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로 가는 길을 찾고 싶다

[2017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 13] 너를 이해하고 나를 전하는 '아나바다·복합문화예술공간 울' 팜플랫

등록 2018.01.05 10:13수정 2018.01.0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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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은 '생명을 살리는 교육'을 고민하며 2014년부터 해마다 교육문화연구학교를 열어왔습니다. '생명의 교육, 길을 찾아서'(2014년), '나로부터 행하는 교육, 공적 글쓰기'(2015년), '생명의 교육, 역사 위에 서다'(2016년)를 거쳐, 올해는 '생명의 교육, 생명의 마을'을 주제로 정했습니다.

2017 교육문화연구학교는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안양 동안구 비산3동 마을을 더 나은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고민과 소망을 담아 진행됩니다. 기간은 10월 13일부터 12월 29일까지이고, 비산동 마을 관련 6가지 주제(▲마을개선 ▲마을허브공간 ▲언론출판 ▲농사준비 ▲재개발연구 ▲문화사업)를 나눠 총화와 팀별 세미나 및 마을 대상 다양한 실천 활동 등을 병행해 나갑니다. - 기자 말

사람을 알아야 광고도 한다

나는 온라인 광고업에 종사한다. 이 업에 종사하기 전, 나에게 광고는 그저 선전에 불과했다. 매분매초 보이는 광고들은 이거 하나 사 달라는 의미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광고를 선전이라 말하면 이 업의 종사자들은 매우 불쾌해 한다. 전에는 그 마음을 몰랐는데 이 일을 해 보니 그 마음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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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업과 언론 출판이 관련있다고 생각하여 필자는 참여하였다. ⓒ 새들생명울배움터


광고는 광고를 보고 사람이 반응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래서 사람에 대한 방대하고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광고의 이미지와 문구 하나하나에 사람에 대한 이해가 담긴다. 단순히 물건 사 달라는 선전이라 치부할 수 없었다.

광고를 만들기 위해 나는 그동안 관심도 없던 애기 엄마, 중년 남성, 할머니 등 여러 사람군에 대해 공부해야 했다. 오후의 카페에는 왜 어머니들이 많은지, 젊은 여성은 왜 사진을 많이 찍는지, 아저씨들은 왜 기사를 많이 보는지, 그들이 무엇에 관심이 있고, 그들의 삶이 어떤지, 그들의 마음이 어떤지를 알아내야 했다.

여러 사람들에 대해 알아갈수록 관심없던 사람들의 모습을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 중년 여성에 대해 알아가며, 어머니와의 대화에서 그동안 귀찮게 여겼던 결혼, 직장 따위에 대한 어머니의 걱정이 수긍되었다. 이전에는 쏟아지는 걱정에 내 방식대로 응답하여 더 큰 걱정을 끼쳤다. 하지만 이제는 그 걱정의 근원을 헤아리고 어머니의 마음에 흡족한 말로 이야기하며 어머니의 걱정을 이전보다 훨씬 덜게 됐다. 어머니를 이해할수록 어머니와의 대화가 점점 편해졌다. 상대를 알고 이해하자 소통이 수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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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기사를 작성한다. 그 생생한 경험담을 모임에서 나눈다. ⓒ 새들생명울배움터


내가 살고 있는 비산3동이 더 나은 곳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을의 친구들과 교육문화연구학교에 함께 하고 있다, 여기에서 나는 무엇을 하고 싶고 할 수 있을까 고민하였다. 평소 뉴스를 즐겨 보기도 하고, 참된 언론이 있기를 바라며 새로운 언론에 대한 소망도 있었다. 무엇보다 내가 하는 광고업이, 무언가를 알리는 것이 중심인 언론·출판 분과에 관련이 있고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여 언론·출판 분과에 손을 들었다.

하지만 지금 기사를 쓰는 나는 막막하다. 광고는 대상이 어느 정도 명확하다. 하지만 기사는 누가 볼지 알 수 없기에 그 범위가 훨씬 방대하다. 모든 이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단어 하나도 나에게는 익숙한 단어가 상대에게는 생소할 수 있고, 불친절하게 여겨질 수 있다. 그러하기에 더욱 신중함을 기해야 한다. 내 기사를 읽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사람에 대한 더 방대하고 해박한 이해가 담긴 기사를 써야 한다.  

상대에 대한 이해와 전하고픈 의미, 이 사이에서

상대에 대한 이해와 함께 내가 전하고픈 의미도 중요하다. 상대가 보기 편하게 하는 목적도 결국 의미를 잘 전하기 위함이다. 읽을 상대의 편의만 생각하다가는 의미를 온전히 전하지 못하거나, 글의 개성을 잃어버리기 쉽다. 내가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확립하고 그 뿌리를 튼튼히 다져야 한다.

광고도 그러하다. 광고를 보게 될 사람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지만, 그 중심은 홍보해야 할 대상이다. 광고를 보게 될 사람에게만 집중하다 보면, 이도저도 아닌 광고가 되기 쉽다. 광고의 중심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을 모색하여야 한다.

언론 출판 모임에서는 주로 자신의 이야기를 통하여 기사를 작성한다. 사실 나열의 기사보다는 자신의 삶을 통하여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온전하게, 개성 있게 전하자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모아갔다. 아이 엄마는 자신의 육아 경험을 통하여, 선생님은 학교 수업을 통하여 자신의 이야기와 개성이 담긴 기사를 작성한다. 지금의 나는 광고업을 통하여 이 기사를 작성한다. 그렇게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매주의 기사로 담아 내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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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8면으로 구성된 팜플랫 시안을 살펴보고 있다. ⓒ 새들생명울배움터


상대에 대한 이해와 전하고픈 의미, 이 둘 사이의 긴장감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글을 읽을 상대를 이해하는 것과 전하고픈 의미를 전달하는 것, 나는 지금 그것을 광고업과 언론 출판 모임에서 조금씩 배워 가고 있다.

여덟 면에 녹아든 '울'

언론 출판 모임은 아나바다, 복합문화예술공간 '울'을 소개하는 팜플랫을 함께 만들고 있다. 이번 시간에는 우리가 구상하고 나눈 팜플랫 시안을 보고 교육문화연구학교 마지막 분과 발표 때 최종안을 확정 짓는 시간을 가졌다.

팜플랫을 만드는 과정에서 문구와 디자인 하나하나에서 보는 이에 대한 방대하고 깊은 이해가 필요하였다. 울을 찾는 이들이 알고 싶어 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고민하며 우리는 울의 이용 정보, 공간 소개를 중심으로 팜플랫을 구성하였다. 이해만큼 의미를 담기도 까다롭다. 어떻게 의미를 담을지 고민하며 각면의 단어와 문장, 디자인을 통하여 충분히 은은하게 의미를 담을 수 있었다. 그렇게 울에 찾아오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우리가 전하고픈 의미가 온전히 팜플랫에 담기기를 치열하게 논의하여 총 8면의 팜플랫 시안이 완성되었다.

특히 먼저 눈길이 가는 곳은 표지였다. 이미지 위주인 일반적인 팜플랫 표지와 뭔가 달랐다. 표지 좌측에 크게 울이라는 글씨가 있고, 중앙에는 최봉실 대표가 지은 시가 있었다. 글이 많은 범상치 않은 표지에 대한 설명은 이렇다. 이미지 위주의 빠른 현대 사회에서 진득하게 글을 읽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글을 중심에 넣어 일반적이지 않은 구성을 한 것이다. 단순히 보기 편하다는 것을 넘어, 무엇이 좋을지에 방점이 있었다. 편리함에 대한 집착이 고심하지 않는 현대 사회의 모습에 일조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 편리함을 뛰어 넘어, 진정 좋은 것을 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표지는 색 구성이 다른 두 가지 시안으로 제시되었다. 두 가지 시안을 두고 여러 의견이 오갔다. 빨간 바탕에 노란 글씨의 시안은 강렬하지만 중국 음식점 간판 같았고, 노란 바탕에 초록 글씨의 시안은 보기 편하지만 뭔가 밋밋하였다. 이를 두고 고심하며 여러 가지 색을 생각하고 조합하려 하였다. 의견이 분분했다. 한 가지 색으로 뜻이 모아지지 않았다.

머리를 싸매고 한참을 고민 했을까. 누군가가 여러 버전의 팜플랫을 겹쳐 보다가, "어, 여러 버전의 팜플랫이 같이 있으니까 예쁘네" 하고 말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옆의 참여자가 "그럼 여러 개 인쇄하면 어떠냐"고 제안했다. 그 순간 모두의 환호성이 터졌다. 고민이 해결됐다. 여러 색깔 버전을 만들어 통일성과 변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었다. 꽉 막혔던 생각의 길이 열렸다. 각자 좋아하는 색과 조합들을 소리내어 열거했다. 여러 가지 버전을 모을 수 있다는 생각에, 어린 시절 만화 카드를 모았던 기억이 떠오르며 내 마음도 설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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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색깔 버전을 만들어 통일성과 변화를 동시에 추구했다. '울' 팜플랫의 6가지 버전. ⓒ 새들생명울배움터


울의 실제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울의 사진을 넣자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보기에, 이미 팜플랫은 그림과 글로 빽빽하였다. 또 그렇게 함께 고심하던 때, 역시나 누군가가 길을 제시하였다. 네 면을 차지하는 울 공간 그림을 세 면으로 줄여 나머지 한 면에 사진을 넣자는 아이디어였다. 모두가 탄성하며 동의하였고, 사진을 담을 넉넉한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다.

너와 나의 만남의 길

팜플랫이 울에 놓여 찾아오는 이들에게 전해질 것을 생각하니 뿌듯함과 설레임이 밀려왔다. 광고의 처음부터 끝의 과정이 담긴 팜플랫은 광고업의 일부에 종사하는 나로서는 유익한 경험이었다. 그렇게 완성된 팜플랫은 보는 이에 대한 이해와 전하고픈 의미가 온전히 담긴 하나의 멋진 광고였다.

팜플랫을 구상하는 과정은 그 이해를 통하여 의미를 온전히 전하는 길을 찾는 여정이었다. 팜플랫이 어떻게 보일지,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를 치열하게 고민하였다. 어디에도 만족하지 않았다. 더 좋은 것을 향한 틈새를 눈에 불을 켜고 찾았다. 그렇게 더 좋은 길을 찾고자 하는 노력 끝에 결국 더 좋은 길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어떻게 보일 것에 대한 마음, 내 마음을 전달하고픈 마음, 두 마음 모두 결국 만남의 길을 찾기를 바라는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모든 것과의 만남도 그러하다. 너를 듣고 나를 말하는 노력, 그것은 서로가 마침내 통하는 길을 찾는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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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플랫 시안을 두고 언론 출판 모임에서 논의가 한창이다. ⓒ 새들생명울배움터


나도 세상에서 길을 찾고 있다. 전역 후 취직한 광고업에서 이제 1년이 지나고 있다. 내 업이 생각지도 않게 이 모임에 연관되어 팜플랫을 만들고 영상을 찍고 기사를 쓰고 있다. 첫 모임 소감에서 기사쓰기를 부담스러워 하였던 모두가 이제 기사를 쓰고 있다. 치열하게 작성한 기사들이 우리에게 보물처럼 남아 있다. 나도 그 열심에 동화되고 있다. 부담스러운 것을 회피하였던 과거의 모습을 돌이켜 나도 이제 열심을 다해 내 책임을 지고 싶다. 미로 앞에 주저앉아 머물던 나라는 문을 박차고 나를 넘어서 세상에게로, 너에게로의 길을 찾는다.

덧붙이는 글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면,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카페 바로가기(http://cafe.daum.net/kyungdang) 새들생명울배움터 페이스북 페이지 바로가기(https://www.facebook.com/saedeullifef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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