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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수는 첫 번째, 유지태는 열두 번째..."고마운 행보"

[기획] 공동체 상영부터 표 기부까지, 스타 배우들의 '독립영화' 살리기

18.01.25 15:26최종업데이트18.01.2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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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저녁 종로 독립영화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 <공동정범> 시사회에서 좌석을 모두 구입해 관객들을 초청한 조민수 배우가 상영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 시네마달


지난 19일 저녁 종로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는 특별한 시사회가 열렸다. 25일 개봉한 <공동정범>을 응원하기 위해 조민수 배우가 210석 좌석을 모두 구입해 관객들과 나눈 시사회였다.

보름 전부터 준비한 행사였지만 당일 관객석이 어느 정도 찰지는 알 수 없었다. 조민수 배우 역시 "평일 오후 시간이라 관객이 없을 것 같다"며 걱정하는 분위기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만석이었다. 조민수 배우의 나눔에 관객들이 적극 호응한 것이다. 

영화 상영에 앞서 조 배우는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어떤 영화를 관객들과 함께 보면 좋을까 상영작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면서 "<공동정범>으로 이 아픔들을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다면 한 명이 많이 아픈 대신, 우리 모두가 재채기하는 정도로 그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픈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영화 상영 후 <공동정범>을 연출한 이혁상, 김일란 감독의 관객과의 대화와 이어졌고, 조 배우는 이후 인근 주점에 마련된 뒤풀이 자리까지 챙기며 독립영화 관계자들과 함께 자리를 지켰다. 시작부터 끝까지 독립영화에 정성을 쏟은 것이다.

"<공동정범> 아픔을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다면..."

지난 19일 저녁 종로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 배우 조민수와 함께 독립영화 보기 행사. ⓒ 시네마달


배우들이 독립영화에 관객들을 초청해 함께 보는 '좌석 나눔'이 독립영화에 많은 힘을 주고 있다. 대작 상업영화와는 다르게 홍보 여력이 마땅치 않은 독립영화들은 국내외 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적은 상영 횟수 등으로 인해 관객의 관심을 끌기가 쉽지 않다. 관객 한 명이 아쉬울 때가 많은데, 이런 환경에서 배우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도와주는 게 큰 힘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조민수 배우의 '<공동정범> 함께 보기'는 독립예술영화에 관련한 유의미한 일을 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발전한 결과라고 한다. 조 배우는 "최근 영화제 등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해서 본 독립예술영화들 중 좋은 작품들이 많았다"며 이들 작품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독립영화 감독들이 독립영화 함께 보기를 제안한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가 <공동정범>을 첫 작품으로, 실행에 옮기게 된 것이다. 

이송희일 감독은 "'독립영화에 관여하면 독립영화 배우로 낙인찍힌다'는 얼토당토 않는 충무로 통념이 여전히 횡행하는 가운데서, 이런 행보가 참 고맙고 든든하다. 뒷말 없이 화끈한 분이라 조민수 선배를 좋아 한다"고 애정을 나타냈다.

일부 독립영화 감독들은 1980년대 이후 니콜 키드먼을 비롯한 할리우드 스타들이 예술-독립영화를 제작하거나 영화에 출연하고 있는 것을 예로 들며 독립영화 투자를 제안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조 배우가 장기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블랙리스트 등으로 힘들어 했던 독립영화 감독들은 유명 스타배우가 든든한 응원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에 큰 고마움을 느끼는 모습이다. 

유지태 배우가 가장 적극적

독립영화 함께 보기 행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유지태 배우 ⓒ 이정민


조민수 배우는 첫 발을 내딛었지만 유지태 배우는 '독립영화 함께 보기'를 가장 많이 하고 있는 대표적 배우로 꼽힌다. 유 배우는 최근 12번째 독립영화 함께 보기 행사로 <초행>을 선택했다. 그는 지난 연말 100명의 관객을 초청해 함께 영화를 관람했다.

유지태와 독립영화 함께 보기는 2012년 <두 개의 문>이 출발이었다. <공동정범>을 연출한 김일란 감독의 연출작이기도 한데, 유 배우는 5만 관객 파티 때도 함께해 축하하는 등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에 큰 관심을 갖고 꾸준히 응원하고 있다.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3 – 숨결>, 양영희 감독의 <가족의 나라>(감독 양영희), '박찬경 감독의 <만신>, 애니메이션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등이 지금껏 유 배우가 독립영화 지원을 위해 관객들과 함께 봤던 작품들이다.

유지태 배우 가까운 한 영화인은 "유 배우는 제안를 받으면 실행에 옮기는 자세가 마음에 든다"며 "독립영화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행동하는 게, 여타 배우들에게서 보기 쉽지 않은 유 배우만의 다른 점"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수 년 전에는 가수 이효리가 고양이를 소재로 한 독립다큐 영화에 관객 90명을 초청하는 이벤트를 마련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배급사도 모르게 SNS를 통해 진행된 이벤트여서 더욱 주목받았다.

2017 전주영화제에서 '시네마엔젤'로 영화표를 기부한 배우 전도연 ⓒ 전주영화제


배우들의 영화표 기부는 국내 영화제에서는 종종 볼 수 있는 일이다. 2007년 이현승 감독의 제안으로 발족한 '시네마엔젤'이 대표적이다. '시네마엔젤'은 배우들이 문화소외계층을 위해 부산, 전주, 제천영화제 등에 다량의 표나 기부금을 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지난해에는 전도연이 전주영화제와 제천영화제에 각각 1000장과 500장의 표를 기부했다. 그동안 유지태, 송강호, 이솜, 이정재, 공효진, 하정우 등이 참여했다.

시네마엔젤이 주로 영화제에 한정됐다면 유지태 배우와 조민수 배우는 독립영화 쪽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배우들이 나서면서 이런 흐름이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이영애 배우는 JTBC <전체관람가> 출연료를 서울독립영화제에 기부하기도 했고, 조민수 배우는 독립영화 출연료를 독립영화관 인디스페이스의 좌석을 구입하는 방식으로 후원했다. 인디스페이스는 일정액 이상 후원자들의 이름을 좌석 뒤에 부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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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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