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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에 MB칭송한 최남수 사장"... 마이크 내려놓은 YTN 노조

[현장] 언론노조 YTN 지부, 1일 총파업 출정식

18.02.01 16:30최종업데이트18.02.0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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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정상화 외치는 YTN 노조 “시작도 YTN, 끝도 YTN” YTN 노조 조합원들이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YTN 사옥 로비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노조와의 합의파기, 이명박 전 대통령 칭송 칼럼, 성희롱 발언 등을 이유로 최남순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 총파업에 돌입한 YTN 노조 “최남순은 물러가라” YTN 노조 조합원들이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YTN 사옥 로비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노조와의 합의파기, 이명박 전 대통령 칭송 칼럼, 성희롱 발언 등을 이유로 최남순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정의가 강물처럼 흘러넘치는 시대에,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이번에 막지 못하면 YTN을 절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아들에게 좋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2월 1일, 언론노조 YTN 지부가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파업의 시작을 알렸다. 2012년 이후 6년 만에 돌아온 파업. 2008년 이명박 정권의 낙하산 사장 선임에 반대하며 공정방송 투쟁을 시작한 YTN 노조는 "공정방송 투쟁의 시작도 끝도 YTN이다, 언론장악 적폐청산 YTN이 끝장내겠다"고 외치며 파업 결의를 다졌다.

펜과 카메라, 마이크를 내려놓은 YTN 조합원들은 1일 오전 서울 상암동 YTN 사옥으로 모여들었다. 해외특파원은 물론, 지역 주재 기자들, 취재부국장·정치부장 등 보직자들도 다수 참여했다. YTN 노조가 밝힌 파업 첫날 참여율이 80.4%에 이르렀는데, 이는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이번 파업 찬성률인 79.57%보다도 높은 수치다. 병가나 육아휴직 등, 장기 휴직자들 20여 명과, 노사 협의를 통해 방송 필수 인력으로 파업에서 배제된 50여 명을 제외하면 사실상 참여 가능한 거의 모든 인원이 파업에 참여한 것이다.

YTN 노조는 최남수 사장의 ▲언론노조 중재로 이뤄진 노사 합의문 일방적 파기 ▲이명박 전 대통령 칭송 칼럼 작성 ▲성희롱 트위터 논란 ▲위기 때마다 회사를 떠났던 이력 등을 볼 때, 보도 채널 사장으로서 가져야 할 언론관 윤리관 여성관에 심각한 결격 사유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남수 사장은 YTN 개혁과 정상화를 이끌 사령탑이 될 수 없다'는 공감대와 함께, "이번에도 승리하지 못하면 YTN의 미래는 없다"는 위기의식이 높은 파업 참여 열기의 동력이 되고 있다.

언론계 "YTN 노조와 함께 싸우겠다" 지지 발언 

▲ YTN 총파업 투쟁에 동참한 언론계 대표자들 전국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을 비롯해 정규성 한국기자협회장, 안형준 방송기자협회장, 한대광 신문통신노조협의회 의장 등 각종 언론계 대표들이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YTN 사옥 로비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참석해 최남순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이날 출정식에는 전국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을 비롯, 정규성 한국기자협회장, 안형준 방송기자협회장, 한대광 신문통신노조협의회 의장 등 각종 언론계 대표들이 YTN 노조에 힘을 보탰다.

특히 YTN 노조와 최남수 사장의 합의에 중재를 섰던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은 '말 바꾸기'로 일관 중인 최남수 사장을 비난하며 "'비리법권천(非理法權天)'이라는 말이 있다. 이치가 아닌 것은 이치를 이길 수 없고, 이치는 법을 이길 수 없고, 법은 권력을 이길 수 없고, 권력은 하늘, 즉 천심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다. 이치도, 법도, 권력도, 천심도 모두 YTN 총파업을 지지하고 있다. 최남수는 이미 끝났다. 어서 그 패배를 인정하도록 싸우자"고 외쳤다.

최근 파업을 마친 언론노조 성재호 KBS 본부장과 김연국 MBC 본부장도 나섰다.

성재호 KBS 본부장은 "최남수라는 이름을 듣고 처음에 '누구지?' 했다. 이 사람이 지난 10년 뭘 했는지 들어본 적이 없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감히, 언론장악에 가장 먼저 맞서 싸우고, 가장 많은 희생을 치른 YTN의 수장이 될 수 있나"라고 지적하며, "KBS도 사장 공모 절차가 시작됐다. 지난 10년, 우리와 함께 싸우지 않은 자는 KBS에서도, YTN에서도, 사장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연국 MBC 본부장은 "오늘 아침 MBC 뉴스에 박진수 YTN 위원장이 출연했다. 방송이 나간 이후, 최남수 사장이 MBC로 전화를 했다더라. 자기도 출연하고 싶다고. 내일 아침 출연한다. 얼마나 우리를 답답하게 만들지, 흥행이 기대된다"고 비꼬았다. 이어 "법원은 '공정방송은 방송사 근로자들의 중요한 근로조건이라고 판결했다. 우리의 파업은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합법적 행위이자,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라고 말한 뒤, "우리는 완전한 자유 언론을 가질 권리가 있다. 이 싸움, YTN이 가장 먼저 시작했고, MBC와 KBS가 뒤따랐다.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앞으로도 함께 싸우겠다"고 격려했다. 

방송노조협의회 의장인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경쟁사 입장에서, 최남수의 YTN은 하나도 겁이 나지 않는다"면서 "공정방송은 더 이상 '명분'이 아니라 '시장의 질서'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JTBC가 태블릿 PC를 보도한 뒤, JTBC는 천억 원이 넘는 광고를 수주하며 흑자로 전환됐다. 신뢰가 밥줄이 되는 세상"이라면서, "MB나 칭송하고 다니던 최남수는 신뢰도 밥줄도 보장해 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 본부장은 "이 싸움의 결론은 이미 나 있다. 2008년, 2012년 그랬던 것처럼, 방송 노동자들은 YTN의 곁에 있겠다. 조금도 주저하지 말고 싸우시라"고 연대의 뜻을 밝혔다.

박진수 YTN 지부장 "최남수 물러나야 할 이유, 차고 넘친다" 




박진수 YTN 지부장은 2009년 총파업 전날 당시 파업 집행부가 체포돼 경찰서에 끌려갔던 기억을 떠올리며 "YTN 파업은 회한과 통한의 이름"이라면서, "이제 우리에게 '파업'이라는 단어가 회한과 통한이 아닌, 승리와 기쁨의 단어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상적이지 않고 부당한 사장이 왔을 때, 언론과 사회가 얼마나 망가질 수 있는지 그 폐해는 지난 10년 우리 모두 똑똑히 목도했다. 최남수씨가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고 지적하며, "이 파업이 YTN을 다시 세우고, 보도국 독립을 이루고, 정상화의 가치를 위해 깃발 드는 파업이 될수록 하겠다. 끝내자. 이기자"고 동료 조합원들에게 호소했다.

"최남수 이제 그만! 부역 적폐 이제 그만! 새로운 YTN을 향해 같이 나아갑시다!" 박진수 지부장의 외침에 모두 일어난 YTN 조합원들은 "최남수 사퇴만이 YTN의 살길"이라고 소리쳤다.

YTN 노조원들은 "이번 파업은 YTN 방송을 제대로 살리기 위한 파업임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힌다"면서, "쉽지 않은 길이지만 뚜벅뚜벅 가겠다. 지난 9년 불공정 방송 낙인을 더 이상 카메라와 마이크에 새기고 살 수 없다"며 파업을 시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했다.

한편 최남수 사장은 YTN 노조의 총파업을 하루 앞둔 31일, '지금 파업을 해야겠습니까'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노조가 방송을 볼모로 정당성이 떨어지는 사장 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는 법과 원칙, 상식이라는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이번 파업에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최 사장은 2일 오전 MBC <뉴스투데이>에 출연해 자신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 총파업에 돌입한 YTN 노조 “최남순은 물러가라” YTN 노조 조합원들이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YTN 사옥 로비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노조와의 합의파기, 이명박 전 대통령 칭송 칼럼, 성희롱 발언 등을 이유로 최남순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 방송정상화 염원하며 손수건 매다는 YTN 노조 YTN 노조 조합원들이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YTN 사옥 로비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노조와의 합의파기, 이명박 전 대통령 칭송 칼럼, 성희롱 발언 등을 이유로 최남순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기다림을 상징하는 손수건을 나무에 매달고 있다. ⓒ 유성호


▲ 방송정상화 염원하며 손수건 매다는 YTN 노조 YTN 노조 조합원들이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YTN 사옥 로비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노조와의 합의파기, 이명박 전 대통령 칭송 칼럼, 성희롱 발언 등을 이유로 최남순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기다림을 상징하는 손수건을 나무에 매달고 있다. ⓒ 유성호



YTN 파업 최남수 노종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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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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