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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이 존경했던 미우라, 다시 주목 받는 이유

만 50세에 일본 프로축구 현역 선수로 뛰는 미우라의 프로정신과 열정

18.01.04 14:31최종업데이트18.01.0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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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FC 공격수 미우라 카지요시의 모습 ⓒ 요코하마FC 구단 공식 홈페이지


"한심하다. 일본 축구대표로서 자부심은 갖고 있는지 묻고 싶다."

다시마 고조 일본축구협회장은 지난해 12월 16일 한국과 일본의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전신) 경기를 본 후 자국 대표팀 선수단을 향해 작심한 듯 비난을 쏟아냈다.

당시 국가대표 선수에 걸맞지 않은 기량과 투지를 선보이며 한국에 1-4로 패한 일본 대표팀은 자국 팬과 언론으로부터 거센 질타를 받았고, '수장' 지지치 할릴호지치 감독도 퇴진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

대표 선수들의 한심한 경기력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에 놓여있는 일본축구계가 최근 한 남자를 주목하고 있다. 바로 미우라 카즈요시다.

미우라는 1990년대 일본축구를 대표하던 공격수로, 국내 축구팬들에게는 지난 1993년 10월 25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한국과의 월드컵 예선전에서 결승골을 넣었던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당시 그는 'K리그 레전드 골키퍼' 최인영이 지키던 골망을 흔들며 일본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1967년 2월생인 미우라는 올해로 만 50세다. 로베르토 바조(이탈리아), 마티아스 잠머(독일), 치로 페라라(이탈리아) 등 1990년대 초, 중반 세계축구계를 풍미한 스타들과 동갑이고, 1994 월드컵 아시아 예선 당시 자신을 마크했던 홍명보보다는 2살이나 많다.

'50세' 미우라는 이제 여느 왕년의 스타들과 마찬가지로 지도자나 행정가가 어울리는 나이지만 아직까지 축구 선수로 그라운드를 누빈다.

일본 J2리그 요코하마FC에 소속돼 있는 그는 지난 2016년 8월 같은 무대에서 뛰고 있던 한국축구대표팀 골키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을 상대로 골을 뽑아냈고, 지난해 3월 12일 자스파쿠사츠 군마와의 리그 홈경기에선 50세 14일의 나이로 결승 골을 뽑아내며 '잉글랜드 레전드' 스탠리 매튜즈가 가지고 있던 세계프로축구 역사상 최고령자 골 기록(50세 5일)도 갈아치웠다.

지난 시즌 10경기에 출전해 1골을 뽑아낸 미우라는 2018 시즌에도 요코하마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빌 예정이다. 적지 않은 나이 탓에 소속팀에서 백업 멤버로 머물고 있지만 요코하마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클럽의 살아있는 전설로 자리매김했다.

철저한 자기관리로 32년째 프로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미우라는 그간 자신이 세운 대기록들만큼이나 큰 꿈을 갖고 있다. 그는 최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출전 의지를 밝히며 일본축구계의 이목을 또 한 번 집중시켰다.

미우라는 1990년부터 2000년까지 일본 유니폼을 입고 A매치 89경기에 출전해 55골을 기록했다. 일본 축구 대표팀에서 최다 골을 기록한 미우라지만 정작 월드컵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1994 대회에선 본선 진출 탈락, 1998대회엔 오카다 감독과의 불화, 2002 대회에선 이나모토 준이치 등 신예선수들의 활약에 밀리며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했다.

분명 월드컵 무대가 간절할 수밖에 없는 미우라지만 그의 일본 대표팀 승선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미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우라의 무모해 보이는 꿈이 일본 팬들과 언론에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최근 일본 대표 선수들의 안이한 정신을 비판하기 위함이 어느 정도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2000년대 초반 미우라와 함께 교토 퍼플상가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박지성(은퇴)은 자신의 자서전을 통해 미우라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낸 바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엔 구단과의 인터뷰에서 "미우라에게 진정한 프로정신을 배웠고, 선수생활에 큰 영향력을 끼쳤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우라의 프로정신과 열정은 월드컵을 5개월여 앞둔 우리 축구 대표팀 선수들에게도 좋은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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