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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듯 MBC 떠난 문지애... 내부 이야기도 하고 팠다"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439] < MBC 스페셜> 김정민·김호성 PD

17.12.22 17:55최종업데이트17.12.22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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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스페셜>의 김정민(왼쪽), 김호성(오른쪽) PD가 이영광 시민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영광


'만나면 좋은 친구 MBC 문화방송.'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 로고송을 들어 봤을 것이다. 그만큼 MBC는 우리에게 친숙한 존재였다. 그러나 2010년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MBC는 좋은 친구가 아니라 '나쁜 친구'가 됐다. 시청자는 MBC 채널을 지우기 시작했다.

MBC는 파업 72일 만에 김장겸 사장을 몰아냈다. MBC는 시청자들에게 사과를 시작했다. 12일 방송된 MBC 시사 프로그램 < PD수첩> 'MBC 몰락, 7년의 기록' 편을 방송한 데 이어, 14일 < MBC 스페셜> '내 친구 MBC의 고백' 편에서는 MBC 내부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문지애 전 MBC 아나운서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방송 뒷이야기가 궁금해 19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내 친구 MBC의 고백' 편의 공동 연출을 맡은 김정민 PD, 김호성 PD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아래는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다.

- 14일 방송된 < MBC 스페셜> 시청률이 3.3%(아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어요. 예전보다 많이 오른 수치인데, 예상했나요?
김정민 PD(이하 민): "방송 이틀 전에 < PD수첩>이 방송됐어요. 과거 MBC를 스스로 비판하고 반성하는 내용이었는데 시청률이 높았어요(12일 < PD수첩> 시청률은 5.1%를 기록했다). 사람들이 이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걸 느꼈고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우리 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 주위에선 뭐라고 하던가요?
김호성 PD(이하 성): "시민들을 만났을 때는 MBC에 대해 무관심한 분들이 많았어요. 시청자들이 이번 다큐멘터리에 대해 관심을 보여줄지 걱정했죠. 다행스럽게 우리가 전달하고자 했던 MBC 내부의 반성에 대해 이해해주고 희망을 기대하는 분들이 있었어요. 반면 '아직도 반성이 부족하다'고 얘기하는 분들도 있어요. 사실 이번 방송으로 지난 MBC의 잘못을 모두 사과한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공정한 보도를 통해 제대로 된 사과와 반성을 보여야죠."

< MBC 스페셜>에서 문지애 전 MBC 아나운서는 내레이션을 맡았다. ⓒ MBC


- 문지애 전 MBC 아나운서가 내레이션을 맡았어요. 어떻게 하게 됐나요?
: "일단 상징성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문지애 전 아나운서는 인터뷰에서 '도망치듯 MBC를 나갔다'고 말했죠. 그 사람이 MBC의 과거를 반성하는 프로그램에서 내레이션을 맡는 게 의미 있는 일이잖아요. 무엇보다 문지애 전 아나운서는 내레이션을 잘하기 때문에 (연출자로서) 항상 탐나는 내레이터예요. 감정을 적절히 전달하는 동시에 정확한 발성이 가능한 분이죠."

- 첫 장면은 여의도 사옥에서 MBC 방송강령을 보여주는 것이었죠. 그리고 마지막에 상암 사옥을 배경으로 다시 한번 방송강령 글귀를 읊으며 끝나요. 어떤 의도인가요?
: "여의도 사옥은 '만나면 좋은 친구 MBC'와 '안물안궁(안 물어봤고 안 궁금하다는 뜻의 인터넷 신조어-편집자 주) MBC'가 공존하는 곳이죠. 정확히 말하면 국민의 편이었던 MBC도, 2014년 세월호 보도 참사를 만들었을 때도 모두 여의도 사옥에 있었죠. 그래서 방송강령을 내레이션으로 넣고 폐허처럼 바뀐 여의도 사옥을 보여줌으로써 망가져 가는 MBC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시민들의 목소리와 잘못된 보도를 교차해 보여주며 '왜 MBC가 이렇게 됐는지, 현재 MBC는 국민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말하고 싶었어요. 방송강령을 제대로 따랐다면 지금의 망가진 MBC는 없었겠죠. 마지막 상암 MBC에 또 방송강령을 넣은 이유는 더 늦기 전에 이제라도 제대로 된 MBC를 만들어 보겠다는 구성원들의 각오와 반성이 담긴 장면이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많은 시민들이 "MBC 안 본다"고 하죠. 촛불집회 때 MBC가 가장 많은 비판을 받았어요. 그만큼 신뢰했던 방송사였기 때문에 시민들의 배신감이 더 큰 게 아닐까요.
: "맞아요. 오히려 비판이 감사했어요. 그동안 MBC에 관심이 많았고 애정으로 봐 주셨다는 뜻이잖아요. 그런데 시민 인터뷰를 하면서 충격을 받았던 건, 무관심한 시민들이 많다는 점이었어요. 특히 20대 같은 경우, 망가지기 이전의 MBC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어요. '다른 좋은 채널이 많은데 왜 굳이 이상한 MBC를 보겠냐'고 하더군요. 젊은층에게 '국민의 편, 만나면 좋은 친구 MBC'는 처음부터 없었던 거죠. 이 부분을 우리 구성원들이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저는 시민들을 만나면서, MBC를 비판하는 만큼 MBC를 사랑한다는 게 느껴졌어요. 마음이 아팠죠. MBC 섭외에 응해 주셨고 MBC와 인터뷰 하기 위해 먼 길을 와 주셨고 'MBC가 밉다'고 말하지만 MBC PD인 제 요구를 잘 들어주셨죠. 밉지만 애정의 끈을 완전히 놓을 수 없는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호성 PD는 "망가져 가는 MBC를 폐허가 된 여의도 사옥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 이영광


- 방송을 보면 'MBC=<무한도전>'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 "방송사마다 대표하는 콘텐츠가 있잖아요. 그게 MBC에선 <무한도전>인 거죠. 과거엔 < PD수첩>도 있었고 < 100분 토론>도 있었는데 존재감이 거의 없어졌어요.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하는데, 제 역할을 못하고 있으니 잊혔던 거죠. 많이 반성하고 각성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MBC=<무한도전>'이라는 얘기는 <무한도전> 덕분에 MBC의 존재감이 유지됐다는 뜻이라고 생각해요. 구성원들에겐 뼈아픈 얘기죠. 사실 저도 지금까지 <무한도전>만 봤어요.(웃음)"

- 방송에서 김태호 PD는 "(MBC가 무너진 상황에서 <무한도전>이 인기를 유지하는 게) MBC 정상화를 방해하는 걸까봐 걱정했는데 오히려 격려해줬다"고 인터뷰 했어요. MBC 구성원들에게 <무한도전>은 무엇이었나요?
: "최후의 보루였다고 생각해요. MBC의 많은 프로그램이 사랑 받았지만 9년 전부터 하나씩 미움 받았잖아요. <무한도전>만이 굳건하게 그 자리를 지켰으니 MBC 구성원들은 고맙게 생각하죠. <무한도전>은 청년들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 역할을 했던 프로그램이었어요."

: "2012년 당시 170일간 파업할 때도 <무한도전>은 구성원들에게 하나의 무기였어요. 전단지를 나눠주면서 'MBC 문제에 관심 가져달라'고 말하면 시민들이 (전단지를) 잘 안 받았어요. 그런데 '<무한도전> 다시 방송할 수 있게 MBC 파업을 응원해 주세요'라고 말하면 전단지를 받아가더라고요. 실제 김태호 PD가 나오면 더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죠. 그만큼 <무한도전>이 사랑 받았다는 증거죠. 김태호 PD는 파업에 늘 참여했어요.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가 결방한다는 건 굉장히 중대한 선택이에요. 그런데도 항상 파업에도 동참해 줬으니 <무한도전>은 여러모로 고마운 프로그램이었죠."

< MBC 스페셜>에서 김태호PD는 "<무한도전>의 인기가, MBC의 정상화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에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닐까 걱정했다"고 고백했다. ⓒ MBC


- 시민들이 MBC <뉴스데스크>를 안 보는 이유는 다양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 "14세 소녀가 'MBC는 박근혜다'라고 말하더라고요. 어린 학생들에게까지 이런 인식을 갖게 만들었다는 게 MBC 구성원으로서 씁쓸했어요. 10대 청소년들은 MBC의 미래잖아요. 젊은층이 MBC를 사랑해야 오래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거니까요. 아주 강한 표현으로 그런 말을 들으니 마음이 아팠죠."

- < PD수첩>에 이어 < MBC 스페셜>에서도 세월호를 언급했어요. 이미 다룬 걸 또 다시 다룬 이유가 있나요?
: "MBC 보도로 인해 상처 받았던 분들에 대한 사례를 모았어요. 그런데 세월호 참사 만큼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을 만한 사례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저희가 가장 잘못했고 아픈 사람을 더 아프게 한 사건이었죠. MBC가 했던, 가장 안 좋은 선택을 강조해서 보여주려는 의도였어요."

- '만나면 좋은 친구 MBC 문화방송' 로고가 나오고 텔레비전이 떨어지는 장면이 있었어요. 어떤 의미인가요?
: "MBC 로고송이 너무 유명하잖아요. 시청자들은 누구나 다 알죠. 정말 좋았던 방송이었는데 무너졌다는 의미를 표현하고자 했어요. 마지막에 'MBC는 반성해야 할 친구'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과 같은 맥락입니다."

- MBC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많이 담겼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 "'내 친구 MBC의 고백' 편이잖아요. 사실 오랜 기간 파업하고 투쟁하는 모습만 보여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MBC 내부에서 '암흑기'를 겪은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하고 싶었어요. 솔직한 속얘기를 담아보고자 노력했습니다. 스스로 부끄러웠다거나 자기검열했다는 고백을 많이 담으려 했어요. MBC가 무너지는 동안 내부 구성원들이 어떤 심정이었는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과거엔 < PD수첩>도 있었고 < 100분 토론>도 있었지만 존재감이 거의 없어졌다. MBC는 <무한도전>이라는 말은 뼈아픈 얘기이다." ⓒ 이영광


- < PD수첩>이나 영화 <공범자들>과 차이를 두려고 노력했을 것 같은데.
: "프로그램을 만드는 입장에서 ( < PD수첩> <공범자들>과) 비슷하게 가는 건 피하고 싶었어요. <공범자들>은 내부 구성원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는지 보여주는 것에 중점을 뒀다면, < PD수첩>은 MBC가 왜 이리 망가졌는지를 탐사보도로 보여줬죠. < MBC 스페셜>은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담으면서 차별화 하려고 했어요."

- 취재하면서 느끼는 점도 많았을 것 같아요.
: "시청자들이 MBC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뼈저리게 느꼈어요. 이전에는 제 생각과 시청자의 생각이 비슷할 거라고 여겼어요. 사장이 바뀌면 내부 구성원들은 제대로 방송할 수 있고 그러면 시청자들이 MBC를 다시 볼 거라고 믿었죠. 그런데 무관심하거나 혹은 아직도 배신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았죠. 이번 취재를 통해 MBC의 현 위치에 대해 명확히 알게 됐어요."

- 이번 프로그램에서 중점 둔 부분은 어디인가요?
: "우리의 반성을 시청자가 어떻게 받아들일까 고민했어요. 핑계가 될 수도 있잖아요.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는데 더 중점을 뒀어요. 또 하나는 현재 시청자들이 생각하는 MBC를 제대로 보여주자는 것이었어요. 결국 가장 큰 부분은 반성이었죠."

- < PD수첩> < MBC 스페셜> 방송을 보고 "사과 퍼포먼스로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은데.
: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죠. 그러나 이 방송으로 사과를 다 한 것이 아니에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몇 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신뢰를 회복해야죠. 앞으로 MBC가 시청자를 위한, 시민을 향한 제대로 된 방송을 하는 게 진짜 사과라고 생각합니다."

"MBC 내부에서 7~8년 싸워 온 사람들의 속 얘기를 담아보고자 노력했다." ⓒ 이영광


-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려요.
: "우리 방송이 부족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MBC가 저지른 과오에 대해 속상해 하는 분들이 보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것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도 너무 잘 압니다. 첫걸음이잖아요. 과거에 대한 마침표를 찍자는 의미의 방송이었어요. 앞으로의 방송은 확실히 과거와 달라질 겁니다. 프로그램을 보고, MBC에 대한 신뢰도를 재고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다시 시청자들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어요."

: "사실 저는 예전 선배들이 누렸던, 대단했던 MBC를 경험하지 못했어요. 젊은 PD 대다수가 그래요. 국민에게 사랑받는 게 무엇인지 느껴보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우리 스스로가 잘해야겠죠. 공정한 방송, 진짜 '만나면 좋은 친구 MBC'를 만들 테니 시청자분들이 다시 한번 관대한 마음으로 MBC를 바라봐 줬으면 좋겠습니다."

김정민 김호성 MBC 스페셜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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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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