 온두라스나 아이티와 같은 국가에서는 제헌의회를 요구한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살해 당했다. 한편 베네수엘라의 제헌의회는 초국적기업 언론의 비방 캠페인의 지원을 받으며 미국의 개입 위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좌파의 다수는 베네수엘라의 제헌의회 선출 과정을 수호하기 보다는 베네수엘라의 모순과 우리가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에만 사로잡혀있다.

지난 8월에는 베네수엘라 어낼러시스가 '볼리바리안 혁명 속으로'라는 국제 대표단을 조직했다. 호주, 벨리즈, 미국 등지에서 다양한 세대와 인종(주로는 흑인과 갈색 인종[4])으로 구성된 12명의 대표단이 참가했다. ANC 선거 3주 후에 베네수엘라를 방문했던 우리 일행은 전국을 돌며 흑인계 베네수엘라인, 농민, 노동자, 학생, 교사, 서민주택 거주자, 여성,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을 만나 볼리바리안 혁명과정이 어떻게 베네수엘라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영원히 변화시켰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특히 베네수엘라 제4 공화국에서 온갖 억압과 신자유주의, 미국의 지배를 경험한 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니, 아직도 세계가 베네수엘라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는 점이 더욱 분명해졌다. 불안정한 국제 유가, 미국의 제재, 밀수 네트워크와 기본 상품 투기로 악화된 경제전쟁 등에도 불구하고 베네수엘라 국민은 공동체에 힘을 실어주고 모두의 삶을 향상시키고 있었다. 온갖 악조건에도 볼리바리안 혁명은 "최대의 행복"을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꿋꿋하게 지켜가고 있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방문 일정 동안 우리는 새로이 식재된 나무, 여가 시설 및 공원, 무료이면서 보편적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진료소와 병원, 교육 센터, 주거비용 지원이 되거나 무상 제공된 주택 등을 두 눈으로 보며, 우리 대표단은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 이 얼마나 간단한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나 이는 미국이나 다른 국가에서 오해하고 있는 것과 같이 그저 "공짜로 주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사람과 인간의 발전에 투자하고, 사회 전 부문에 부를 재분배하는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제 4공화국과 식민지배 기간 동안 민중을 상대로 자행된 잘못된 관행을 시정하며 배상 모델을 시행하고 있다. 연수 일정 내내 우리는 베네수엘라 사람들로부터 "모두를 위해 모든 것을,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니라면 그 어떠한 것도 반대한다"는 말과 "존엄이 있는 삶"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또한 베네수엘라는 9월에 세계 5대륙 62개국으로부터 300명의 참가자를 초청해 "우리 모두가 베네수엘라다: 평화, 주권, 볼리바리안 민주주의를 위한 대화"라는 국제 연대 회의를 주최했다. 그 자리에서 우리는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한 기업언론의 거짓말 세례와 미국, 캐나다, 유럽 제국주의의 공격에 맞설 전략을 수립했다. 강렬하면서도 우리에게 힘을 북돋아주었던 이 회담에는 수백명의 베네수엘라 민중도 함께 했다.

이러한 대화의 장을 우리 각자의 나라와 공동체에서도 실현하여 베네수엘라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ANC 의원, 호르헤 아레아사 외교부 장관 등과 같은 정부 관료 등의 발표가 이어졌고, 이후에 연단에 등장한 볼리바리안 국군은 이 회의 내내 대두되었던 이슈를 재차 강조했다. "베네수엘라를 공격하는 것은 인류를 공격하는 것이다."

같은 시각, 뉴욕에서는 UN 총회가 열렸다. 국제협력, 평화, 주권을 위해 창설된 기구의 연단에 선 도널드 트럼프 미대통령은 미군의 베네수엘라 개입을 강조하며 베네수엘라와 세계를 위협했다. 그의 발언은 버지니아주 샬럿츠빌에서 백인우월주의자 집회가 열린 것과 상통한다.

베네수엘라가 "사회주의적이지 못하다"던가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부패가 만연하다, 또는 21세기 사회주의를 건설하기 충분치 않다는 식의 대화 프레임을 사용할 때마다 우리는 이러한 역사, 선언, 민중을 쉽게 무시하고 가려버린다. 베네수엘라 민중은 자신들이 더욱 성장해야 한다고 그 누구보다 먼저 인정한다. 하지만 그들의 결심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베네수엘라가 아이티(1991년~2004년), 온두라스(2009)에서와 같이 미국이 지원한 쿠데타의 희생양이 되기 전에, 우리는 베네수엘라 혁명의 성과와 한계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다시금 확고히 해야 한다. 우리의 잘못을 스스로 바로 잡고, 미국 주도의 베네수엘라 개입에 반대하자. 볼리바리안 혁명을 수호하기 위해 우리의 정치적 대화를 비판에서 건설적인 행동으로 확장해 나가자. 이를 통해 우리의 미래에 대한 권리를 획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1] 베네수엘라의 다양한 계획과 사업에는 카리브해 국가에게 저렴하게 석유를 제공하는 뻬뜨로까리베(Petrocaribe), 정치경제적 지역 통합을 추구하는 미주대륙을위한 볼리바르동맹(ALBA)과 중남미, 카리브해 국가공동체(CELAC) 등이 있다.
[2] 헌법 347조에서는 "모든 베네수엘라 국민은 원천적 헌법제정 권력의 소유자다. 이 권력으로써 국민은 국가를 변혁시키고 새로운 사법적 질서를 창설하며 새로운 헌법을 제정하기 위한 목적의 제헌의회를 소집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또한 348조에서는 대통령의 제헌의회 소집권한을 명시한다. "헌법제정의회는 관료 회의를 거친 대통령의 발의에 의해 소집된다. 의회 재적 의원 2/3 이상의 찬성이 있거나 모든 시 입법위원회의 2/3 이상이 찬성하는 경우, 또는 선거인 명부 등록 국민의 15퍼센트 이상이 찬성하는 경우에도 발의에 의해 소집될 수 있다." <베네수엘라 혁명의 역사를 다시 쓰다>, 새사연, 부록: 베네수엘라 볼리바르 공화국 헌법 (p.490)
[3] 개표 결과가 있던 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국적으로 각 공동체에서 구아림바(우파 야당의 폭력적인 시위와 바리케이드)로 인해 투표를 하려고 했지만 할 수 없었음을 호소하는 편지를 발표했다.
[4] 흑인과 백인처럼 피부색에 기반하여 인종에 대한 은유적 표현. 북아프리카, 아프리카의 뿔, 서아시아,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의 다양한 인구를 포함하는 일련의 가설적 인종 그룹을 가리키곤 하였다. (출처: 위키피디아)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국제전략센터의 해외통신원 자넷 찰스(치아빠스지원위원회와 베네수엘라 어낼러시스에서 활동 중)가 작성하고 국제전략센터의 황정은(사무국장), 심태은(뉴스레터 한글판 편집장)이 번역한 글입니다. 이 글은 국제전략센터 홈페이지(www.iscenter.or.kr)에도 게시되었습니다.
#베네수엘라 #제헌의회 #라틴아메리카 #국제전략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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